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올해도 경제발전 청사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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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김정일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국내경제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신년사를 보면 김 위원장이 국내 경제 문제에 관해서 장황하게 언급했는데요. 이를테면 인민생활의 향상을 이뤄야 한다면서 농산, 축산, 수산 분야에서 식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혹시 경제부문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나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국내 경제문제에서 새로 언급된 게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작년에 북한은 2012년에 도입한 6.28 방침을 실시했을 뿐 아니라 작년에 5.30 조치도 내놨는데요. 이것은 농업에서 농가를 중심으로 한 농업발전에 대한 정책이고, 공업에선 경영정책에 대한 변화가 골자입니다. 이것은 무척 중요한 조치인데도 이번 신년사에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습니다. 북한 경제의 성장을 막는 기본 문제인 재산구조, 경영구조에 대한 아무 언급이 없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시행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면서 제일 먼저 농업부터 시작한 게 중요합니다. 제일 처음 농업을 언급했고 그 뒤 어업을 말했습니다. 그 다음엔 경공업, 또 그 다음으로 중화학 공업 순으로 언급했는데 이것은 지금까지 보아오던 순서와는 다른 것입니다.

기자: 흥미롭군요. 그럼 지금까지 북한 지도자들이 신년사에서 이런 문제들을 다룬 순서는 어떠했나요?

란코프: 전통적으로 제일 먼저 언급한 것은 중화학 공업입니다. 그 뒤에 경공업, 그 후에 농업, 그리고 제일 나중에 어업을 언급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농업이 경공업보다 먼저 언급됐습니다. 이번에 김정은이 보내고 싶은 신호는 이런 겁니다. 즉 이제부터 석탄이나 강철 생산보다 인민의 복지, 생활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진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순 없습니다. 특히 내부를 보면 북한경제 상황을 좋아지게 하는 정책과 관련해 아무 언급이 없습니다. 말로만 더 열심해 해라는, 더 책임있게 하면 잘 될 것이다 하는 데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북한 사람들은 지난 70년 동안 이 같은 얘기를 들어왔습니다. 70년 전 북한은 동아시아에서 잘 사는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일 잘 못 사는 나라가 됐습니다. 아무 내용이 없는 구호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건 구호에 불과 합니다. 열심히 하자, 더 많이 하자? 무슨 뜻입니까? 그럼에도 이번에 농업을 제일 먼저 내세운 건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기자: 문제는 이런 과업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대책이 빠져 있다는 점이죠?

란코프: 그렇습니다. 만일 북한이 경제, 경영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소유와 재산관계를 바꾸지 않는다면 경제 개발을 이룰 수도 없고, 민중의 생활을 개선할 수도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기자: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경제구조를 바꾸고, 소유 관계를 바꾸면 북한이 추구해온 사회주의를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란코프: 물론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사회주의 경제는 사실상 아래에서 많이 바뀌었습니다. 자발적인 시장화가 진행된 지 20년이 됐습니다. 지금 북한에서 사회주의는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북한 정부가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 같다는 겁니다. 인정하지 않는 듯 합니다. 바로 그 때문에 북한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는 겁니다. 왜? 북한 정부가 시장화를 환영할 뿐 아니라 인정했다면 시장이 빨리 성장하도록 체제를 바꿀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이 같은 자발적인 시장화가 생긴 것 마저 인정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북한은 이런 새로운 경제가 돌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않습니다. 북한이 체제를 바꾸지 않는다면 경제가 조금씩 좋아질 순 있겠지만 많이 좋아질 순 없습니다.

기자: 북한이 시장경제를 발전시키지 않으면서 경제를 발전시키려니 여러 한계에 부닥치고 있는데요. 김정은이 남북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도 이런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 같은데 이것도 쉽지는 않겠지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신년사엔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비록 혁명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올바른 방향으로 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하지만 여전히 김정은은 과거처럼 선군노선을 강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북한 최고 지도자는 그런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되지만 그것은 의미가 없는 말입니다. 이건 그냥 포장에 불과합니다. 중국을 봅시다. 중국은 사실상 야만적인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유럽에서, 미국에서 100년에 볼 수 있었던 자본주의는 중국 자본주의와 아주 유사합니다. 그런데도 중국 지도자들은 사회주의든, 공산주의든 그냥 운운하고 있지 않나요? 이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도 주체사상을 좋지 않다고 생각할겁니다. 그래도 인민들에겐 꼭 해야 말해야 합니다. 이 같은 사상은 별 의미가 없는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혀 무시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선군 정치든, 주체사상이든 백두혈통이든 의미가 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김정은이 이번 신년사에서 언급한 것 중 주목을 끄는 게 대외경제 개발 문제인데요. 이를 위해 원산, 금강산 관광단지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했지 않습니까?

란코프: 네, 재미있는 일인데요. 왜 그럴까요? 이것은 김정은 정부의 희망입니다. 그들은 관광개발에 많은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그들의 희망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북한에 많이 와서 이런 저런 물건을 사고 호텔에 투숙하면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건 완전히 환상입니다. 제가 볼 때 북한에 가고 싶은 사람들이 매년 수만 명에 불과할 겁니다. 그들의 희망은 수십 만 혹은 백만 명이겠지만 근거가 없는 환상입니다. 하지만 이런 관광개발을 한다는 것은 외국과 협력하지 않으면 개발이 어렵다, 다시 말해 우리가 관광개발을 위해선 해외와 협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는 건데요, 파격적이죠. 비록 환상이긴 하지만 국제협력에 대한 필요성을 한다는 의식이 생긴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관광은 환상이죠.

기자: 그런데 관광사업을 개발하려면 외국, 이를테면 중국의 자본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한국하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때문에 벌써 몇 년 째 관광이 중단된 상태 아닙니까?

란코프: 물론입니다. 지금 제가 보니까 북한의 기본 희망은 남북관계가 정상화할 경우 북한은 금강산 관광 산업을 재개할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게 금강산 관광은 돈을 잘 버는 방법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이 시간에선 김정일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국내 경제문제와 관련해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