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 김정은, 부패사슬 끊으려면 개혁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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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순서에서도 북한의 부정부패 문제에 관해 좀 더 살펴봤으면 합니다. 교수님 말씀대로 북한에선 주민들이 살아남기 위해 불법이라도 장사라든가 기타 영리행위를 해야 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보면 부정부패가 주민들 입장에선 그다지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요?

란코프: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 말하면 부정부패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합니다. 장기적으로 보아도 부정부패는 북한의 경제 성장을 막는 요소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느 정도 아편과 같은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몸이 아주 많이 아플 때 아편을 먹으면 고통이 사라지고 일상생활을 하기가 조금 수월해집니다. 그 때문에 북한에서 근래에 치료제가 없을 때는 아편을 조금씩 복용케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편을 지속적으로 먹으면 몸이 파괴됩니다. 사실 약이 된다기 보다 독이 됩니다. 북한의 경우 부정부패는 아편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변: 그러니까 부정부패가 단기적으론 북한 주민들에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론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말씀인데요. 왜 그럴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이 부정부패를 중심으로 가면 경제구조 개선 및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물론 최근의 북한 경제는 좋아졌습니다. 지금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대만큼이나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나 남한경제만큼 북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지는 못합니다. 그 이유는 경제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그 뒷받침이 될 수 있는 정치제도 및 법률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부정부패를 양산하는 시대착오적이며 인민들을 죽이는 법칙과 규칙을 없어져야 하고, 나라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법칙과 규칙을 새로 제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부정부패에 익숙해진 지도계층은 이렇게 해야 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합니다. 이것이 바로 첫 번째 문제점입니다.

변: 그렇다면 두 번째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란코프: 두 번째 문제는 아주 장기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북한 사회를 보면 부정부패가 일상생활화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일상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북한 사람들의 의식은 간부이면 뇌물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이와 같은 의식은 하루 아침에 없어질 수 없습니다. 조만간 북한의 시대 착오적인 국가 사회주의가 무너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대가 다가 올 때도 부정 부패에 익숙한 북한 사람들은 특히 김정일, 김정은 시대의 간부 출신들은 부정 부패 행위를 그대로 많이 답습할 것 같습니다. 그들은 이 나쁜 버릇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중국처럼 개혁과 개방을 통해 합리주의 적인 경제 정책을 실시할 경우에도 부정부패는 계속 문제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남한에 흡수통일이 돼도 부정부패가 남아있을 겁니다. 특히 노동당 간부 출신, 보안소, 보위부 출신들은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 됩니다.

변: 올 봄 북한 김정남, 김정일의 첩인 성혜림의 아들 김정남이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요지 편집위원한테 이런 얘길 했습니다. 즉 "북한에서 돈 버는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고위층에 상납하는 뇌물 금액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면서 "이처럼 부패한 구조는 반드시 붕괴한다. 소련의 붕괴 직전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는데요. 김정남의 발언이 근거가 있다고 봅니까?

란코프: 근거가 있지만 제가 소련 사람이니까 소련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북한이 소련보다 훨씬 심합니다. 소련에서 부패가 가장 심했던 중앙아시아 지역보다도 북한은 더 심합니다. 북한의 부정부패는 소련과 비교해도 전례가 없는 것입니다.

변: 그러니까 김정남이 언급한 소련보다도 북한의 부패가 심했다는 말씀이네요. 과거 중국도 부정부패가 있었지 않습니까?

란코프: 제가 보니까 중국은 사실상 공산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공산주의 간판을 건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물론입니다. 중국에도 부정부패가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보다 훨씬 덜합니다. 북한 정부가 설령 체제를 중국처럼 바꾼다 하더라도 북한 간부들은 부정부패라는 나쁜 버릇 때문에 불법 행위를 중국 공산당 간부들보다 훨씬 많이 일으킬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심각한 부정부패는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를 연구한 학자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아프리카 대부분이 경제성장을 이룩하지 못하고 어렵게 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심각한 부정부패라고 합니다. 북한에서 부정부패에 익숙한 간부들은 주민들의 이익과 복지를 위해 일을 추진하는 것보다 자신의 개인 이익을 고려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비합리적인 정책이나 부정적이고 해로운 정책을 실시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일 시대부터 일상화된 부정부패 문화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문제로 남아있게 될 것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변: 사실 부정부패를 없애는 일은 민주주의 나라에서도 참 어려운 일인데요.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나라에서 부정부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란코프: 물론 하루 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가 부정부패를 초래 할 수 밖에 없는 시대착오적인 제도를 하루 속히 포기하고 현실에 맞는 법을 하루빨리 제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 사람들이 앞으로 불법 생활을 청산하게 된다면 부정부패도 대폭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북한의 개혁노력은 나라의 경제를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정부패 문제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기적과 같은 개혁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김정일 시절의 정치 때문에 북한 사회에서 부정부패의 뿌리는 너무 깊이 박혀버렸기 때문입니다.

변: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은 아무래도 선친 김정일의 유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부정부패, 과연 김정은 시대에도 계속 될 것으로 봅니까?

벌써 말씀을 드린 바와 같이 부정부패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 최초 걸음은 경제와 현실에서 거의 무관하게 된 법칙을 취소해야 합니다. 바꾸어 말해서 부정부패를 줄이는 방법은 개혁뿐입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김정일의 유산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개혁을 시작할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