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들을 차근차근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인 남한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숩니다. 안녕하세요. 북한에서 김정은이 새 지도자로 취임한 뒤 이런 저런 사건, 그리고 괄목할만한 변화가 눈에 띄는데요. 우선 군부 실력자 이영호가 최근 전격적으로 해임된 사건이 있는데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최근에 북한에선 이런 저런 사건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가장 놀라운 사건은 인민군 우두머리인 이영호 총참모장이 해임된 것입니다. 그 직후 김정은은 원수 칭호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제가보기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김정은이 6월 초순에 관람한 모란봉악단의 시범 공연입니다.
변: 방금 김정은이 모란봉 시범공연 관람을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왜 그렇게 봅니까?
란코프: 겉으로 보면 10명의 미인으로 구성된 악단의 시범 공연이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의 해임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이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렇습니다. 이영호 차수의 해임은 바로 북한에서 늙은 간부들의 내부 대립, 원로들의 다툼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론 이 사건을 완전히 무시하면 안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북한 사회의 미래보다 북한 사회의 과거를 보여준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이영호 차수의 해임은 장성택을 비롯한 노동당 세력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민군파이든 노동당 파이든 둘 다 원로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북한의 과거와 관계가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늙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10년이나 15년 후에 불가피하게 정치무대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변:그러니까 김정은이 이런 과거의 인물을 제거하고 뭔가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모란봉악단의 시범공연을 관람했고, 그래서 이 사건이 중요하다는 것인가요?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겉으로 보면 모란봉악단의 시범공연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화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진짜 이례적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시범공연의 기본적인 내용을 보면 미국의 대중문화, 상품영화의 주제가 많이 나왔습니다. 미키 마우스나 백설공주와 같은 만화 주인공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여성들이 입은 의상도 파격적인 것입니다. 물론 다른 나라의 현대 기준으로 봤을 때 그리 파격적인 것이 아니지만 북한 수준으로 보면 정말 파격적인 것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 공연을 보는 것이 북한 인민과 간부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이 같은 신호의 내용은 이제부터는 옛날 보다 미국문화, 서양문화에 대한 입장이 완화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변: 평양을 비롯한 북한 도시에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란코프: 그렇습니다. 최근 평양의 분위 기가 과거와 달라지기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사실상 북한은 의상을 많이 통제하는 국가입니다. 예를 들면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여성들은 바지를 입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지금 평양 여성들은 이와 같은 규칙을 모방하지만 청바지에 대한 통제가 아주 심각합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의 막이 올랐을 때부터 북한에서는 과거에 비해 옷을 자유롭게 입고 목걸이, 귀걸이와 같은 것도 조금 더 많이 착용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도 김정은의 정책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문화 정책은 북한의 경제나 정치 전략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요? 물론 미국 만화의 주인공이 평양 어느 무대에서 등장한다 해도 북한이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이와 같은 변화를 통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경향, 그의 마음 속을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현재 말로만 북한의 최고 영도자이지만 사실상 실권은 별로 없습니다. 그의 측근들은 주로 그의 아버지, 어떤 경우 할아버지와 일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현단계에서 김정은은 대미 외교나 농업정책과 같은 전략적인 문제에 대해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자신의 측근들의 의견을 고려해야 됩니다.
현재 북한 원로들은 압도적으로 개혁과 개방을 결사반대하고 있으며, 그들에겐 체제유지만큼 중요한 목적이 없습니다. 북한이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개혁과 개방은 그들의 권력의 기반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원로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지만 김정은을 비롯한 그의 자식들은 모를 수도 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모란봉악단의 시범공연의 내용은 이렇게 중요한 것입니다. 내용을 보니까 김정은이 개혁을 원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과거와 다른 변화를 원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원하는 마음이 개혁을 원하는 마음으로 쉽게 바뀔 수도 있습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서는 최근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괄목한 변화,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있다는 말씀을 란코프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