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10월말 현재 남한에 들어간 탈북자가 2만4천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들이 남한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북한 사회와는 다른 것들을 무척 많이 경험할 것 같은데요. 아마도 그 가운데 하나가 언론의 자유일겁니다. 특히 남한과 같은 자유사회에선 지도자에 대해서도 비판할 수 있는데요. 이런 현상이 탈북자들한테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한국에 와 있는 탈북자들 가운데 경쟁과 상호비판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민주정치를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그들은 북한처럼 최고지도자는 우상화 대상이며 그들에 대한 비판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것을 당연히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탈북자들은 한국에 와서 사람들이 지도자를 비판하는 것을 보고 놀랍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탈북자들이 언론에서 대통령이나 고급 공무원들을 자유롭게, 그리고 날카롭게 비판하는 것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탈북자들은 이렇게 비판한 사람들이 체포될 것을 우려하고 또한 이러한 행위가 국가의 권위를 위협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론에 대한 생각도 비슷합니다. 한국 정치에서 진보파와 보수파가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보도하는 언론도 서로 많이 경쟁합니다. 진보파 인사가 대통령이 되면 보수파 언론은 그런 대통령에 대해 비판도 많이 하고 진보파의 이런저런 잘못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반대로 보수파 인사가 대통령이 되면 진보파 언론은 보수파의 잘못과 실수를 찾으려 노력합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보기에 이러한 모습은 혼란스럽고 시끄러워 보입니다.
변: 맞아요. 북한처럼 수령절대주의 사회에선 지도자를 비판해선 안 되는 상황인데요. 남한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지도자에 대해 비판, 언론의 자유 등 이런 모습을 북한에선 도저히 찾아볼 수 없겠죠?
란코프: 북한은 세계적으로 언론 자유가 가장 없는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나 원수님의 말씀이면 당연히 법이 됩니다. 정부가 추구하는 정치에 대한 비판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노동 신문을 비롯한 북한 언론은 지배계층과 정부의 정책을 오로지 극찬하고, 반대하는 세력을 비판적으로 보도합니다. 북한처럼 언론의 자유가 없으면 주민들은 국내사정을 잘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지방 간부들은 평양 지도부에 지방상황을 보고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사실대로 보고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들은 불가피하게 출세 때문에 신경을 쓰고 왜곡된 보고를 많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실수를 감추거나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서 왜곡 보고를 많이 하고, 자신의 성과에 대해 과장보고도 많이 합니다. 사실상 이러한 연유로 더욱이 북한 최고 지도자는 나라의 사정을 잘 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변: 하지만 김일성 때부터 북한최고 지도자들은 이른바 '현지 지도'를 통해서 지방 현실을 배울 수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제가 볼 때 북한 최고지도자들의 현지 지도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간부들은 북한 최고 지도자들이 현지 지도를 나올 것을 미리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최고 지도자가 현지를 방문하기 전에 사전준비를 철저히 합니다. 최고 지도자가 지방 간부들에 대해 나쁘게 인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숨기려 노력했습니다. 김정일 또는 김정은과 말할 수 있는 지방 간부도 사전에 정해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사실대로 말하는 것을 두려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일 북한에 언론 자유가 있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 겁니다.
변: 북한의 경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실례를 들어볼까요?
란코프: 북한에서 김정은이란 젊은 사람이 지난 2010년에 후계자로 지명되었을 때 북한 언론에는 김정은의 배경에 대한 솔직한 보도가 없었습니다. 북한 언론은 그의 능력과 성과를 극찬하긴 했지만 사실대로 그의 배경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들의 문제점이나 과거 잘못에 대한 보도 또한 상상하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남한은 어떨까요? 서로 반대되는 정파 세력은 상대 후보의 배경을 상세히 조사하여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 국민들에게 알립니다.
변: 김정은은 조부 김일성이나 선친 김정일처럼 국가보위부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비밀 보고서를 받고 사실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물론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최고 지도자들은 일반 사람들이 전혀 보지 못하는 비밀 자료를 많이 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는 사실대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미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지방간부들은 실수와 잘못을 숨기고 성공을 과장하려 노력합니다. 국가보위부나 보안소와 같은 국가 기관은 상부에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현직 간부와 결탁하고 같은 거짓말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국가보위부원들은 현직 간부들의 권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실을 더욱 부정적으로 보이는 보고서를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누가 옳은지 알 수 없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언론자유가 없으면 서민들도, 그리고 지도자들도 실제 상황을 알 수 없습니다.
변: 북한 정권이 언론을 통제하려는 것은 주민들의 비판을 막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밖에 없지요?
란코프: 물론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북한 체제의 여러 잘못 때문입니다. 북한 정권이 수십 년 동안 실행해온 정책의 결과는 경제위기뿐입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이 자유로운 언론을 통해서 정책을 비판하기 시작한다면 불가피하게 정권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정권의 과거 잘못과 실수를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노출은 김정은을 비롯한 집권계층의 권력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언론자유를 절대 허용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들에게는 현상유지가 더 쉽습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현상유지는 대가가 있습니다. 언론의 특성 때문에 북한 간부들도, 그리고 북한의 평범한 주민들도 자신이 사는 나라를 제대로 모르며, 그런 상황에서는 합리주의적인 정치결정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서는 전 세계 언론자유 지표로 꼴찌인 북한의 언론자유 문제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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