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48] 김정은 시대는 탈북자 가로막는 시대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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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이 시간에도 북한에 김정은 체제가 등장한 뒤 국경이 강화되고, 그 때문에 중국으로 넘어가는 탈북자의 수가 줄어들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실제로 지난 2월 남한의 NK지식인연대가 북중 국경지역에 나가있는 현지 통신원 보고에 따르면 북중 국경지역의 경비를 맡고 있는 국경경비여단에 탈북을 막기 위한 구조물 제작과 설치를 명령했다고 합니다. 또 함경북도 회령시와 양강도 혜산시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는 이미 구조물 설치가 완료됐다고 하는데요. 북한이 이처럼 부쩍 국경을 강화하기 시작한 데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란코프: 제가 보기에 세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벌써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국경강화는 결코 적은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1990년대 말에 탈북자의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을 때는 북한의 고난이 행군 시대였습니다. 당시 북한은 북한 국경경호 강화를 하려고 했어도 필요한 돈이 없어서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2005~6년부터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서 필요한 자원이 생겼습니다.

둘째 이유는 북한 정부의 입장입니다. 북한의 정치 구조를 보면 김정은을 비롯한 최고 지도자들은 진짜 북한 사회 상황을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간부들은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입장 때문입니다. 물론 이 세상에 이웃 사람에게 나쁜 소식을 전달 하고 싶은 간부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래서 김정은은 탈북자 문제의 실상과 규모를 모를 수도 있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북한의 국내 안정입니다. 물론 탈북자들이 전하는 이야기와 다양한 영상물, 출판물들은 북한 국내 안정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2000년대 초까지 중국으로 도망친 북한 사람들이 그대로 북한에 남아 있었더라면 굶어 죽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고난의 행군시절과 같은 극한 경제난 때 북한 당국자들이 주민들의 탈북을 허용하지 않았더라면 경제 생활은 훨씬 더 어려워졌을 것입니다.

변: 그렇다면 새 지도자로 떠오른 김정은 제1위원장은 탈북자에 대해 어떤 생각일까요? 김정은은 지난 2월 소위 대사면 조치를 내린 뒤에 체포된 탈북자와 탈북을 시도한 주민들에 대해선 3대까지 멸족시키겠다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란코프: 이미 말씀을 드린 바와 같이 국경경호를 강화한 것은 작년 말부터 많이 가속화 되었습니다.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이것은 김정은의 등장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마 김정은 제1 위원장은 자기 아버지 보다 외국 생활을 더 잘 알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해외생활에 대한 진실을 알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될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김정은은 탈북자들이 가져온 외부세계에 대한 지식의 위험성을 늙은 간부들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김정은 시대는 주민들의 탈북을 오히려 더 가로막는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김정은은 탈북자가 한 명도 생기면 안 된다고 지시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아낌 없이 국경경호 강화를 지원하는 사람입니다.

변: 하지만 이런 탈북자들과 달리 외국으로 나가는 북한 노동자들은 점점 더 많아지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1년 전부터 북한은 수많은 노동자들을 외국에 보내기 시작한 것이 사실입니다. 공식적일 통계를 보면 작년에 중국으로 합법적으로 간 북한 사람은 12만명입니다. 그들은 압도적으로 중국에서 일하러 간 북한 노동자들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해외에 노동자들을 많이 파견하기 시작한 이유는 물론 외화를 벌기 위한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북한이란 나라는 세계시장에서 잘 팔리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북한이 어렵게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북한 노동자들은 너무 싼 임금에 너무 싼 생활비로도 일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노동자 파견은 당연한 경제 전략입니다. 역사적으로 말하면 60년대의 어렵게 살던 남한도 비슷한 전략을 추진하였습니다.

여기엔 모순이 있지 않을까요? 북한이 한편으로 국경을 가로막으려 노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외국으로 훨씬 더 많은 사람을 파견하는 정책은 왜 그럴까요? 제가 볼 땐 모순이 별로 없습니다. 똑똑한 정치인들이 다 알고 있는 방법은 이것입니다. 즉 어느 과정이나 현상을 가로 막을 수 없으면 자신의 필요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불법출국, 불법 도강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합법적으로 노동자를 외국으로 파견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파견노동자들은 탈북자들 보다 국가에 더 많은 돈을 바칩니다. 사실상 탈북자들은 국가에 돈을 한 푼도 바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가족들에게 송금을 많이 하기 때문에 북한은 외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은 국가 입장에서 보면 소득이 더 높아지는 방법입니다. 그들은 송금을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임금 일부는 국가에 바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변: 자기 의지로 북한을 떠난 탈북자들에 비해 아무래도 북한 정부가 파견한 노동자들은 감시가 쉬울 텐데요. 그런 점에서 마음 놓고 노동자들을 많이 파견할 수도 있겠네요?

란코프: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해외 파견 노동자를 감시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들은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데 일할 때도 기숙사에 있을 때도 감시하기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불법적으로 중국으로 간 탈북자는 자유롭게 신문을 읽을 수도 있고 TV를 볼 수도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만날 수도 있습니다. 파견 노동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파견노동자도 귀국이 후 중국을 비롯한 해외생활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파견 노동자는 어느 정도 말 조심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탈북자만큼 많이 알 수 없습니다. 지배계층 입장에서 보면 파견 노동자는 덜 위험한 사람들입니다. 물론 북한 정부는 나라를 완전히 고립시키는 것이 제일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돈을 벌어야 하는데 노동력 수출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서는 김정은의 시대는 국경의 대폭 강화로 주민들의 탈출을 가로막는 시대가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을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