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안녕하세요. 북한에 관한 여러 문제점을 조목조목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북한 전문가이신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님 나와 계십니다. 교수님, 지난 시간에는 한반도 주변의 강국이 말로는 남북 통일을 원한다고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게 아니란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주변국들의 입장 때문에 남북한 통일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건가요?
란코프
: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걱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한반도 역사를 보면 한반도는 주변국가의 갈등 때문에 고생이 많았습니다. 이웃 국가들은 한반도 국내정치에 간섭하고 위성 정권을 설치하였습니다. 남북 분단을 초래한 원인도 다른 어떤 요인보다 외부 세력의 간섭 때문 이었습니다. 또 김정일 김일성 정권은 자신들의 정권을 혁명정권으로 묘사했지만 사실상 1940년대말 혹은 1950년대초까지 소련에 의해서 설치된 설치된 위성정권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강대국, 외부세력이 통일을 반대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면 통일을 이룩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변: 사실 19세기말과 20세기 초 러시아,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이 한반도 이권을 놓고 싸우는 바람에 당시 조선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요. 단적으로 조선은 일본에 의해 36년간 식민통치를 받기도 했는데요. 교수님은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이 남북통일을 싫어하긴 해도 가로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이유는 뭘까요?
란코프
: 사실 한반도 이웃 강대국 대부분은 남북 통일을 싫어합니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이건 지정학적인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대국들이 통일을 그다지 싫어한다곤 말할 수 없습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러시아도 중국도 일본도 미국도 통일을 통해서 얻을게 없지 않습니다. 지금 냉전시대가 아닙니다. 사상대립, 군사대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호 경제 협력과 경제 성장입니다. 남북 통일 때문에 중국이나 러시아는 약간 전략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순수한 경제적인 입장에서만 볼 때 그들은 적지 않은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변: 즉, 강대국들이 남북통일로부터 얻게 될 가장 큰 이득은 경제적인 이득이란 말씀이죠?
란코프
: 네, 그렇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통일이 초래할 고도의 경제성장입니다. 남북이 통일되면 세계 역사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의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시대착오적인 주체식 국가 사회주의를 버리고 열심히 일하면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일본 등 외국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게 될 통일 한국은 불가피하게 아주 바람직한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러시아 입장에서 살펴봅시다. 러시아는 1960년대부터 천연 자원을 수출하면서 돈을 버는 나라 입니다. 통일 이후 한국경제는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통일 때문에 러시아는 한국에 천연가스, 석유, 철광석, 석탄 등을 많이 수출 할 것입니다. 기술 협력도 가능 할 것입니다. 그래서 러시아 입장에선 남북의 통일이 지정학적인 측면에선 어느 정도 부담은 되겠지만, 경제적으론 유리한 변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중국도 그렇습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제일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입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통일 한국은 정말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물건을 수출하는 나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이 통일을 싫어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런 통일이 미국의 영향을 많이 커지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외교를 잘 한다면 한반도에서 미국영향이 그리 많이 증가하지 않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이웃 강대국의 입장에서 보면 통일을 지지할 이유가 없지만 통일의 길을 적극적으로 가로막기 위해서 많이 노력할 필요도 없습니다. 방금 말씀 드렸듯이 남북 통일이 되면 이들 국가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기 때문입니다.
변: 이처럼 남북통일이 도움을 가져다 준다면 남북통일이 빨리 올 수 있도록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란코프
: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이나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국가들이 남북 통일을 실제 추진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그렇게 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이미 말씀을 드린 바와 같이 주변국가의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하면 그들에게 분단은 통일보다 조금 더 좋은 조건입니다. 그래서 남북한이 통일 운동을 시작한다면 외부세력은 그 통일을 가로막으려 많이 노력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통일의 길을 가로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북한에서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중국은 분단 유지를 위해서 군대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와 같은 조치는 부담스럽고 사치스러운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이 올 때 중국은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다.
변: 그러니까 남북통일을 외부세력이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건 아니라는 말씀이죠?
란코프
: 그렇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 하고 싶은 것은 외부세력이 통일을 반대하긴 하지만 그리 심하게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외부 세력보다 통일을 더 싫어하는 세력은 국내세력입니다. 제가 보기에 통일을 제일 싫어하고, 통일을 제일 무섭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특히 북한 특권 계층입니다. 통일이 되면 북한 사람들은 남한에 비해 북한이 얼마나 어렵게 사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 간부들에 대한 분노가 심할 것입니다. 중급, 하급 간부들은 아마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고급간부들은 특권과 권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데 통일을 반대합니다. 그들에게 통일은 특권과 권력을 분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변: 사실 남한에서는 1990년대초 구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공산주의가 붕괴했을 때 조속한 남북통일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별로 없지요.
란코프
: 네,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남한의 많은 사람들은 통일을 옛날 보다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잘 못사는 북한과의 통일은 경제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변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을 초래할 수 있는 기본 세력은 남한보다 북한 민중뿐 입니다. 사실상 통일의 기본 세력은 북한 민중세력뿐입니다. 오직 그들만이 북한 특권계층에 압력을 가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통일을 요구한다면 외부세력도, 또한 통일에 대한 열광이 사라지고 있는 남한 민중도 그 압력에 굴복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변: 네, 통일을 가장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계층은 다름아닌 북한의 특권계층이라는 말씀을 란코프 교수님으로부터 들어봤습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