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내용과 관련해 미국의 민간 외교전문연구기관인 외교협회(CFR)의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선임 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 1일 육성 신년사를 통해 올해 북한의 국정지표가 무엇인지를 밝혔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이 받은 인상은 어떻습니까?
스나이더: 제가 받은 인상은 이런 겁니다. 즉 김위원장의 연설이 우선은 북한이 정상적인 상태에 있다는 인상을 주는 동시에 올해 북한 주민들이 이룩해야 할 성취와 목표에 대해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기조를 보여주려 한다는 겁니다.
기자: 이번 연설을 보면 김정은이 특히 경제 부문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데요. 경제를 유독 강조한 데는 장성택 숙청 이후 다소 혼란스런 국내 사태가 정상을 회복했다는 인상을 주려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스나이더: 그렇습니다. 이를 통해 우선 주민들의 단합을 다지고 올해 이룩할 경제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면서 다른 한편으론 지난해 벌어진 정치적 난관이 말끔히 가셨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죠.
기자: 김 위원장은 또 내부적으론 경제 건설에 역점을 두었고, 외부적으론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하지 않았습니까?
스나이더: 이번 신년사를 보면 남한과의 관계를 조금 언급한 것 외에 대외 관계에 대해 아무런 내용이 없습니다. 게다가 대남관계 부분과 관련해서도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게 없지 않습니다. 북한이 대남 관계를 규정하는 조건을 보면 남한보고 더 북한처럼 되라는 건데요. 오늘날 남한 사람들 가운데 누가 남한이 북한처럼 되는 데 관심이 있습니까? 아무도 없죠. 설령 북한이 애착을 가질지도 모르는 남한의 관련 단체도 아주 작아서 일을 꾸며도 성사될 가능성이 없습니다.
기자: 문제는 과연 김정은이 대남관계에 있어 진정성있느냐 하는 점 아닙니까?
스나이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밝힌 기조는 분명합니다. 즉 대남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 '우리민족끼리'를 최우선으로 내세우겠다는 것이죠. 또 그렇게 될 때 대남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많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남한은 북한에 대한 안보 우려라든가 경제적 이해, 나아가 외부세계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를 대북관계의 기조로 삼기는 정말 불가능합니다.
기자: 김정은은 또 이번 연설을 경제 부문에 많이 할애하고 있지만 정작 '개혁'이란 말을 사용하진 않았죠?
스나이더: 김정은은 개혁이란 말 대신에 개선이란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농업부문의 개선 같은 것이죠. 북한에서 농업은 여전히 국가의 중심이고 국가가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북한 주민들이 농업부문에서 보고 싶은 주된 개혁은 일반 주민들이 스스로 경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힘을 갖는 겁니다. 이런 게 연설에선 보이지 않습니다.
기자: 김정은은 이번 연설에서 북한의 핵무장력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혹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고 봐도 됩니까?
스나이더: 아주 미묘한데요. 그것도 미국에 대해 전쟁에 따른 후과를 빗대어 언급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미국에 대한 억제력이자 위협으로 핵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긴 했지요. 하지만 신년사의 다른 대목을 보면 핵 우선정책과 관련해 간접적으로 언급한 대목이 나오는데요. 신년사 앞 부분을 보면 핵과 경제를 병행한다는 '병진노선'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핵 개발도 하고 경제 발전도 이룬다는 '병진노선'을 유지하는 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힘들다고 봐야죠?
스나이더: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병진노선을 추구하면서 미국과 관계 개선도 할 수 있다는 북한 측 논리를 완전히 배격했다고 봅니다. 그게 국제 규범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핵금지확산조약에 서명한 나라들은 이 조약을 준수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 조약에 서명하고도 휴지조각처럼 내팽겨쳤습니다.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해야 할 중요성과 핵 확산과 관련한 잠재적인 위협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관계의 개선과 관련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원하는 겁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부시 전 행정부도 오바마 현 행정부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2005년 9월 공동성명을 준수하지 않고는 북한과 관계 개선을 하거나 정상화한다는 생각은 꿈꿔본 적도 없습니다. 다시 말해 2005년 9월 공동성명이 미국입장에선 대북관계 개선의 기초가 됩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북한은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요?
스나이더: 그렇습니다. 북한은 투명하게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영번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하나 방법은 농축 우라늄과 관련한 완전한 내역을 신고하는 겁니다.
기자: 이번 신년사를 보면 중국에 관한 언급이 없습니다. 중국 측 입장에서 볼 때 친중 인사의 상징격인 장성택을 제거한 게 북중관계에 좋은 영향을 줄리 없죠?
스나이더: 사실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게 놀랍습니다. 그걸 보면 김정은도 중국을 반드시 잘 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 순간에 북한과 중국 관계는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장성택은 중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개혁 가능성을 상징하는 인물이었죠. 나아가 장성택은 북한이 중국 식 경제모델을 따를 것을 바라던 중국의 희망을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장성택을 처형한 것은 그런 개혁의 희망이 사라진 걸 말합니다. 김정은이 이런 걸 알고도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그가 지금 장성택 숙청에 따른 후과에 직면해 있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북한과 중국 간의 정치적 관계가 그렇습니다. 두 나라 사이엔 지금껏 고위급 대화가 없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언제 북한을 방문할 지도 모릅니다.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지 못한 것도 두 나라 관계의 어려움을 말해줍니다.
기자: 그런데 지금처럼 북한이 핵개발 문제 때문에 유엔의 경제제재로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는 상황에선 김정은이 아무리 좋은 경제 구상을 가지고 있더라고 실천하기가 힘든 게 아닙니까? 북한은 이미 세 차례의 핵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물론 미국, 심지어 우방인 중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당하고 있는 상태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스나이더: 제가 볼 때도 김정은의 경제 구상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남한이나 중국이 거둔 것과 같은 경제적 성취를 얻지는 못할 겁니다. 북한이 가진 중앙통제식 경제로 인해 북한 주민은 지금 엄청난 희생과 비용을 치르고 있는 셈입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여러 모로 올해도 북한이 난관에 처할 것 같은데요. 김정은에게 충고를 한다면?
스나이더: 북한은 진짜 경제를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북한이 외국 투자를 끌어들이기 아주 힘들 겁니다. 북한이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하려면 궁극적으로 대외투자 관계가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핵 문제를 풀지 않고는 정말 외국 투자를 끌어들이긴 어려울 겁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서는 북한의 올해 국정 방향을 담은 김정은의 신년사와 관련해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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