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남한 국민대 교숩니다. 안녕하세요.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3대째 이어진 김정은의 독재, 북한체제가 무너진다는 것은 3대째 이어지는 독재체제가 없어진다는 걸 의미하는데요. 독재체제가 없어진 뒤의 북한에서 주민들이 잘 살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역설적으로 지금 북한 사람들에게 돈이나 재산 모으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질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북한 사람 대부분에게 미국 돈으로 1000달러, 중국 돈으로 7000위안은 큰 돈이 아닐까요?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이것은 결코 큰 돈이 아닙니다. 이것은 남한에서 미숙련노동자가 한달 정도 돈을 버는 액수입니다. 남한 사람들이 보기에 이런 미숙련 노동자는 확실히 어렵게 사는 사람입니다. 남한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생활수준도 북한에서 하급 노동당 간부 생활 수준보다 조금 높습니다. 지금 북한 사람들이 큰 돈처럼 생각하는 금액은 체제붕괴나 통일 이후에 거스름돈과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통일 후에도 힘이 되는 돈은 적어도 수만 달러 이상은 돼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 사람 대부분에게 이러한 돈은 그림의 떡입니다. 그들이 지금 저축할 수 있는 돈은 별 힘이 없을 것입니다.
변: 북한 주민들이 이처럼 돈이 없고, 돈을 모을 수도 없다면 어떤 재산이 가치가 있을 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 통일 이후에도 어느 정도 돈 가치가 생길 수 있는 재산은 부동산뿐 입니다. 세계 역사를 통해 잘 알 수 있듯이 소득이 많이 높아질수록 부동산 가격도 그만큼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상 부동산 가격은 소득보다 더 빠른 속도로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자신의 부동산을 남한 투기꾼들에게 싸게 팔지 말아야 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 수도 없지만 김정은 정권이 없어진 다음, 그들이 사는 집은 그들의 거의 유일한 재산이 될 것입니다. 물론 북한 주택 대부분은 남한 사람들이 보기에 너무 나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있습니다. 초가집이라도 가치가 있을 겁니다.
변: 재미있는 지적이네요. 돈보단 초가집이라도 집을 가지고 있어야 재산가치가 오른다는 말씀인데요. 이런 것 말고도 북한 주민들이 통일 뒤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 김씨 왕조의 세습 독재 이후, 통일 이후 북한주민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 중에 교육만큼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물론, 북한 사람 대부분은 나이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자녀들의 미래를 고려한다면 자녀들을 잘 공부시켜야 합니다. 소련의 경험이 잘 보여주듯이 공산주의가 무너진 다음에도 지식수준이 높은 사람은 훨씬 새로운 사회에 더 잘 적응하였습니다.
변: 북한 자녀들이 공부해야 할 과목들 가운데 가장 크게 써먹을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란코프: 우선 가장 먼저 공부하지 말아야 하는 과목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해서 공부를 많이 한다 하더라도 도움이 되지 않는 과목 이야기 입니다. 이들 과목 대부분은 정치적 이념이 많이 포함된 인문사회학, 역사학입니다. 김일성 혁명사나 김정은 혁명사를 배운 사람들은 김 가족 세습독재가 없어진 다음에 할 일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들이 배운 내용은 대부분 거짓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연과학이나 기술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체제가 바뀐다 할지라도 수학, 외국어, 물리학, 공학 등은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가치가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시장경제대국인 한국에서 북한 사람들이 쌓은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은 높은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변: 기술과 자연과학 말고도 어떤 과목이 더 필요할까요?
란코프: 현대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지식은 외국어 지식과 컴퓨터 지식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니 이와 같은 지식은 핵심 지식이 될 가능성 보다 주변지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들은 물리학이나 과학, 경제학이나 건설학을 배우면서 외국어와 컴퓨터를 배워야 합니다. 외국어 및 컴퓨터 능력은 현대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필수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북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외국어공부나 컴퓨터 공부를 시킨다면 아주 좋은 대책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외국어는 어느 나라 말이어야 할까요? 물론 현대사회에서 외국어는 역시 영어입니다. 좋든, 싫든, 영어는 현대 과학 기술에서 거의 유일한 언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영어를 모르는 사람은 현대기술을 개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용까지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중국어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중국은 불가피하게 통일 후에도 한반도 경제에 심한 영향을 미치고 수많은 교류 대상이 그 관계에서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지금 북한에서 간부집 아들 딸만 영어를 많이 공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있지만 사실상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자녀들을 공부시킬 수도 있습니다. 저는 구 소련에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우리 어머니는 저에게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많이 공부시켜 주셨고 현재까지 저는 아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변: 그렇다면 통일 뒤 북한 주민들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대비책으로 공부가 거의 유일한 준비방법 이라고 생각합니까?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통일 이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김정은 독재정권 이후 공부만큼 중요한 방법이 없습니다. 자신의 개인 성공을 위해서도 나라의 복구를 위해서도 북한 사람들이 공부하기도 하고 자식들을 공부시키기도 한다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서는 통일 뒤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생존 무기는 무엇인지에 관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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