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54] 북한, 중국처럼 공산주의 간판 유지하며 정치개혁 왜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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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이 시간에선 북한의 개혁 문제에 관해 말씀을 나눠보지요. 앞서 북한이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토지개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 다음은 어느 분야를 개혁해야 할까요?

란코프: 다음 단계를 물론 공업개혁입니다. 처음엔 농업개혁, 그 다음은 공업개혁입니다. 그러나 먼저 바꾸기 어려운 중화학 공업보다는 서비스 산업, 즉 봉사산업과 소규모 경공업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현재 북한에서 가게든 식당이든 압도적으로 개인소유가 많습니다. 국가소유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개인 자본으로 움직여지는 개인 사업입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자들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해서 새로운 개인 산업이 활발하지 못합니다.

제가 보니, 토지개혁을 통해서 식량생산을 개선한 다음 식당, 수리소, 소비차를 관리하는 회사 등 이와 같은 개인 사업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국가 기업소와 같은 권리를 인정해 줘야 합니다. 현재 북한 돈주들은(돈의 주인) 공포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보위부, 보안소, 시당 군당 등 뇌물을 주지 않으면 사업을 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체포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그들이 자유롭게 식당이나 소비차와 같은 사업을 한다면 이들 사업은 많이 활발해질 것입니다. 물론 평범한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들은 더 편리하게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변: 그러니까 토지개혁 다음엔 공업 개혁으로 가야 하는데 그에 앞서 먼저 소규모 서비스 산업, 그 다음은 경공업으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요. 그럼 북한의 대기업은 어떨까요?

란코프: 대기업은 나중에 바뀌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중화학 공업의 개혁이 가장 중요한 개혁입니다. 그러나 즉각적으로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입니다. 중화학 공업도 시장 필요에 맞게 생산을 하게 된다면, 국제 시장에서 상품을 팔 수 있게 된다면 그들의 효율성이 많이 증진될 것입니다. 지금 세계에서 중화학 공업의 기본 중심지는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입니다. 북한은 이들 나라와 문화가 비슷한 나라이기 때문에 북한 노동자들은 후에 중국 노동자나 일본 노동자만큼 잘 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중화학 공업 일부는 중국처럼 개인 자산이 될 수도 있고 일부는 국가소유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변: 지금 북한이 개혁 개방을 통해 살 수 있는 방법론을 말씀해주셨는데요. 그에 못지 않게 가장 중요한 개혁 분야가 바로 정치인데요. 아무래도 정치는 정권의 안위에 관계되는 만큼 경제개혁만큼은 쉽지 않아 보이는 데요. 과연 북한이 정치 분야에서도 개혁을 할 수 있을까요?

변: 제가 볼 때 정치도 중국처럼 하면 좋다고 봅니다. 현재 중국은 공산주의 간판을 내걸고 있는 자본주의 독재국가 입니다. 사실상 중국은 1970년대 말 개혁과 개방을 시작했을 때, 중국 특권계층, 즉 공산당 간부계층은 자신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공산당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또한 서민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자신을 그대로 공산주의 국가처럼 묘사해 왔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중국은 극한적인 자본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사회 복지가 거의 없고 빈부 격차가 너무 심각한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중국 간부계층은 정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1960, 70년대 보다 훨씬 더 잘 삽니다. 중국에는 부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부자의 대부분은 공산당 간부 출신이나 간부 집 아들, 딸 입니다. 그래서 이런 면을 살펴보았을 때, 중국 공산당 간부들은 성공하였습니다.

북한도 개혁과 개방을 한다면 비슷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자본주의 사회를 건설한다 하더라도 언론과 선전 일군들은 우리 식 사회주의를 운운하기도 하고 주체 선군 정치를 운운하기도 하며 공산주의 정치를 운운하기도 할 것입니다. 이것은 국내에서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거짓말입니다. 우리는 중국에서도 베트남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도 공산주의 간판을 내걸고 국가입니다.

변: 지금 말씀하신걸 들어보면 북한도 중국처럼 공산주의 간판을 내걸면서도 내부적으론 자본주의로 갈 수도 있다는 말씀이죠?

란코프: 그렇습니다. 사실상 국내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처럼 공산간판을 그대로 내걸고 조용히 국내에서 자본주의를 건설해야 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변: 북한이 겉으론 공산주의 간판을 내걸고 내부적으론 자본주의를 따라가는 방식을 취했을 때 과연 북한도 중국처럼 정치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란코프: 그들이 성공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여러 번 언급한 것과 같이 바로 이웃에 남한이 있기 때문에 북한의 경우에는 이러한 개혁, 개방 시도는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이와 같은 시도는 국내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 지도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과거 김정일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려 노력할 경우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 변화가 없으면 북한 체제는 조만간 무너질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북한이 중국식 개혁과 개방을 한다면 무너질 수도 있고, 무너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희망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괜찮은 전략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상 최근 북한 소식을 보면, 북한 정권이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그들은 성공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얼마 후에는 결과를 확인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성공할지 모르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서는 북한이 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 또 북한 지도부가 중국처럼 정치개혁을 통해 살 수 있는 활로를 개척할 수 있을지에 관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