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제가 어려운 이유는 경제 구조 때문”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금강산 등 경제개발구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힌 가운데 2일 서울 종로구 현대아산 투어센터 앞으로 직원이 지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금강산 등 경제개발구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힌 가운데 2일 서울 종로구 현대아산 투어센터 앞으로 직원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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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북한 김정일 제1위원장이 신년사와 관련해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남한 국민대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정일 위원장이 새해 벽두부터 남북대화에 큰 관심을 보여 올해 남북관계에 청신호가 켜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정은이 이처럼 남북대화에 열을 올리는 까닭을 무엇이라고 봅니까?

란코프: 제가 보니까 가장 중요한 게 사실상 북한은 남한과 긴장을 고조함으로써 얻을 게 별로 없습니다. 원래 북한이 사용하던 정책은 우선 도발 등을 통해 긴장감을 고조한 뒤 그 뒤엔 이를 완화해 남측에게 여러 양보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외교는 효과가 없어진 지 5~6년 됐습니다. 북한은 지금 남한과 관계를 개선해 경제개발에 필요한 지원을 얻고 싶다는 희망이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이것은 좋은 소식입니다.

기자: 김정은이 이렇게 나오는 데는 과거처럼 도발적 행동을 보여선 남측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겠죠?

란코프: 사실 북한은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차례 긴장을 고조해서 남측에서 양보를 얻어내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현재 북한이 타협을 통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남한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이는 좋은 소식입니다.

기자: 이번에 김정은은 남북대화 재개에 앞서 한미군사훈련 중단 같은 전제조건을 내놓았는데요. 이걸 보면 대화의 진정성도 의심해볼 여지가 있지요?

란코프: 북한이 이런 조건을 어떻게 구사할지 모르지만 이런 전제 조건을 이용해 회담을 하지 않는 구실로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경우 남한 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남한과 회담을 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객관적으로 북한은 지금 남한과 교류를 더욱 필요로 합니다. 왜 그럴까요? 돈입니다. 북한경제가 옛날보다 좋아지고 있지만 너무 안 좋습니다. 북한이 지난 60~70년 동안 외교를 펼쳐온 주된 목적은 외국에서 지원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기자: 이처럼 부쩍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는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남측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아닐까요?

란코프: 돈이죠. 쉽게 말하면 돈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북한 경제가 옛날보다 좋아지곤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한은 지난 60~70년 동안 외교를 구사한 목적이 무엇인가요? 외국에서 지원 혜택을 얻어내기 위해섭니다. 즉 외교는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수단이고 지금도 그렇다고 봅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은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란 조건을 달긴 했어도 정상회담 가능성도 내비쳤는데요. 속셈은 뭘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북한 주민들도 환영할 것 같습니다. 북한의 소박한 사람들은 통일을 위한 것인 줄 알 겁니다. 이들은 통일이 오면 사정이 많이 좋아질 것이고 정상회담을 하면 통일의 방향으로 가는 길로 생각할 겁니다. 이것은 소박한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은 환영을 안 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같은 정상회담은 경제교류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제교류를 하면 누가 더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을까요? 북한 측입니다. 이건 불평등한 교류인데 남한이 많이 주고 북한이 더 많이 얻습니다. 이는 나쁜 게 아닌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교류로 북한 측은 필요한 걸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이런 정상회담을 환영할 겁니다.

기자: 북한이 혹시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실험 등으로 유엔의 심각한 경제제재에 따른 고립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속셈은 아닐까요?

란코프: 아닙니다. 그런 견해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실상 국제제재는 효과가 없습니다. 북한경제가 좋아지기 시작한 게 2002, 2003년부터입니다. 국제제재가 실시될 무렵부터 북한 경제는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제재 때문에 고생이 많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지금 북한 경제가 좋아지고 있지만 아주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한이 어려운 것은 북한 경제 구조 때문이라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도 있고 외부투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제재와 별 상관이 없습니다. 현재 북한에 대한 투자를 하는 나라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설령 북한에 대한 제재가 없었다고 해도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일본은 북한에 투자할 이유가 없습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이나 러시아도 북한에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데 이것도 유엔 제재 때문일까요?

란코프: 이들 나라가 북한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제재 때문이 아닙니다. 거듭 말하지만 북한이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운 데 이는 제재와 별 상관이 없습니다. 북한은 1950년대부터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외교력을 동원해 외부세계에서 지원을 받았습니다. 1960년대, 1970년대 소련과 중국의 사이가 좋지 않자 북한은 중소 분쟁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두 나라에서 많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북한은 1990년대 말부터는 남한과 미국에게서도 지원을 얻어냈습니다. 2007년부턴 중국에서 지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과 관계가 많이 어려져서 북한은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어느 정도 성장을 위해 필요한 도움을 어디에서 얻을 수가 있을까요? 바로 남한입니다.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희망도 있지만 이는 많이 과장돼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로 남한에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이 어려운 경제를 살리려면 이웃인 남한의 도움을 받을 밖에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는 말이군요?

란코프: 북한 경제는 지금 비교적으로 괜찮습니다. 물론 이웃인 남한에 비하면 너무 못 살지만 그래도 5년, 10년 전보단 잘 삽니다. 하지만 북한 경제는 외부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면 성장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 때문에 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외부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지원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중국도 가능하지만 요즘 북한은 중국에 대해 조금 적대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서 중국 측 지원을 얻기 위해 아무 노력도 않습니다. 북한은 마음만 먹으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북한에 대한 짜증이 많습니다. 중국 정부는 핵 개발을 비롯한 북한 정책을 비판적으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