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3] 북한 식 동원경제, 장기적으론 성공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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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안녕하세요. 북한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도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 나와있습니다. 란코프 박사님, 지난 순서에 북한과 같은 국가 사회주의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해주셨는데요. 무엇보다 사회주의 경제는 효율성이 떨어져 실패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사회주의 경제는 과거에도 늘 폐단을 가져왔죠?


란코프

: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 사회주의 경제는 약점 뿐아니라 장점도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100% 잘못된 체제도 없지만, 100% 완벽한 체제도 없습니다. 국가사회주의 경제가 그래도 잘 할 수 있는 것은 동원입니다. 사실상, 국가 사회주의 경제를 한마디로 묘사한다면 정부가 주도하는 동원 중심의 경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 사회주의 경제에서 정부는 어떤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인력을 집중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동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제 과제가 별로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변: 그렇군요. 동원 과정에서 자원과 노동의 낭비가 너무 심각하다는 말씀이신데요. 실제로 구 소련은 과거 사회주의 경제를 하면서도 우주 계획과 같은 분야에선 성공을 거두었는데, 바로 이런 게 실례가 될까요?


란코프

: 네, 그렇습니다. 국가사회주의 경제 역사를 보면 방금 말씀하신 대로 구 소련 우주비행역사가 제일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50-60년대 당시 소련은 미국보다 많이 뒤떨어진 나라였습니다. 일인당 생산액을 보면 소련은 미국에 비하여 삼분의 일에 불과했습니다. 1990년 당시의 달러를 기준으로 본다면 1950년대말 소련 일인당 생산액은 3,500달러 정도였습니다. 당시 미국의 일인당 생산액은 12,000달러 정도였습니다. 다른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당시 소련은 미국을 능가하는 수준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은 인공위성발사를 미국보다 먼저 성공했습니다. 사람이 타는 우주비행선도 미국보다 소련에서 먼저 성공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소련 정부는 우주 분야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우주비행기술을 개발하려 많은 자원을 집중하였습니다.

변: 그렇군요. 다시 말해 구소련은 우주 분야에서만큼은 미국을 앞지를 정도로 국가자원을 집중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다른 분야는 소홀히 하지 않았을까요?


란코프

: 그렇지요. 정부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는 몇 개로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소련의 경우 이와 같은 부분은 우주비행과 핵개발, 그리고 몇 개 군수산업 발전이었습니다. 당시 소련은 이런 부분에서 성공할 수 있었지만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그건 바로 이런 한정된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는 바람에 다른 부분이 많이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우주비행에 자원을 집중한 나머지 자동차 생산도, 세탁기 생산도, 식량 생산도 잘 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말해 국가의 자원을 몇 개 부분에 한정해 집중했기 때문에 나머지 수백 개, 수천 개 부분에서 균형적인 발전이 더 어렵게 됐습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자원과 인력, 자본을 집중하다 보니 효율성 있게 이용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바와 같이 국가 사회주의 경제의 특성은 바로 이런 자원낭비였습니다.

변: 그러니까 국가 사회주의 경제에선 일단 어떤 분야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그쪽에 자원을 무한정 낭비할 수 있다는 말씀인데요. 구체적으로 우주 분야에 자원을 집중했던 소련의 상황을 설명해주시죠.

란코프

: 1960~70년대 소련의 예를 들어보지요. 당시 소련은 우주 비행기를 생산했고 최신무기를 생산했지만 일상 생활 필수품과 소비품의 수준은 아주 낮았습니다. 물론 당시 소련의 소비 생활은 북한보다 참 좋았습니다. 그러나 시장경제 국가의 수준을 결코 능가하지 못 했습니다. 예를 들면 소련에서 제일 잘 팔리는 승용차는 ‘라다호’입니다. 라다호의 설계는 소련에서 개발한 게 아닙니다. 소련은 이태리에서 설계와 생산시설을 1960년대에 수입했습니다. 라다호는 사실상 이태리 승용차인 1965년형 피아트호 입니다. 소련에서 이 승용차는 1960년대말부터 1991년 소련이 무너질 때까지 그대로 아무런 변동 없이 생산됐습니다. 북한에서 예를 들면 승리 58 화물차가 있지 않습니까? 이것은 1950년대부터 별 변화 없이 북한에서 생산되는 소련화물차입니다. 아직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국가 사회주의 경제가 어디에나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변: 그렇군요. 서방국에선 유물로나 남아 있어야 할 차가 소련에선 제일 많이 생산된 자동차였다니 믿겨지지가 않네요. 그럼 가장 타격을 받은 쪽은 어디죠?

란코프

: 소련처럼 ‘동원 경제’의 기본 희생자들은 바로 일반 국민들입니다. 이와 같은 경제구조 때문에 문제가 제일 많은 부분이 소비품 생산이었기 때문입니다. 공산주의 국가는 군대와 군수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개발 전략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민들이 필요한 소비품 생산을 무시하였습니다. 소련의 경우에 이런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예를 들면 소련은 괜찮은 미그 전투기를 설계 생산했지만, 1960년대부터 일반사람들이 타는 여객기는 미국이나 유럽의 여객기보다 기술 수준이 많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소련 정부는 여객기 생산이 전투기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변: 지금 말씀하신 대로 소련은 30년대부터 50년대까지 동원경제를 유지하다 이걸 바꾸고 나중엔 구소련의 후신인 러시아는 이걸 폐지하고 시장 경제국으로 전환했는데요. 하지만 북한은 과거 구소련이 유지하던 동원 경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데요. 북한은 어떤가요?

란코프

: 북한 경제의 특성은 동원을 많이 강조하는 경제라고 생각합니다.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은 동원을 통해서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북한은 그대로 동원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 모드(방식)를 유지했습니다. ‘천리마 운동’이 아주 대표적인 동원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경제 역사에서 잘 볼 수 있듯이 이와 같은 동원은 장기적으론 성공을 가져올 수 없습니다. 물론 단기적으로 성공을 이룩할 수 있지만 동원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은 소련과 동유럽 경험에서 생생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변: 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은 북한처럼 사회주의 동원 중심의 경제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에 관해 란코프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