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6] 북한 주민, 남한에 대해 알수록 체제불만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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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안녕하세요. 북한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조목조목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 나와 계십니다. 지난 시간에는 구소련과 같은 공산국가의 철저한 고립정책과 그에 따른 폐해에 관해 살펴봤는데요. 오늘은 북한의 경우를 살펴볼까요?

란코프

: 오늘은 북한의 철저한 고립정책, 쇄국주의에 관해 살펴볼까 합니다.

변: 사실 북한이란 나라를 살펴보면 같은 공산국가에 비해 여러모로 차이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중국이나 베트남은 공산국가이지만 개혁, 개방을 통해 외국과 자유롭게 교류하고 외국 기업들도 자유롭게 투자해 돈을 벌 수가 있습니다. 또 국민들은 얼마든지 해외 여행을 할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한데요. 오히려 북한은 주민들을 철저히 고립시키고 대외 접촉을 금지하는 등 공산주의 국가 가운데서도 아주 폐쇄적인 나라 아닙니까?

란코프

: 그렇습니다. 최근에 북한에 자발적인, 자생적인,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시장화가 생겨나는 등 중요한 요인이 발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지금도 지구상에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공산주의 국가로 볼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물론 북한 경제는 지금 사회주의 경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정치를 보면 북한은 사회주의 나라입니다. 북한은 다른 공산주의 국가에 비하면 중요한 특징이 많습니다. 제일 중요한 특징은 고립정책, 쇄국정책입니다. 주민들이 외부생활에 대해 알지 못하게 하는 정책입니다. 과거 거의 모든 공산주의 국가들은 자기 나라 사람들이 외부 생활에 대해서 많이 배우지도 못하게 하고, 해외 접촉을 할 수 없도록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북한만큼 고립 정책, 나아가 현대식 쇄국정책을 엄격히 실시한 나라는 없었습니다.

변: 실제로 북한은 지금껏 개혁, 개방을 외면하면서 동시에 주민들로 하여금 외부 생활에 대해 알지 못하도록 노력해왔는데요?

란코프

: 그렇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현재 아주 특수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 도전이란 바로 남한입니다. 남북한은 분단국가입니다. 남한은 다른 민족이 사는 지역이 아닙니다. 남북한 사람들은 언어, 문화, 피, 등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남북 경제격차가 너무 심합니다. 그래서 더욱 고립정책을 취하지요.

변: 북한 주민들도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사는 건 어느 정도는 알 텐데요. 하지만 남북한 경제적 격차가 얼마나 큰지 잘 모르죠?

란코프

: 네, 경제통계를 보면 남북한만큼 경제격차가 심한 이웃 나라의 경우는 세계에 하나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1인당 국민소득을 살펴봅시다. 북한 정권은 믿을 만한 통계를 발표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측 사정은 정확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1인당 소득 부분에서 남북한 격차는 적게는 1:15, 많게는 1:40으로 추산됩니다. 전 세계에서 1인당 소득격차가 이만큼 심한 이웃 나라는 없습니다. 북한에서 매일 쌀밥을 먹는 사람을 잘사는 사람으로 여기지만, 남한에서 중고 승용차를 타는 사람은 잘 못사는 사람으로 봅니다. 남한의 참된 모습은 북한 사람들에게 심한 심리적 타격을 줍니다. 남한사람들이 사는 집, 입은 옷, 먹는 음식 등을 보면 북한에서는 오직 극소수 지배계층만 누릴 수 있는 수준입니다.

변: 바로 이런 남북한의 커다란 경제 격차의 비밀을 북한 정권은 주민들에 절대 알려선 안 되는 것이죠?


란코프

: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경제적 실패는 제일 잘 지켜야 하는 1급 비밀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이 얼마나 잘 사는지 아는 순간 북한 정권은 심각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너무 높습니다. 공산주의 시대 소련이나 동유럽 선전 일군들과는 달리 북한 신문, 방송 등은 ‘남한이 다른 민족 때문에 잘 산다, 개발도상 나라들을 약탈했기 때문에 잘 산다’고 선전할 수 없습니다.

북한주민들이 만일 남한의 빛나는 경제적 성공에 대해 알게 된다면 아마도 필시 이런 질문을 할 것입니다. “왜 광복 이전에 낙후된 농업지역이던 남한이 이 만큼 잘 살까?” “왜 동북아지역에서 중화학 공업이 제일 발전했던 북한은 이렇게 낙후했을까?” “이런 경제적 실패에 대해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누굴까?” 등등 말입니다.

북한 특권계층은 체제가 무너지면 특권과 권력을 모두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간단합니다. 북한 사람들이 남한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면 체제유지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체제가 무너진다면 자신들의 미래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평범한 주민들이 외부생활에 대해서 특히, 남조선 생활에 대해서 잘 몰라야 북한 극소수 특권 계층은 권력과 특권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변: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게 된다면 향후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요?

란코프

: 장기적으로 말하면 이러한 변화는 북한 체제유지를 위협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선 직접적인 위협은 아니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로 북한에서 남한 영화를 보고, 남조선에 대한 진실을 배운 사람들은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 그리고 접경지역에 많습니다. 지방이나 시골 사람들이 아직 모를 수도 있습니다. 둘째로 남한에 대해서 조금 배운 북한 사람들은 남한이 북한 보다 더 잘산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경제적 격차가 얼마나 큰지는 아직 잘 모릅니다.

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북한 주민들도 남한이 북한보다 훨씬 더 잘 산다는 것을 알지 않을까요?


란코프

: 맞습니다. 이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세월이 갈수록 남조선에 대한 지식이 계속 확산될 것입니다. 결국 북한 주민들도 자신들의 체제에 대해서 불만과 의심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남한의 경제적 성공에 대해 북한 주민이 점점 더 많이 알게 되는 건 체제 유지를 위협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즉 남한 경제의 성공은 북한 사회지도부의 무능력, 북한 지배계층의 무능력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결국 이 사실을 알게 될 북한 주민들은 체제유지에 대해서 회의를 품기 시작 할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한에 대한 지식의 확산은 남북 통일에 대한 희망을 북한 주민들에게 많이 심어줄 것입니다. 또 남조선 영화를 본 북한 사람들 가운데는 남북 통일 후에 남조선 같은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걸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유감스럽지만 이것은 환상입니다. 남북한이 통일돼도 남북한의 경제 격차, 소득 격차는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은 북한 정권이 왜 주민들에게 남한과 외부세계에 관한 지식을 차단하고, 고립정책을 취하려 하는지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란코프 박사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