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북한 당국이 남한의 비정부 단체들이 날려보내는 풍선이나 전단에 대해 상당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왔고, 최근엔 임진각에서 탈북자 단체가 전단을 살포하려 하자 북한 군이 군사대응을 위협하지 않았습니까? 북한은 이처럼 남측 단체의 전단 살포를 왜 도발이라고 할까요?
란코프: 북한 당국자들은 대북 전단 살포가 남한 정부의 계획적인 도발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것은 물론 우습고 과장된 이야기 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은 북한 당국자들이 이 같은 전단살포를 상당히 위협적으로 여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변: 사실 남한의 탈북자 단체들은 2003년부터 풍선이나 전단을 북한으로 날려보냈기 때문에 새삼스런 일은 아닌데요. 북한이 왜 그런 식의 반응을 보이는 걸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북한 특권계층의 가장 큰 우려는 북한 주민들이 외국생활, 특히 남조선의 생활에 대해 알게 될까봐 이걸 배울 수 없도록 해야 하는 데 있습니다. 사실상 북한 국민 대부분이 외국 생활을 잘 알 수 없어야 북한에서 현상유지가 가능합니다. 북한 정치제도를 보면 그 사상적 기반에 거짓말이 많습니다. 그래서 북한 언론의 선전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다면 북한 주민들은 북한 정치제도에 대해서 심한 실망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 주민이 이런 의심을 가질수록 북한의 현상 유지는 물론 북한 지배계층의 특권은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 정부는 주민들을 해외생활에서 고립시키려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변: 그렇다면 북한과 같은 다른 공산권 국가들도 사정은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란코프: 공산권 국가 대부분에서도 국민들이 외국생활에 대해서 배우는 길을 가로막으려 노력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구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들은 북한만큼 해외 정보를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았습니다. 구 소련이나 동유럽에서 일반인들은 도서관에서 외국도서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대학교를 다녔을 때 영어를 더 잘 배우려고 2년간 영어가 아닌 러시아 말 책을 읽지 않기로 했고, 가능했습니다. 공산주의 사상이나 소련 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언론만 읽는 것이 제한되었고 기타 외국 도서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제가 자라난 레닌그라에도 외국도서 책방이 있었는데 70년대 말이나 80년대 초, 미국소설이나 영국소설을 가끔 사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가격이 비쌌지만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북한에서 상상하지도 못하는 모습입니다.
변: 북한에서 주민들이 영어로 된 출판물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북한이 왜 이렇게 엄격한 정책을 취한다고 봅니까?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한편으로 보면, 북한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구 소련이나 동유럽보다 자유가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대외 고립정치, 쇄국정치를 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의 이웃에 남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분단국가 입니다. 역사적으로 말하면, 남한은 북한보다 훨씬 어렵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60년대 말에 들어와, 시장경제를 선택했던 남한은 소련식 국가 사회주의를 유지했던 북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남북간의 경제격차, 생활수준격차는 세계에서 제일 심한 격차입니다. 이것이 바로 문제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남한이 얼마나 잘 사는지 알게 된다면 북한 경제가 무너진 이유에 대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 경제가 무너진 이유는 바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실시해온 국가사회주의 경제정책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 지배계층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주민들이은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변: 앞서 언급하셨던 삐라 문제로 다시 가보겠습니다. 탈북자 단체들이 뿌리는 대북전단 즉 삐라를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란코프: 솔직히 말해서 저는 북한사람들에게 해외 생활에 대한 지식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아하니 남한에서 날아온 삐라를 몇번 보았을 때 이 정도론 북한 주민이 많이 배울 수 없고, 이러한 삐라의 주장이 절대적인 현실이라 할지라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자들이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에 대한 전단살포를 너무 위험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하면 삐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힘이 많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삐라의 힘이 없었다면 북한 당국자들은 대북전단살포를 이만큼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삐라가 정확히 힘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삐라가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북한 당국자들의 과잉대응을 보면 힘이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변: 이와 같은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삐라는 순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북한은 이를 도발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라코프: 이것은 결코 도발이 아닙니다. 북한도 원래 전단살포를 많이 했습니다. 지금 하지 않는 이유는, 남한사람들에게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남한관계가 활발해 졌기 때문에 또한 남한 사람들이 북한의 정세를 잘 알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없습니다. 전단살포 자체는 불법행위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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