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북한의 부패 문제에 관해 좀 살펴보도록 하지요. 국제투명성기구 지난해 전 세계 183개국을 대상으로 가장 부패한 나라를 조사했더니 북한이 10점 만점 가운데 1점으로 최하위인 182위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같은 사회주의 나라인 중국은 75위, 베트남은 112위를 차지했습니다. 북한의 부패, 얼마나 심각하고 그 원인은 무엇인가요?
란코프: 현재 북한에서 부정부패가 전례 없이 심각한 것은 유감스러운 사실입니다. 아마 북한만큼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는 아시아에서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치 사회구조를 보면, 특히 북한의 법과 규칙을 살펴보면 부정부패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불법적인 경제, 사회 활동에 종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북한이란 국가는 과거 김일성 시대에서 물려받은 법과 규칙을 거의 바꾸지 않았습니다. 북한 정부는 모든 북한 사람들이 공장을 다니고 국가에서 받은 월급과 배급으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은15년, 20년 전부터 나라의 배급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배급이 없으면 월급만으로 살 수 없습니다. 세계 거의 어디에나 사람들은 자기들이 받는 월급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잘 살 수도 있고 어렵게 살 수도 있지만, 월급만 있으면 굶어 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예외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국영 공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장사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법을 바꾸지 않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장사는 불법활동으로 간주됩니다.
변: 그렇군요. 결국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서는 불법이라 해도 개인 장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오늘날 북한 주민들의 형편이군요. 그런데 최근 북한에서 장사에 대한 단속이 최근엔 약화되지 않았나요?
란코프: 네.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여전히 모든 장사를 불법행위로 간주합니다. 사실상 오늘날 북한에서 법대로 사는 사람들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것은 북한 사람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북한 정부는 끊임없이 변하는 정치, 사회 상황에 따라 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 합니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법이 존재한다고 하나 실질적으로는 법이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 하에 북한 당국자들은 주민들을 제재할 의지도 능력도 상실하였습니다. 만일 그들이 북한 주민을 법대로 살도록 한다면 주민들은 한 달이나 두 달 뒤면 전부 굶어 죽을 것입니다. 식량 배급을 주지 않으면 그들이 받는 월급만으로는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변: 딱한 실정입니다. 어떤 측면에서 북한 주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불법적이긴 해도 장사를 할 수 밖에 없다 보니 부정부패가 불가피해진 것은 아닐까요?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특히 보안원을 비롯한 하급 간부들은 주민들의 불법 행위를 보고 눈을 감아주는 대신에 뇌물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도 노동자처럼 배급을 잘 받지 못 합니다. 그렇다고 월급만으로도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반 북한 사람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장사를 하는 것이지만, 자신들을 감시하는 하급 간부들로부터 살아남는 방법은 뇌물 밖에 없습니다. 물론 하급 간부들뿐만 아니라 중급 간부들까지 뇌물을 받고 있습니다. 고급 간부들은 굶을 죽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돈에 대한 욕심이 많습니다. 보안원이나 공산당 지도원은 자식들이 굶어 죽지 않고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뇌물을 요구하고, 당 중앙 비서는 보다 더 사치스러운 자동차를 타기 위해서 뇌물을 받습니다. 고급 간부들은 직접적으로 뇌물을 받기도 하고 간접적으로 받기도 합니다. 외화벌이 장사꾼들은 돈을 잘 벌면 직접 고급 간부들에게 수입의 일정 부분을 줍니다. 고급 간부들은 자기 밑에 있는 중-하급 간부들에게 수당의 일부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변: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면 어떨까요?
란코프: 예를 들면, 비료 공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지요. 비료 공장 노동자들은 비료를 훔친 뒤 장사꾼들에게 팝니다. 그런데 공장을 지켜야 하는 경비대는 뇌물을 받고 이런 비리를 보고도 못 본 척 합니다. 경비대나 간부들은 비료를 불법적으로 거래해 받은 수익금의 일부를 이번엔 윗사람들에게 받칩니다. 장사꾼들은 비료를 시장에서 농민들에게 팝니다. 농민들은 이 비료를 이용하여 소토지에서 경작합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관련되는 사람들 모두 범법행위를 아니면 부정부패 행위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런 부패가 없었더라면 북한 주민이 소토지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었을 것이며, 더욱 살기 어려워 졌을 것입니다.
변: 그런 점에서 북한에서 부정부패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만은 볼 수 없지 않겠네요?
란코프: 맞아요. 북한의 경우 부정부패는 아주 이중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정부패가 한편으로는 김정일, 김정은 시대의 북한 사회를 돌아가게 하기 위한 필요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제가 말씀 드린 바와 같이 현재 북한 일반 사람들이 법대로 살아간다면 남는 것은 아사, 즉 굶어 죽은 일 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한 북한 간부들이 법을 제대로 집행했더라면 인민들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북한에서 시장에 나오는 식량 대부분은 다른 지역에서 가지고 옵니다. 북한에서는 지금도 곡식의 이동을 법으로 금지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여행증을 소지하지 않고는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뇌물을 받는 간부들이 장사꾼들에게 여행증을 발급하고, 그들이 타는 차량를 단속하지도 않고, 시장에서 쌀이나 강냉이와 같은 식량을 파는 것을 보고도 못 본 척 하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이 그나마 먹을 것이 있게 된 것입니다. 북한 간부들이 기적적으로 하루 아침에 뇌물을 받지 않고 법대로 살게 된다면 나라가 곧 무너질 것입니다. 부정부패는 현대 북한 인민들이 살아남는 필요 조건 중에 하나입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은 북한 사회의 부패구조에 관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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