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안녕하세요. 북한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북한 전문가인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님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를 살펴볼까요?
란코프
: 지난 시간에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철저하게 주민 고립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 드렸는데요. 오늘 순서에서도 이 문제를 좀 더 살펴볼까 합니다. 사실 북한 정권이 직면한 도전 가운데 해외에 관한 정보를 관리하는 것만큼 중요한 도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지배계층은 해외 정보를 통제해야 특권과 권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자신의 어려운 생활을 주변 국가의 주민들의 생활과 비교할 수 없어야 북한 정권은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 정부는 쇄국정책, 고립 정치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변: 사실 같은 사회주의 나라인 중국을 보면 중국인들은 얼마든지 해외 여행을 할 수도 있고 해외방송도 들을 수 있고, 외국인하고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데요. 북한 정권은 이런 걸 주민한테 허용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뭐가 그리 무서운가요?
란코프
: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는 남한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남한의 괄목할만한 경제성공입니다. 1960년부터 2000년 까지 남한 경제 성장률은 세계에서 제일 높았습니다. 결국 1960년 대 말까지 북한 보다 잘 못 살던 남한은 1990년대에 들어와 부자국가가 되어 버렸습니다.
변: 사실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산다는 건 아마도 북한 주민들도 짐작하시겠지만 얼마나 잘 사는지는 모를 수도 있겠는데요. 남한 한국은행이 11월3일 발표한 통계를 보면 북한의 국민총소득은 남한의 3%에도 미치지 못하는 30조원, 미화로 약 300억달러에 불과합니다. 1인당 국민총소득도 남한 국민의 고작 5% 수준인 124만원, 미화로 약 1천2백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얼마나 격차가 심한지 알 수 있겠죠.
란코프
: 맞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남한이 얼마나 잘 사는지 알게 된다면 통일을 통해서 하루 아침에 남한 주민과 같은 생활 수준을 이룩할 수 있을 줄 압니다. 제가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런 생각은 환상입니다. 착각에 불과합니다. 통일 이후에도 남북 격차가 너무 큽니다. 정치적인 통일 이후에도 이러한 경제적 격차를 극복하려면 빠르면 10년~15년, 길면 30~40년 정도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에 대한 지식은 너무 매력적인 것입니다. 북한 사람들이 남한에 대해서 많이 배운다면 남한으로 흡수통일돼 남한처럼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요구하기 시작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변: 21세기는 모든 나라가 서로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거대한 지구촌을 이루며 살고 있지 않습니까? 과연 이런 북한의 고립정책이 통할까요?
란코프
: 북한의 고립 정치는 90년대 말 까지 성공적인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 나온 소문이 없지 않았지만 북한 사람들 대부분은 말 조심을 하는데 위험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90년대 말부터 많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상 1990년 대 말부터 북한의 쇄국정책, 고립정책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변: 그토록 철저한 고립정책이 흔들리기 만든 게 뭔지 궁금하네요.
란코프
: 북한이 흔들리기 시작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만성적인 경제위기 때문에 주민들을 감시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기술 정보 발전은 북한 특권 계층의 정치를 어렵게 한다는 점입니다. 그 중에서도 물론 제일 중요한 변화는 ‘고난의 행군’입니다. 쉽게 말하면 ‘기근시대’입니다. 기근을 체험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아주 다양한 경제활동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고 장사 때문에 멀고먼 여행을 떠나고 제일 어려웠을 때 중국으로 도망쳐야 했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중국으로 많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중국으로 갈 때 중국 사람, 특히 중국 조선족 들과 만나서 해외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남한의 영향입니다. 중국 동북 삼성지역에서 남한의 영향은 특별히 심각합니다. 그래서 중국에 체류한 북한 탈북자 도강자들은 남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남한 영화를 많이 보았습니다. 결국 그들은 남한이 얼마나 잘 사는지 짐작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난 30년 동안 세계에서 제일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은 바로 컴퓨터 산업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컴퓨터 산업은 정보관리 기술입니다. 요즘에 정보를 저장, 복사, 전달 하는 방법이 많이 좋아지고, 다양해졌습니다. 북한 지배계층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참 나쁜 소식입니다. 예를 하나만 봅시다. 북한에서 컴퓨터가 많아 지고 있습니다. 북한 보위대는 컴퓨터를 감시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변: 네, 북한에도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북한 당국이 컴퓨터 사용을 허용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컴퓨터나 휴대폰을 절대 금지하는 게 합리주의적인 행위일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는 이와 같은 정책을 취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인 이유는 기술에 대한 지나친 희망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 지배계층은 사회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나라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 고급간부들은 사회 체제의 변화가 아니라 컴퓨터와 같은 기적과 같은 기술이 나라를 구할 수 있을 줄 압니다. 물론 그들의 희망대로 되지 못할 것입니다.
변: 북한에서 컴퓨터 사용을 점점 허용하다보면 결국 나중에 가선 통제하기도 힘들지 않을까요?
란코프
: 그렇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MP3를 비롯한 데이터 저장 기술이 빠르게 성장 하고 있습니다. 10년 전에 컴퓨터로 쉽고 빠르게 복사 할 수 있었던 것은 사진 및 글자뿐 이었습니다. 지금 영화도 별문제가 아닙니다. 다른 영상 이미지도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북한 고급 간부들이 환영할 수 없는 소식입니다. 세월이 갈수록 그들은 정보관리와 복사를 통제, 단속하기가 더 어려울 것입니다.
아마 5년이나 10년 이후 북한 정권이 실시하려는 통제가 더욱 어렵게 될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 때문입니다. 현재 MP3와 같은 장치는 영화 수십 편 아니 수백 편까지 저장할 수 있을 것이며 컴퓨터는 많이 싸지고 가벼워 질 것입니다. 사실상 북한 지배계층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기술 진보를 가로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기술 진보는 정보관리와 확산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북한 통치배 들에게 기술진보만큼 위험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 <북한, 이게 문제지요>에선 정보 기술의 발달로 남한에 대한 북한 주민의 지식 확산은 불가피하고, 그에 따른 북한 정권의 체제 유지도 힘들 것이란 점을 살펴봤습니다. 란코프 교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