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소니해킹으로 올해 대미관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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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올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할 뜻은 밝혔으면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 여부에 대해선 별 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도 핵과 경제개발을 지속하겠다는 '병진노선'을 뜻을 천명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주요 외교목표로 삼고 있는 미국에 대해 관계 개선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도 보이는데요. 어떻게 봅니까?

란코프: 북한은 물론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게다가 미국에 대한 별 언급이 없다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미국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원래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면 지원을 받을 걸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소니영화사 해킹 건을 비롯해 최근 사건을 감안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미국이 당초 북한에 관심이 많았던 이유는 핵포기, 즉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희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핵보유국이 된 북한은 역설적으로 말하면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중요한 나라가 아닙니다. 물론 북한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 나라를 중심으로 한 세계관을 갖고 있습니다. 당연한 거지요. 객관적으로 말하면 북한은 아주 어렵게 사는 아주 작은 나라입니다. 미국은 북한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북한에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혹은 수 많은 핵무기를 생산한다면 즉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면 미국은 어느 정도 신경을 쓰기 시작할 겁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북한은 그런 능력이 없습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의 관영매체를 보면 마치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했다는 식으로 떠들지 않습니까?

란코프: 북한 언론을 보면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내부용 거짓 선전에 불과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 사실을 잘 압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환영하지만 지금 비핵화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봅니다. 동시에 현 단계에서 미국은 북한을 직접적인 위협으로도 보지 않습니다. 결국 현 단계에서 북한은 미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만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시험한다면 아마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입니다. 그 경우 미국도 북한을 무시할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북한이 미국에 압력을 가할 방법은 없습니다.

기자: 사실 김위원장이 3년 전 북한 최고 지도자로 들어서면서 북한과 미국 간에는 어느 정도 관계개선의 기대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죠. 하지만 2012년 봄 김정은이 장거리 로켓 실험과 핵실험을 잇따라 강행하면서 미국과의 관계개선 희망도 물 건너갔지 않습니까?

란코프: 미국이 필요한 게 무엇입니까? 첫째론 비핵화입니다. 왜 그럴까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아주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나중에 북한처럼 핵무기를 개발할 나라가 많습니다. 그 때문에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바람직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지금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미국은 현 단계에서 비핵화를 이룰 순 없지만 동시에 북한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북핵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기술수준, 특히 미사일과 장거리 미사일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의 위협, 북한 정책을 쉽게 무시할 수 있죠.

기자: 북한이 얼마 전 김정은 제1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영화인 '인터뷰'를 미국 소니 영화사가 제작, 배포하려하자 소니사를 상대로 해킹을 자행해서 미국정부의 추가 제재를 받았습니다. 제재의 골자는 북한 정찰총국, 광업개발공사, 단군무역회사 등 단체 3곳과 개인 10명을 경제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인데요. 이번 제재를 놓고 일부에선 미국의 대북제재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란코프: 물론 역효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말씀을 드렸듯이 이런 역효과를 과대평가해선 안 됩니다. 역효과이긴 해도 그리 심하진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번 제재 대상은 몇 개 기관과 10명의 인사들인데요. 제가 볼 땐 이건 상징적입니다. 특히 제재 대상에 오른 10명은 해외 여행도 안 가고 필요 시 해외에 나갈 때 가짜 이름을 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제재로 그다지 어려움이 많지 않을 겁니다. 북한 지배층은 아주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같은 제재는 그들의 생활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겁니다.

기자: 그럼에도 이번 소니 해킹에 따른 추가제재로 북미관계는 더욱 어려워지겠죠?

기자: 물론 그 때문에 북미관계는 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그대로 제가 보니까 이런 제재는 상징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향후 태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겁니다. 물론 지금 북한이 외부에서 지원을 많이 필요로 하고 특히 중국과 관계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그런데요. 그들에게 새로운 제재는 어느 정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과장해서 평가할 이유는 없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은 북미관계에 아랑곳 하지 않고 앞으로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봐야죠?

기자: 제가 15년전부터 반복해서 말해왔지만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북한은 핵을 억제력, 협박외교수단, 국내선전 수단으로 너무 필요로 합니다. 그 때문에 북한 체제가 바뀌지 않는다면 북한은 그대로 핵을 유지할 겁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이 우선국정 과제로 삼고 있는 경제개발을 위해선 외국에서 투자유치가 필요한데 핵을 개발하면 이것도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란코프: 북한 지배층의 논리로 보면 투자가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겁니다. 투자가 없으면 경제발전이 어렵지만 경제발전이 안 돼서 고생하는 사람은 누군가요? 당 간부입니까? 당 중앙지도원입니까? 아닙니다. 일반 서민입니다. 물론 북한 지배계층은 인민의 고생을 무시하진 않겠지만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우리가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경제성장을 이룩할 순 있겠지만 외부에서 공격을 받을 수도 있고, 국내에서 쿠테타가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핵무기를 유지할 경우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이런 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들에게 핵무기는 생존 무기입니다. 핵무기는 살아남기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물론 경제발전은 바람직한 것입니다. 하지만 핵무기 때문에 가능한 체제유지는 절대적인 조건입니다. 그 때문에 그들은 경제발전을 위해서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경제발전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하긴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생존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