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오늘은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에 관해 말씀을 나눠보지요.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0년대 중반 이후 오랫동안 기근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또 세월이 갈수록 북한과 이웃인 남한과의 경제 격차도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볼 때 북한 김정은 지도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바꿔 말해, 북한 정부가 권력을 유지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란코프: 이 질문에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북한 지도부, 집권계층의 상황을 보면 너무 어려워 보입니다. 그들은 중국식 개혁이나 개방을 하는 것을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과 같은 분단국가에서 이러한 경제개혁은 중국과 비슷한 경제성장보다는 동독이나 중동 여러 국가와 비슷한 정치위기와 정권붕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 그렇군요. 분단국가에서 개혁과 개방이 이뤄지면 해외생활과 남한 생활에 대한 지식이 확산되고, 그렇게 되면 북한 주민들 가운데 체제에 대한 불만이 생기고 북한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그래도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면서 나라를 살리는 방법이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글쎄요. 이건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러한 방법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입장에서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지속할 경우, 북한 체제가 조만간 무너질 것입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치명적인 위기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면 쓸모 없는 정책만은 아닙니다. 김정은은 개방과 개혁을 하면 성공할지 모르지만, 희망이 있는 방법이 없지 않습니다.
변: 다시 말해 김정은이 개방과 개혁을 하면 성공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죠?
란코프: 성공할 수도 있고, 성공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알 수 없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변: 네, "없지는 않다"고 하셨는데 그 근거는 어떤 방법이 될까요?
란코프: 제일 처음, 농업개혁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농업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북한은 20여년 전부터 경제난이 심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이 부족합니다. 둘째로 농업개혁은 공업개혁보다 국내정치를 덜 불안정하게 합니다. 농민들은 도시사람들보다 교육 수준도 낮으며 서로 간의 관계가 그리 강하지 않고 정치와 사회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습니다. 결국, 농민들은 농업개혁이 돼도 김정은 정권에 반대할 가능성이 덜 높습니다.
변: 최근 뉴스를 보면 북한에서도 농업개혁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이 지난 9월25일 보도한 것을 보면 농민들이 더 많은 식량을 경작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주기 위해 수확량의 30~50%까지 자기 소유로 하거나 시장에 내다팔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가 나왔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에서도 새로운 경제관리체제에 관한 논의를 비공개로 했다고 하는데요. 다시 말해 북한에서도 협동농장 제도를 바꾸는 것일까요?
란코프: 네가 볼 때 바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현 단계에서 확실하게 알 수 없습니다. 6.28 조치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내년 봄까지 기다려봐야 합니다. 현 단계에서 사실인지, 사실이면 얼마 정도 협동농장을 이용할지 알 수 없습니다. 중국과 베트남 경험을 살펴보았을 때, 북한과 같은 나라가 농업을 살리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토지개혁입니다. 세계역사가 보여주듯 농민들은 다른 사람이 소유한 땅에서 농사 짓기를 싫어합니다. 이 사실은 공동주의 체제가 무너진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당시 노비들은 양반지주의 땅에서 열심히 일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의 협동농장은 양반지주의 농장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농장원들은 과거의 노비와 아주 비슷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토지개혁 덕분에 경지를 얻으며 자신들의 땅에서 진정으로 열심히 일하며 살 것입니다. 북한 정부가 협동농장을 해산시키고 땅을 주민들에게 준다면 북한 식량생산이 급진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농민들에게 기계도, 비료도 많이 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수확된 것을 자의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진정으로 열심히 일하게 될 것입니다.
변: 자기 땅에서 자기가 생산한 것을 얼마든지 팔 수도 있고 수익으로 활용한다면 아무래도 더 많이 지으려고 노력하겠죠. 그런 점에서 과거 토지개혁을 실시해 훌륭한 성과를 거둔 중국이 좋은 사례가 아닐까요?
란코프: 맞습니다. 중국이 개혁, 개방의 시동을 걸던1978년에 중국 공산당은 제2차 토지개혁을 실시하고 땅을 농민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농민들은 이 땅에서 나온 수확물을 마음대로 팔 수도 있고 먹을 수도 있으며 그 외에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중국경제가 70년대 말에 급속히 성장하였습니다. 1985년에 중국의 식량생산은 1978년보다 35%정도 더 높아졌습니다. 중국농민들은 새로운 기계를 받지 공급받지도 못했고 새로운 경지를 개발하지도 못하였으며 비료도 과거보다 많지 않았는데도 그런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입니다. 즉 그들은 더 열심히 일한 이유로만 식량 생산량이 이 만큼 높아질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80년대 이후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굶어 죽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배를 곪는 사람도 많이 없었습니다. 설령 북한에서 중국과 비슷한 토지개혁을 실시한다면 중국과 비슷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변: 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북한의 개혁 순서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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