[북한, 이게 문제지요-38] 북한이 경제통계를 공개하지 않는 까닭

0:00 / 0:00

: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에는 북한 전문가인 남한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날 북한이 직면한 최대 문제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제일 먼저 경제난을 꼽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탈냉전 후 구소련은 물론 동유럽 공산주의 나라들이 붕괴한 뒤 시장경제를 택했고, 중국은 일찌감치 80년대초부터 서구식 개혁, 개방 정책을 통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습니다. 또 베트남도 도이모이 정책을 통해 오늘날 부유한 경제국으로 성장했는데요. 유독 북한은 구소련 시대의 유물인 국가사회주의 경제를 고집해 경제가 피폐해지고 주민들에겐 식량조차 제대로 공급할 수 없는 경제 실패국으로 전락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요즘 북한 경제가 근래 전보다는 나아지고는 있다는 얘기도 들리는데요. 확실한 통계치가 없다 보니 그런 소문을 믿을 수도 없는 형편인데요. 교수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란코프: 제가 볼 때도 난 3~4년 동안 북한 경제는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방금 말씀하셨듯이 북한의 경우 경제상황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북한은 워낙 비밀이 많은 나라이기에 북한에서 경제통계는 비밀이 아니면 극비입니다. 사실상 60년대부터 북한은 경제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변: 과거 냉전시절 다른 공산주의 국가들도 북한처럼 통계를 공개하지 않았나요?

란코프: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소련에서 자라났습니다. 당시 소련에서 통계를 수집, 분석한 특성이 많기 때문에 시장경제 국가의 통계와 비교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었습니다. 또 군사문제와 관련된 통계는 보도하지 않거나 왜곡하여 보도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에서 경제 통계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볼 때 이것은 비교적 솔직한 통계였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소련은 이미 1970년대 말부터 미국이나 서유럽을 능가하는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시인하였습니다. 물론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상 북한이 경제 통계를 발표하지 않게 된 이유는 1960년대 후반부터 남한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변: 지금 말씀하신 대로 해방 후 대다수 산업시설을 가졌던 북한은 1960년대까지도 남한 경제를 앞질렀지요. 하지만 남한도 1960년대부터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1969년부터는 북한 경제를 따라잡기 시작했는데요. 아무리 북한이 남한에 뒤진다고 해서 자체적으로 경제통계조차 갖고 있지 않다는 걸 믿기가 어려운데요. 정말 북한은 경제통계가 전혀 없을까요?

란코프: 경제 통계는 어느 정도 있지만 객관적인 통계보다 추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통계자료에 대한 모순과 의구심도 많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 북한의 경제통계 추산을 보면 경제가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경제 통계보다 더 믿을 만한 것은 주민들의 일상 생활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평양을 비롯한 북한 대도시를 방문한 사람들은 북한생활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10년전에 차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거리에 차가 많습니다. 고급 식당이 많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의 입은 옷도 괜찮습니다.

변: 수도인 평양만 그럴까요?

란코프: 제가 보기에 시골에서도 살기는 어느 정도 좋아졌다고 할 수 있는데 평양을 능가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이것이 북한의 특징입니다. 북한에서 수도 평양과 시골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원래도 그랬고 최근에 들어와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그러나 시골 생활이 평양생활만큼 좋아지지 않는다고 해서 시골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을 결코 의미하지 않습니다. 북한에서는 오늘날 시골이 10년 전 시골보다 비교적으로 잘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엄밀히 말하면 시골은 덜 어렵게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변: 북한 경제가 전에 비해 이처럼 좋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란코프
: 북한 경제에 관해선 명확히 알려진 것이 너무 부족해서 확실하게 말할 수 없습니다. 아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도 그 이유를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설적으로 말하면 세가지 원인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변: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도 모를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요. 과연 어떤 원인일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첫 번째 원인은 북한 경제의 시장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배급제가 마비 된지 15년이 되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국가에서 월급도, 식량 배급도 받지 못한 북한 주민들은 자신의 힘으로 생계를 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대 북한 경제는 정말 자력갱생 경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북한 사람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처럼 열심히 일하고 생산된 것을 비교적으로 자유롭게 장마당에서 사고 팝니다. 북한 정부는 이와 같은 자발적인 시장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고 시장화를 가로막으려 많이 노력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시장성장은 불가피하게 경제성장을 가져왔습니다.

지금 북한의 경제를 보면 개인 경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외식업을 예로 들어 봅시다. 평양 식당 대부분은 말로만 국영식당이지만 사실상 개인이 투자한 식당입니다. 외화벌이도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나 외화벌이는 사회주의식 경제가 아닙니다. 외화벌이 일꾼은 옛날식 사회주의 간부보다 사업가로, 자본가로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합니다.

변: 북한 경제가 나아지고 있는 첫 번째 이유로 시장의 성장을 꼽으셨는데, 그럼 두 번째 이유는 무엇입니까?

란코프: 두 번째 이유는 북한 국가기업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였다는 점입니다. 공장지배인이나 다른 간부들은 국가에서 할당한 재료가 올 때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그들은 필요한 재료를 자체적으로 얻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느 정도 자본주의 경제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예를 들어 기름이 필요하거나 부속품이 필요하면 이들도 시장을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변: 금방 시장의 성장과 새로운 경제환경에 대한 국가기업의 적응을 북한 경제 개선의 이유로 꼽으셨는데요. 그럼 나머지 세 번째 이유는 무엇일까요?

란코프: 물론 또 하나의 이유는 중국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대북지원을 많이 하고 대북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중국과 관계가 너무 가까워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대안이 없습니다. 중국은 특히 북한에서 채굴권을 많이 획득하였습니다. 함경도북도를 비롯한 접경지역에서 지하자원 대부분은 중국 재산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북한의 국익 입장에서 보면 좋은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기업이 경영하는 광산에서 북한 노동자들은 돈을 잘 법니다.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간부들도 이와 같은 중국 투자 때문에 이익이 없지 않습니다.

MC: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북한이 근래 경제 사정이 나아지고 있는 이유에 관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