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58] 북한 주민, 시장경제 지식 부족으로 통일 뒤 난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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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에는 북한 전문가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남한 국민대 교숩니다. 안녕하세요? 북한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북한이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근래 북한이 새로운 경제관리조치인 '6.28 조치'를 취하면서 혹시 개혁과 개방의 청신호가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는데요. 교수님은 근래 이런 '6.28조치'도 주춤거릴 뿐 아니라 다른 상징적인 개혁조치마저 수구 원로들의 반발 때문에 일시적으로 연기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김정은이 이끄는 북한의 미래 어떻게 보십니까?

란코프: 제가 보기에 장기적으로 말하면 북한 정권이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남아있을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분단국가인 북한이 중국식 개혁과 개방을 추진한다면 경제성장과 생활 수준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우 동시에 북한의 체제 기반이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북한 정권이 개혁과 개방을 하지 않고 그대로 체제 유지를 위해 노력할 경우에도 치명적인 위기는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과 같은 북한 체제는 미래가 없습니다. 북한 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물론 북한 체제의 붕괴는 몇 년 이내 또는 수십 년 이내에 일어날 수도 있고, 반대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북한체제의 붕괴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봅니다.

변: 그렇군요. 문제는 북한체제는 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 시한은 정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아무런 변화를 하지 않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말씀인데요. 문제는 그 이후의 상황 아닙니까?

란코프: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 체제의 갑작스런 붕괴를 별로 환영하지 않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단계적인 변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중국과 비슷한 단계적이며 장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유감스럽지만 북한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찾아온다면 북한 사람들은 전혀 알 수 없는 새로운 세계에 빠질 것입니다. 이것은 구 소련을 비롯한 여러 공산권 국가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 선전의 주장과 달리 소련이든 동유럽이든 공산권 출신의 국민들은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를 별로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들이 살아온 생활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곤 보지 않습니다. 수많은 경우 그들은 시장경제의 논리를 잘 몰라 많은 잘못을 했습니다.

변: 그렇군요. 북한 체제가 무너진 다음에 아무래도 가장 큰 관심사는 그런 독재체제, 억압체제 아래에서 오랜 세월을 참고 견뎌온 북한 주민들의 거취일 텐데요. 특히 북한주민들은 획일적인 북한사회와 달리 새롭게 변하고, 복잡다단한 자본주의 남한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가 아마도 크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개인적으로 보면 이런 저런 일부 몰지각한 투기꾼들을 무서워할 것 같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한 부동산입니다. 최근 북한에서도 집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북한당국은 말로는 불법행위라 단속하고 있지만 실제로 북한에서는 집을 파는 사람도, 그리고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사람 대부분, 특히 시골사람 대부분은 자기들이 가진 부동산의 실제 가치를 잘 모릅니다. 시장경제에서 대부분 국민들에게 기본 재산은 '살수 있는 집'입니다. 자가용이나 고급가구 등 그들이 소유한 다른 사치품들의 가격은 집 값에 비해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이런 걸 다 합해도 집값의10% 또는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면, 미국과 같은 시장경제 국가에서 백만장자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비교적으로 비싼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집이 바로 기본 재산입니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부동산 가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 북한이 갑작스럽게 시장경제로 전환한다면 살고 있는 집을 터무니없이 싸게 팔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집을 사는 사람은 누굴까요? 제가 가장 무섭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남한의 투기꾼입니다. 그들은 부동산 가격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통일이 된 경우에 남한의 개인이나 법인이 북한에서 부동산 매매를 금지한다면 좋겠습니다. 물론 북한에서도 일부 몰지각한 부동산 투기꾼이 생길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변: 흥미로운 얘깁니다. 북한에서 부동산은 사회주의 토지사상에 기초를 두고 있어 토지는 국가의 소유권만 인정하고, 개인의 소유권은 인정하지 않는 걸로 아는데요. 게다가 토지사용권도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북한에서 이처럼 부동산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혹시 구소련이 시장경제로 전환한 뒤에도 이런 일들이 벌어졌나요?

란코프: 사실 1990년대 소연방이 무너지고 러시아가 탄생하고, 러시아가 시장경제로 바뀐 다음에 부동산 부문에 사기사건이 너무 많았습니다. 소련에서 원래 부동산 가격은 기준 가격보다 너무 싼 편이었습니다. 제 고향인 레닌그라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도시는 소련에서 2번째로 큰 도시였습니다. 이 도시에서 91년 또는 92년 기준으로 작은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500달라 내지 2000달라 정도였습니다. 이것은 중고 승용차 가격과 일치합니다. 그런데 현재 똑 같은 집의 가격은 8~9만 달러 정도입니다.

지난 20년 간 집값이 80배나 증가했습니다. 북한도 비슷하다 할 수 있습니다. 통일 후 북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집의 가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새 오토바이 가격으로도 팔 수도 있고, 승용차 가격으로 집을 팔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꼭 방지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집이 너무 헐어있거나, 너무 작다 할지라도 북한 주민들이 부동산 업자들에게 판매할 때 쉽게 결정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이것은 북한 주민에 대한 저의 경고이기도 합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서는 통일 뒤 북한 주민이 직면할 이런 저런 어려움, 특히 부동산 매매 문제점에 관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