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북한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를 접견하는 등 국빈급 대우도 받고 중국 고위 관리들과 북한의 경제 문제에 관해 협조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장성택 부위원장이 이 시점 경제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 까닭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란코프: 장성택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중국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준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 5년 동안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는 전례 없이 커졌습니다. 사실상 중국이 북한의 대외 무역을 독점했다고 보아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현재 중국은 거의 유일한 북한의 무역대상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의 무역구조를 보면 중국과의 무역은 전체의 ¾ 즉, 70% 이상입니다.
변: 왜 이처럼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봅니까?
란코프: 중국의 큰 역할은 어느 정도 거의 불가피한 것이라고 봅니다. 중국과 북한은 서로 이웃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개혁과 개방 덕분에 중국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웃인 중국이 북한의 대외 무역과 경제교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 간에는 이렇게 자연스러운 무역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정치에 의해 움직이는 무역도 많습니다. 사실상 중국 정부는 대북 무역을 북한에 대한 영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순수한 경제 입장에서 중국은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관심이 많을 수 없습니다.
변: 방금 중국은 경제적으로 북한에 별로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왜 그럴까요?
란코프: 객관적으로 말하면 북한 경제 규모가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작은 나라일 뿐만 아니라 너무 어렵게 사는 나라입니다. 북한 경제 규모를 보면 남한보다 적게는30배, 많게는 70배 정도 작습니다. 사실상 북한은 경제가 거의 없는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북한의 토목기술 수준은 아직도 1960,70년대 수준입니다. 그런 기술로 만든 상품은 세계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습니다. 물론 북한은 지하자원이 어느 정도 있지만 세계기준으로 따지면 지하자원 규모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북한은 러시아만큼, 동남아만큼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결코 아닙니다. 바꿔 말하면, 북한은 국제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수출할 만한 물건이 없는 나라는 외국에서 물건을 수입하기도 어렵습니다. 외국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돈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중국에서 많은 상품을 수입할 수도 없습니다.
변: 북한이 가진 자원도 없고 기술이 없다 보니 세계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물건도 없다고 하셨는데요. 이처럼 빈약한 경제구조를 가진 북한인데요. 그렇다면 중국은 북한 경제에 전혀 관심이 없을까요?
란코프: 물론 이것은 조금 과장된 주장입니다. 중국은 북한 경제에 대해서 관심이 조금 있습니다. 물론, 중국이 대북정책을 결정하는 여세가 경제보다 정치 및 전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 경제에 대한 관심이 없진 않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 석탄, 철 등 지하자원은 세계수준이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습니다. 북한 노동력도 중요합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노동자들 보다 훨씬 더 적은 월급으로 일 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공업 산업에 종사하는 중국기업이 북한에서 공장을 세운다면 물건을 더 싸게 생산할 수 있습니다.
변: 화제를 다시 장성택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장성택이 최근 중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의 경제 특구 문제와 관련해 협조를 구했다는 얘기가 보도됐는데요.
란코프: 맞습니다. 이번에 장성택이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을 때 회담 의제는 황금평, 위화도 특구였습니다. 북한이 바라는 것은 중국회사들이 이런 경제 특구 지역에서 옷, 신발, 완구 등 경공업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많이 세우고 이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건 북한 지도부의 희망입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북한의 희망이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중국 공장에서 미숙련 노동을 하는 중국처녀는 미국 돈으로 매월 100달라 정도 받지 않는다면 일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젊은 여자들은 미국 돈으로 30달라, 북한 돈으로 20만원을 받고 일할 수 있다면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변: 미국 돈으로 30달러만 줘도 북한 처녀들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얘기이군요. 하지만 최근 이런 저런 보도를 보면 중국은 황금평에 투자를 하긴 해도 그 규모는 크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란코프: 사실상 그렇습니다. 중국의 중소기업 입장에서 북한은 값싼 노동이 분명 매력이 있지만 북한과의 협력은 제한이 많습니다. 제일 먼저 생산 현장에서 중국 경영자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생산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즉 그들은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잘못하는 노동자들을 퇴사시킬 권한이 없으면 안됩니다. 월급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자들은 외국인 경영자들에게 이러한 자유를 줄 수 없습니다.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황금평 특구는 잠재력이 있긴 하지만 최근까지도 활발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이 이런 제한을 풀지 않는 한 앞으로도 황금평 특구가 활발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이 시간에는 최근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관련해 견해를 란코프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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