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인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순서에선 2만명에 육박한 남한 내 탈북자에 관해 말씀을 나눠봤으면 합니다. 요즘 남한에 들어가는 탈북자들의 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란코프: 맞아요. 최근 통계를 보면 올해 북한을 떠나서 남한에 도착한 탈북자들의 수는 많이 줄었습니다. 작년에 비해 탈북자의 숫자는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매년 남한에 도착한 탈북자들은 2500명 정도였습니다. 올해 큰 변화가 없다면 1500명의탈북자들이 남한에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10년동안의 통계에 비추어 보아 제일 낮은 숫자입니다.
변: 제가 통계를 봤더니 2000년에 312명에 들어갔고 2002년에 처음으로 1천명을 넘어선1139명, 그러다 2006년에 처음으로 2천명을 넘어서 2018명이 남한에 들어갔습니다. 이어 2007년에는 2543, 2008년에 2809명, 2009년 2900명으로 계속 늘어나다가 2010년에 2300명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처럼 해마다 크게 늘던 탈북자들의 남한 망명이 근래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란코프: 기본적인 이유는 김정은이 새 지도자로 즉위한 이 후 북한 정부가 국경 경호를 대폭 강화했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북한 사람들에게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7년이나 2008년부터 북한 당국자들은 북중 국경의 경호를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작년 말부터 국경의 경호상태가 더욱 삼엄해졌습니다. 국경지역엔 초소도 많고 군인들도 많고, 보안원 들도 국경을 가로 막기 위해서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과 불법적으로 장사를 하는 북한 사람들은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들은 보위부나 인민군에게 뇌물을 주면 아무 때나 도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래 북한에서 중국으로 간 사람은 압도적으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중국에서 일자리를 얻고 돈을 조금 더 벌기 위해 중국으로 갔습니다. 지금 국경 지역에서 감시와 경호가 너무 엄격하여 중국으로 가기 위해 줘야 하는 뇌물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돈 좀 있는 부자들은 이러한 뇌물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어렵게 일해 돈을 버는 사람들은 비싼 뇌물을 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중국에 체류하는 북한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변: 중국에 체류하는 북한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고 하셨는데요. 중국에 체류하는 탈북자들이 줄었다면 남한에 들어가는 탈북자도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란코프: 남한으로 온 탈북자 대부분은 중국 오랫동안 체류했던 사람이나 혹은 이미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의 친척이나 가족들입니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체류하지 않는다면 한국으로 가기가 어렵습니다. 북한 당국의 선전 주장과 달리 남한 정부는 탈북자들을 사실상 환영하지만 탈북을 적극적으로 장려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에서 친척, 가족들이 없는 북한 사람은 직접적으로 한국으로 가기 어렵고 오랫동안 중국에서 머물러야 됩니다. 지금 국경 경호의 강화 때문에 중국으로 가는 북한 사람이 많이 줄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조건하에 한국에 도착한 탈북자들도 옛날 보다 많지 않습니다.
변: 그렇군요. 그러고 보면 근래 탈북자들이 국경이 강화되면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숫자도 줄었는데요. 북한은 왜 이처럼 국경경호를 강화기 시작했을까요?
란코프: 북한 입장에서 보면 국경경호는 부담스러운 활동입니다. 국경경호원들은 생산과 건설을 하지 않지만 밥은 100% 먹어야 합니다. 북한 정부가 국경경호를 유지하는 까닭은 외부생활에 대한 지식의 확산을 막기 위해섭니다. 북한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외부에 생활에 대한 지식의 확산만큼 위험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사실상 북한 사람들이 외부생활을 전혀 알 수 없어야 북한 국가의 안전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변: 자국민이 외부세계에 대해 몰라야 정권이 안전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중세 왕조시대에나 찾아볼 수 있는 얘기인데요. 북한정권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요?
란코프: 이것은 북한 사상, 북한지리, 북한 역사가 초래한 특성입니다. 한편으로 보면 북한 정부는 종교적인 정권이 아닙니다. 종교적인 정권, 원리적인 정권은 사실상 물질적인 경제발전과 물질적인 성공에 대해서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 정부는 처음부터 과학적으로 경제를 발전할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김일성 시대 북한 정부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은 고깃국, 쌀밥, 기와집입니다. 지금까지 그들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웃나라는 지금 고깃국과 쌀밥을 당연시하고 자가용이 없는 집을 잘 못사는 집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경제발전 제일주의를 강조했지만 바로 이 부분에서 너무 심각한 실패를 겪었습니다. 북한 국민들이 이 사실을 알면 정부에 대한 심각한 의심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북한 정권은 고립정책, 쇄국정책을 수십 년 전부터 실시해 왔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중국의 경제 성공, 특히 남조선 사람들이 즐기는 풍요로운 생활에 대해 알게 된다면 김씨 세습독재를 반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바로 이와 같은 자기 고립정책, 쇄국정책의 기반을 무의식적으로 파괴하는 요인입니다. 그들은 중국에 가서 중국 경제성공을 자기 눈으로 보고 중국의 조선족들을 통해 남한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들이 돌아왔을 때 자신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니까 남한에 대한 소문이 북한에서 많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