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서는 올 한 해 북한이 지난해와 달리 남한을 비롯한 주변국들과 어떤 대외정책을 펼쳐갈 것인지, 또 그 과정에서 걸림돌은 무엇인지에 관해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David Straub) 씨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은 현재 핵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외부세계의 지원도 받을 수 없고, 경제도 엉망입니다. 특히 북한이 내심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는 미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올해도 두 나라 관계가 좋아질 가능성은 그다지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과연 김정은도 핵 문제 때문에 북한이 꼼짝달싹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까요?
스트라우브: 제 생각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북한 지도자들의 전략은 핵무기를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북한은 현재 미국을 가장 큰 골치거리 가운데 하나라고 간주합니다. 물론 북한은 남한을 장기적으론 가장 큰 골치거리로 보지만 단기적으론 미국을 더 큰 문제로 봅니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은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는군요?
스트라우브: 맞습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죠. 사실 과거 북한은 미국과 중국을 서로 경쟁시키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도 있다고 믿었습니다. 북한이 1960년대 중국과 러시아 경쟁을 통해 이득을 얻은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다신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건 오늘날 세계에서 북한의 위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북한 지도자들의 마음속에 환상일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북한 지도자들은 그런 환상을 가졌던 겁니다.
기자: 현재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한 어떤 진지한 협상도 관계 개선도 할 수 없다는 입장 아닙니까?
스트라우브: 맞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한 오바마 행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향후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도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한다든지 혹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거나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미국은 그런 북한을 오히려 고립시키고 제재를 가하고 봉쇄할 겁니다. 결코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북한의 전략은 핵실험을 한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오래 버티다 보면 미국을 움직여 제재를 풀 수도 있고, 미국이 한반도에서 떠난다고 믿는 모양인데 이게 문제입니다.
기자: 인도나 파키스탄을 꿈꾸는 북한의 전략이 성공할 걸로 봅니까?
스트라우브: 아니죠. 북한이 원하는 대로 되려면 미국이 양보해야 하는데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는 건 미국의 이익과는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앞으로도 생존할 수 있을까요? 물론 장담할 순 없지만, 상당 기간 존속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경우 핵심적인 요소는 중국과의 관계일 겁니다. 중국이 앞으로도 더 많은 정치적, 군사적인 지원을 할 경우 북한은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될 겁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근래 북한과 중국 관계에 이상 조짐이 보이지 않았습니까? 예를 들어 김정은이 최고 권력자로 나선지 2년이 넘도록 아직 중국을 방문하지 못한 것도 그렇고요. 특히 작년엔 중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어오던 장성택이 전격적으로 숙청돼 중국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 않았습니까?
스트라우브: 모르긴 해도 중국 지도자들도 상당히 놀랐을 것이고 동시에 숙청과 관련한 북한 지도부의 생각과 태도에 우려를 품었을 겁니다. 하지만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고려는 장성택 숙청보다는 더 근본적인 원칙에 기반하고 있어 중국의 대한반도 혹은 대북 접근에 어떤 상당한 변화가 단시일 안에 벌어질 것으론 보지 않습니다. 현재 북한과 중국 관계는 김정은이 아직 중국을 방문하지 못하면서 긴장 국면에 처해 있는데요. 설상가상으로 장성택이 숙청되면서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거나 계속 미뤄질 것 같습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도 지난해 소위 병진노선을 채택해 경제도 개발하고 핵도 갖겠다고 선언했는데요. 문제는 이런 노선을 추구하면서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인데요?
스트라우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그게 이뤄지려면 미국이 자신들을 핵 국가로 인정하라는 북한의 위협에 굴복해야 하는데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또 하나 요인은 중국의 대북지원 문제인데요. 비록 중국이 대북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진 않겠지만 북한이 지금처럼 문제가 많은 노선을 고수하는 한 앞으로도 많은 지원을 할지는 의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병진노선은 제대로 굴러가지도 못할 것이고,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도 아닐 겁니다. 북한이 전 세계의 진지하고 존경할만한 기업인들이 북한에서 무역상의 비교 우위를 느끼면서 안심하고 투자할 만한 환경을 가졌을까요? 대답은 아니라는 겁니다. 설령 대북 제제가 없더라도 북한이 처한 환경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는 이런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요..
기자: 하지만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요. 북한 지도부의 그런 인식에도 문제가 있죠?
스트라우브: 북한 지도자들이 품고 있는 두 가지 근본적으로 잘 못된 인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핵을 지금처럼 가지고 있으면 대북 제재를 풀 수 있고, 미국도 한반도를 떠나도록 할 것이란 생각인데요. 오히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으면 제재는 그대로 있을 것이고 시일이 흐르면서 더 강화될 겁니다. 또한 그건 한미 군사동맹을 더욱 강화시켜줄 겁니다. 또 다른 점은 북한 지도자들이 미국이 자기들의 주된 문제라고 믿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은 자국에 대한 군사압력이나 국제사회의 제재가 다 미국이 주도해 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북한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점은 설령 미국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도 북한은 여전히 끔찍한 상황을 면치 못했을 것이란 점이죠. 왜냐하면 전 세계 나라들은 북한의 행동 양식에 상당한 불편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기자: 북한은 근래 비핵화는커녕 자신들을 핵무기 국가로 인정해달라며 미국을 상대로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이 응할 가능성은 없죠?
스트라우브: 그렇습니다. 만일 북한이 헌법에서 자기들을 핵무기 국가라고 명기했고, 아무런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 핵 협상에 임한다면 미국은 앞으로 당분간은 북한을 핵무기 국가로 간주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겁니다. 물론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미국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엄청난 시간과 정력을 북한이 간여해온 핵확산 활동을 저지하는 데 쏟아왔기 때문입니다. 또 미국이 북한과 핵 협상에 임하게 된다면 한미 관계는 물론 미일 관계에도 엄청난 우려와 문제를 안길 것입니다. 게다가 미국 국내적으로도 그건 정치적으로 용납될 수 없습니다. 보수적인 공화당은 물론이고 대다수 진보적인 민주당도 미국이 정말 합리적인 선에서 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란 근거를 제공하지 않는 한 북한과의 협상에 반대할 겁니다.
기자: 이래 저래 북한은 올 한 해도 대외적으로 상당한 난관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데요. 그런 점에서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에 어떤 충고를 하겠습니까?
스트라우브: 제가 볼 때 북한 지도부는 현재 자기들이 처한 국내외적 상황에 대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가정을 재평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대외적으로 과연 북한의 핵무기가 자국의 안보를 증진시키는가 말입니다. 대북제재가 여전한 가운데서도 북한이 만일 종국에 가선 북한이 핵무기 국가로 인정받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미국과 남한은 물론 국제사회를 근본적으로 오도하는 겁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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