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52] 북한, 동아시아식 개발독재 도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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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최근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소위 개발독재를 시작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습니다. 여기엔 개발독재 덕분에 경제 성공을 이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란코프: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아시아 역사를 보면 한마디로 말해 세계 역사 속에서 전례가 거의 없는 경제성공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40년대 말에 중국이든, 한국이든 세계적으로 제일 못 사는 나라 중에 하나였습니다. 나라의 경제력을 종합적으로 표시하는 지표는 1인당 소득 아니면 1인당 총 생산액입니다. 이 지표를 감안하면, 당시 이들 국가는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당시 남미 지역은 동아시아 보다 수준이 훨씬 높은 지역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남한과 대만의 1인당 소득을 보면 유럽을 웬만한 나라들을 능가하는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중국이나 베트남은 1인당 소득은 아직 높지 않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 많은 사람들은 당시 한국 경제 발전을 보면서 오늘의 한국을 '한강의 경제 기적'이라고 까지 했습니다. 지금의 중국도 보면 '양쯔강의 경제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변: 맞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경제 성공을 가져온 정치모델이 바로 개발 독재라고 볼 수 있죠?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동아시아 국가의 역사를 보면 이들 나라가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룩했을 때, 아주 비슷한 정치를 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조금 역설적인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이나 베트남은 공산당을 중심으로 공산주의 간판을 내걸고 있는 나라이지만, 남한과 대만은 반대로 민주주의를 운운했던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실제 정치를 보면 2010년대 중국이든, 1970년대의 남한이든, 1980년대의 대만이든 또한 현재의 베트남이든 경제 및 정치 모델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합니다. 이들 국가에게는 공산주의를 이야기 하느냐 또는 민주주의를 이야기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는 주로 국내에서 사상 통제를 위한 수단이며, 국제적으로 지원을 조금 더 쉽게 받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사실상, 남한 박정희 독재자이든, 중국 등소평 독재자이든 그들이 수행한 경제 정책 노선은 너무나도 비슷합니다.

변: 사실 개발독재란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후 동아시아ㆍ동남아시아에서 이를테면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 태국의 사리트, 필리핀의 마르코스,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등 강권적인 지도자 아래에서 공업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체제를 총칭하여 개발독재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란코프: 맞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거의 모든 동아시아 국가의 최우선 과제는 고도 경제 개발이었습니다. 이 나라들은 가능한 한 빨리 성장하고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꿈꾸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들 장애물 중에 제일 중요한 문제는 자본의 부족이었습니다. 동아시아는 지하자원, 자연자원이 그리 풍부하지 않은 지역입니다. 그들에게 거의 유일한 자원은 노동력입니다. 이들 국가에서 싼 생활비로 열심히 일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개발 독재는 바로 노동력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 성장 모델을 추진하였습니다.

변: 하지만 동아시아 나라들은 처음부터 개발 독재를 하지 않았죠. 원래 이들은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었을까요?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1940년대 말에 동아시아에서 경제 성장, 발전을 해야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라를 발전시킬 방법에 대해서 심각한 사상 대립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동아시아에서 소련 식 공산주의 사상의 영향이 너무 컸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중앙 계획 및 분배, 배급을 중시하는 공산주의 경제가 혼란스러워 보이는 시장경제보다 삐른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공산주의 사회는 평등을 많이 강조하였기에 많은 매력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대만, 북한, 베트남까지 공산주의의 길로 들어갔습니다. 물론, 공산주의의 국가는 독재였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시간에 이야기는 하는 개발 독재가 아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부터 개발 독재를 시작한 나라는 대만, 홍콩,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입니다. 1960년대에 들어와 이 국가들은 경제 성공을 이룩하고 세계적으로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로 알려지게 된 이유는 이들 국가에서 30년동안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그리고 제일 빠른 속도로 향상되는 생활 수준 때문이었습니다.

변: 자, 그럼 눈길을 북한으로 돌려보지요. 최근 김정은의 움직임을 보면, 북한 또한 개발독재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개발독재를 도입한다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란코프: 북한 당사자들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북한은 매우 복잡한 특징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더 상세히 살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변: 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이 시간에선 북한이 동아시아식 개발독재가 가능한지 여부에 관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