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49] 북한, 대미관계 위해선 신뢰부터 회복해야

지난 3월 2012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방문해 망원경으로 북측을 보고 있다.
지난 3월 2012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방문해 망원경으로 북측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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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지 거의 4년이 다 됐지만 북한에 관한 정책이 요즘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군요. 오바마 행정부는 그간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이라고 해서 북한이 먼저 행동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대북 정책의 변화는 없을 것임을 천명한 바 있고, 이 같은 기조를 지금도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현재 임기 말입니다. 교수님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북한 정책에 관여하는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은 물론이고 유수한 민간연구기관의 북한 전문가들을 두루 만났는데요. 대북정책에 변화의 기조가 눈에 보이던가요?

란코프: 저는 지난 8월에 열흘 정도 미국 수도인 워싱턴에 머물렀습니다. 이 기간 동안 미국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는 외교관, 분석가, 공무원뿐만 아니라 한반도 정책과 북한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과 많이 만났습니다. 물론, 저도 미국이 북한 정책을 어떻게 바꿀지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만나본 결과 내년 초까지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중요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변: 왜 그럴까요?

란코프: 간단하게 말하면 이유는 바로 미국 대통령 선거입니다. 오는 11월 초 미국 국민들은 대통령을 선출하게 됩니다. 현 단계에서 선거의 결과를 확실히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까지 미국은 북한이란 나라가 없는 것처럼 행동할 것 같습니다. 북한 측은 긴장감을 고조하거나 타협과 회담을 요구하기 시작할 경우에도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변: 그렇다면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뒤엔 어떨까요?

란코프: 선거 이후에는 많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선 직후엔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다시 당선될 경우 그는 고급 관리들, 북한측으로 말하면 고급 간부들은 많이 바꿀 것입니다. 미국에선 대통령이 재 당선 될 경우에도 많은 공무원들이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지 못합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면 대외 정책을 결정하는 국무부 장관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무부 장관이 새롭게 나온다면 불가피하게 하급 간부, 중급 간부들을 많이 퇴직 시키고 그들 대신에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임명할 것입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 두 달 정도 중요한 외교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 오바마가 재선 된다면 대북 정책은 빨라야 내년 2월, 3월쯤 다시 활발해 질 수 있습니다.

변: 대북정책이 활발해진다면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요?

란코프: 현재로선 변수와 미지수가 많기 때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낀 바를 말씀 드리면 미국 국방부를 비롯한 여러 기관은 이제 강경노선을 별로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국무부뿐만 아니라 국방부 인사들까지 북한과 회담을 다시 해서 양보를 통해서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북한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내년 봄부터 미국 측은 북한과 타협을 하려 노력하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변: 만일 미국이 북한과 타협책을 모색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타협이 나올 수 있을까요?

란코프: 현 단계에서 미국측은 타협을 바람직하게 생각합니다만, 북한에 지나치게 많은 양보를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원래 미국에서 양보와 타협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북한에 경수로를 비롯한 규모가 큰 지원을 한다면 북한 정부가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미국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미국 정치인들과 외교관들 가운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러면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할 수 있는 타협은 무엇일까요? 또 타협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제가 보기에 현 단계에서 미국측은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는 것보다 북한의 핵개발을 통제하고 제한하기 위한 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러한 노선은 미국에서 공개적으로 정당화하기 어려운 정책입니다. 실상이 이렇기 때문에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은 말로만 비핵화를 위한 정책이라고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말하면 미국 측의 정치목적은 북한이 핵 원료를 많이 생산하지 않게 하고, 북한이 제 3국에 핵무기와 핵 기술을 확산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 미국측이 말로는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실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통제하고 제한하기 위한 쪽으로 타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변: 미국 외교관들이 북한과의 타협을 주창할 수 없는 데는 설령 그런 타협책이 나오더라도 북한이 이를 지킬 수 있겠느냐 하는, 다시 말해 신뢰의 문제 때문 아니겠습니까?

란코프: 맞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신뢰성 문제가 심각합니다. 예를 들면 2007년에 부시 전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바꾸었을 때 포용정책과 온건정책을 통해서 북핵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 가운데 제일 널리 알려진 사람은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입니다. 힐 덕분에 미국은 북한에 적지 않은 양보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뒤 제 2차 핵 실험을 했습니다. 물론 핵 문제를 타협을 통해 해결 할 수 있다고 했던 힐 전 차관보는 정치적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그는 지금 미국의 한 지방대학교에서 교수로 지내고 있습니다. 반대로 대북 강경 노선을 주장했던 사람은 북측이 약속을 위반 했어도 자신들의 출세에 지장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시 강경파 외교관들은 지금도 잘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올 봄에도 북한이 약속을 위반한 모습을 다시 한번 보았습니다. 북한은 2월 29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미국과 합의서에 서명했습니다. 그러나 4월 북한은 인공위성으로 위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함으로써 합의서를 위반했습니다. 미국외교관들도 이 같은 약속 위반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과 타협을 많이 추진하지 않을 것입니다.

변: 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북한의 대미관계 개선을 위해선 신뢰성 회복이 급선무라는 말씀을 란코프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