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북한에서 근래 문화와 농업 분야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고, 또 그 중심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있는데요. 문제는 김정은이 북한의 대외 정책을 과거와 달리 유연하게 펼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인데요. 어떻게 봅니까?
란코프: 글쎄요. 현단계에서 김정은 정권이 추구하는 대외 정책에 대해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경우 대외 정책과 군사정책은 너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 김정은과 같이 나이도 젊고 경험도 별로 없는 지도자가 혼자 입안하고 집행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변: 그렇다면 북한 대외 정책은 김정은이 제1위원장으로 들어서고 나서도 늙은 간부들이 결정했다고 봐야 할까요? 이를테면 지난 4월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것도 김정은이 아닌 원로들의 결정이라고 봐야 합니까?
란코프: 솔직히 말해서 북한 정치의 내막을 알기 어렵지만 그렇게 생각 할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은 세월이 갈수록 힘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까진 문화정책, 농업관리 정책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했지만 앞으론 대외 정책에서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늙은 간부들이 갖지 못한 한 가지 중요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 간부 대부분은 해외 생활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외국을 방문한 적이 있으나 해외 생활을 자동차 창문으로만 바라 보았을 뿐 해외 생활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외교관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한이든, 미국이든 외교관은 전술과 방법을 결정할 수 있지만 전략과 최종 목적을 결정할 사람은 외교관이 아닌 정치인입니다. 벌써 말씀을 드린 바와 같이 북한식 정치인으로 생각할 수 있는 노동당 고급 간부 대부분은 해외 생활을 알 수 없습니다.
변: 그런 점에서 김정은은 일찍이 해외에서 유학하는 등 외국 문물을 어느 정도 접해본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맞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외국에서 유학했습니다. 그는 모범 자본주의 국가 스위스에서 비싼 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그가 얼마나 잘 배웠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스위스에서 살았었기 때문에 몇 개의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서양사람들의 사고방식, 문화, 가치관을 쉽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변: 이런 해외생활이 김정은의 국정 수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까?
란코프: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상생활을 통해서 서양정치를 배운 사람은 수많은 경우 진짜 정치에 대해서 소박한 의식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은 나이가 젊지만 해외 경험이 제일 풍부한 북한 지도자들 중에 하나로 꼽힐 수 있습니다.
변: 그렇다며 김정은이 무엇보다도 미국과 남한 등 주변국과 관계를 개산하면 아무래도 개혁 정책을 취하기가 쉽지 않을까요?
런코프: 현단계에서 우리 이야기는 불가피하게 가설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김정은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제1위원장인 김정은은 북한에서도 중국식 개혁 정치를 시작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정치를 하기 위해서 김정은은 비교적 평화스러운 국제환경을 필요로 합니다. 그는 개혁과 개방을 잘 하기 위해서 미국이나 중국, 일본이나 남한에서 지원과 채권을 받아야 합니다.
변: 다시 말해 미국, 중국, 남한 등의 지원을 잘 받으면 김정은이 개혁, 개방을 할 수도 있단 말이군요.
란코프: 제가 보기에 개혁과 개방을 하는 동시에 권력과 특권을 유지하고 주민들을 지속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 김정은 정권은 국제 긴장을 가끔 고조 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변: 왜 그럴까요?
란코프: 김정은 정권은 기본적으로 긴장을 고조하고 도발까지 한다면 북한 사람들이 해외에 대해서 적대감을 형성할 수도 있고, 또한 그들의 사상 동원을 더 쉽게 이룰 수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김정은 정권은 긴장을 고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는 주로 포용대외 정책을 실행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포용정책의 기본 대상국가는 미국이라고 생각됩니다.
왜 그럴까요? 2008년이나 2009년 이후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많이 나빠졌을 때부터 북한을 도와 줄 수 있는 나라는 중국뿐 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는 중국을 위험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은 중국의 영향을 가로막기 위해서 다른 나라의 영향력을 이용하려 노력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태평양지역에 중국영향력을 억제하거나 가로막을 수 있는 세력은 미국뿐 입니다. 역설적으로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면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싶은 희망이 있습니다.
변: 문제는 미국이 이런 북한의 대미 포용정책을 받아줄 수 있겠느냐 하는 건데요?
란코프: 제 생각에는 북한이 앞으로 한 두 달 정도 미국측을 찾아가서 이런 저런 외교제안을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미국측은 현 단계에서 북한 제안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의 국제측면입니다. 북한은 원래 약속을 잘 지키지 않고 동맹국가에 많은 문제를 일으킨 국가입니다. 북한이 신뢰성이 없다는 것은 근거가 있습니다. 좋은 사례가 지난 2월 29일 합의서입니다. 북한은 2월 29일은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미국에서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어떤 이유로 그 합의서를 보름도 지키지 않고 3월 중순에 한달 이내에 위성으로 위장한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4월13일 장거리 로켓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둘째 이유는 오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입니다. 미국은 새 대통령이 기존의 외교정책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 2~3월까지 체계적인 대외정책을 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북한과 작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큰 문제는 대통령 선거까지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