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39] 북한, 중국처럼 경제구조 바꾸기 전 지속 가능한 경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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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남한 국민대의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교숩니다. 교수님, 오늘도 북한 경제의 문제점에 관해 살펴봤으면 합니다. 교수님은 근래 북한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 이유로 세 가지를 언급하면서 첫째는 북한에 장마당과 같은 시장경제적 요소가 도입된 점, 둘째는 북한의 국가경제가 새로운 경제환경에 적응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는데요. 그럼 나머지 세 번째 요인은 뭘까요?

란코프: 또 하나의 이유는 중국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대북지원을 많이 하고 대북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중국과 관계가 너무 가까워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대안이 없습니다. 중국은 특히 북한에서 채굴권을 많이 획득하였습니다. 함경도북도를 비롯한 접경지역에서 지하자원 대부분은 중국 재산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북한의 국익 입장에서 보면 좋은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기업이 경영하는 광산에서 북한 노동자들은 돈을 잘 법니다.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간부들도 이와 같은 중국 투자 때문에 이익이 없지 않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한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현 단계에서 중국 투자에 대해선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지하자원을 체굴 할 뿐만 아니라 북한 경제 투자하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이러한 투자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채굴권은 한번만 팔 수 있는 것입니다. 한꺼번에 돈을 벌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수입이 보장된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앞으로 북한의 국가주권을 헤치진 않을까요?

란코프: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말하면 중국의 영향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우리 초점은 북한의 경제입니다. 북한 경제 생활과 북한 주민의 소비생활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 경제의 개입은 좋은 결과를 초래합니다.

변: 어떤 측면에서 보면 장마당과 같은 시장경제 요소의 도입으로 인해 북한 경제가 옛날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걸 북한 경제성장의 시작으로 볼 수 있을까요?

란코프: 현단계에서 이 질문에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북한경제를 낙관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이유는 북한 경제의 구조 때문입니다. 북한 정부가 중국 정부처럼 경제 구조를 바꾸기 전에는 북한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사실상 북한정부가 현재 추구하는 정치노선은 경제성장을 장려하는 것보다 이러한 성장을 어렵게 하는 것입니다. 또 부정부패도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만큼 부정부패가 심하고 뇌물을 많이 주고 받는 나라는 찾기 힘듭니다. 물론 부정부패는 정부로서도 큰 부담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뇌물을 달라고 하기만 하는 간부들은 기생충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실상 북한 경제의 정상화를 초래하는 주역은 북한 정부의 정책보다 북한 주민들의 노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변: 북한 경제가 좋아지면 아무래도 북한 정치도 지금보다 더 안정될 수 있지 않을까요?

란코프: 이것도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개인적으로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세계 역사를 보면 사람들이 제일 어렵게 살았을 때는 주민들이 정권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혁명의 역사를 보면 혁명이 발발했을 때는 주로 사람들이 그럭저럭 살만한 때였습니다. 배고픈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집중하기 때문에 정치 사상에 대해서 신경을 쓸 겨를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소련이나 동유럽 경험을 볼 수 있습니다. 80년대 말에 소련 사람 대부분이 공산당 정권을 반대하기 시작 했을 때 그들은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살았습니다. 80년대 소련에서는 식량문제가 없었습니다. 빵이나 우유를 100% 먹을 수 있었고 대도시에서는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자유롭게 팔았습니다. 생선도 전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자가용 승용차가 있는 집은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이처럼 생활이 윤택한데도 소련사람들은 공산당 정권을 반대하였습니다.

변: 왜 그럴까요? 자신들의 삶이 윤택하면 정부나 정권을 오히려 더 지지할 것 같은데요?

란코프: 물론 대부분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국민들이 정권에 도전하는 이유는 정권을 바꾸면 보다 더 풍요롭게 살 수 있고, 보다 더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보다 더 좋은 생활이 가능할 줄 알기 때문에 기존 정부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북한 경제가 정상화된다 해도 북한 정권을 강화시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북한 사람들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만큼 어렵게 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해외 생활, 특히 남조선 생활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싶어하는 데, 이런 삶을 매력있는 대안으로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은 돈이 조금 생겨서 외국 영화를 보기도 하고 세계에서 배운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할 시간도 생겼습니다.

변: 앞으로 설령 북한 경제가 좋아진다 해도 북한 체제가 붕괴의 위협을 피할 수 없을까요?

란코프: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물론 북한이 민주화되는 일은 아직 멀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민주화와는 별도로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좋아지는 것은 환영할 수 밖에 없는 소식입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경제 정상화는 기반이 있을지 없을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나의 희망은 북한 경제가 앞으로도 점차 좋아지는 것입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북한 당국이 그토록 막으려 한 장마당과 같은 시장경제 요소가 오히려 북한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란코프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