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파격적인 행보가 서방 세계에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가 부인 이설주를 공식 행사에 대동한 것이라든가 모란봉시범공연에 미국의 상징적인 대중문화까지 허용하는 등 선친 김정일이나 조부 김일성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관건은 김정은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북한을 살릴 수 있는 개혁, 개방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건데요. 김정은이 과연 개혁을 하고 싶어한다고 봅니까?
란코프: 현 단계에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개혁은 아니어도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이가 많은 북한 원로들과 달리 김정은 제1위원장은 어릴 때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북한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얼마나 어렵게 사는지 경제가 얼마나 어렵고 낙후 되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나라를 개발시키고 인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고 싶은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변: 그게 사실이라면 북한 주민들에게 좋은 소식이 아닐까요?
란코프: 물론 이것은 참 좋은 소식입니다. 최근 북한에서 나오는 소식을 보면 김정은에게 개혁과 관련한 구체적인 기회가 있을지 모릅니다. 김정은은 북한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점은 깨닫고 있지만 무엇을 바꾸어 하는지, 어떻게 바꾸어 해야 하는지, 어떤 순서로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정답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동시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실질적인 변화가 초래할 결과, 변화 때문에 생길 수 밖에 없는 정치, 사회세력의 변동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현 단계에서 보이는 변화는 주로 상징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모란봉 악단은 미국 대중 음악을 연주했고, 미국 만화영화 주인공들을 공개적으로 소개했습니다. 김정은 부인인 이설주가 김정은과 같이 여러 행사에 참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은이 이러한 변화를 시작한 동기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외국생활을 잘 알고 있는 김정은은 세계 어디에서나 듣는 음악, 세계 여러 나라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를 북한에서 금지한 이유를 잘 알지 못합니다. 또한 그는 자신의 부인과 같이 공개적으로 주민들 앞에 나타났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자신을 신비스러운 신이 아니라 인간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변: 물론 김정은이 이설주를 대동한 것은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그 때문만은 아니고 어떤 정치적인 목적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란코프: 이 경우에는 부부애가 물론 중요합니다. 김정은이라는 남자가 이설주라는 여성을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두 사람이 같이 있는 모습을 많이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책은 반드시 사랑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 김정일 위원장도 성혜림이나 고영희를 무척 사랑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의 배우자들과 함께 공개적으로 국내외 행사에 참가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이설주의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변: 김정은의 이 같은 상징적인 정책 변화 말고도 향후 개혁 혹은 변화의 방향을 느끼게 하는 일들이 북한에서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맞습니다. 현 단계에서 농업 분야에서 개혁이 시작했다는 보도가 많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북한은 최근에 김정은은 소위 39호실를 폐지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믿을 수 있는 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39호실은 인민군과 보위부가 경제에 간섭하는 기관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만일 경제 개혁을 하려면 39호실과 같은 특권 기관을 폐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 희망은 김정은 정권이 1년이나 2년 동안 농업개혁을 한 뒤에 공업개혁까지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북한은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베트남이 개혁을 시작한지 거의 30년 되었습니다. 북한 정부가 중국 경험, 베트남 경험에서 잘 배우고 일부 모방하면 더 빠르고 안전하게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 정부는 중국 영향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에서 나온 소식을 보면 비록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북한의 농업관리 개선조치는 1970년대 말 중국 경제개혁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입장을 고려하면 김정은의 향후 개혁정치가 직면할 중요한 장애물, 걸림돌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장애물은 바로 북한의 오랜 정치전통입니다. 김정은이란 사람이 28살 때 최고 영도자가 된 이유는 순전히 그의 혈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그의 아버지 김정일 정책, 할아버지 김일성 정책을 지나치게 많이 바꾼다면 자신의 권력기반이 파괴될 가능성을 높습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