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올해 북한의 핵 문제 및 대미 관계와 관련해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동아시아정책센터 소장인 리처드 부시(Richard Bush III) 박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를 보면 북한은 남한과는 관계 개선용의를 밝히면서도 핵 문제로 적대 관계에 있는 미국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요. 게다가 핵개발과 경제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병진노선도 한층 강화하겠다고 한 걸 보면 올해도 미국과 관계 개선의 희망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요. 혹시 북한의 올해 대외정책과 관련해 특이사항이라도 있습니까?
부시: 별로 그런 게 없습니다. 오히려 김정은이 취임한 이후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 일본 등에 만족스런 정책의 변화, 혹은 그런 신호를 전혀 감지할 수 없습니다. 우방인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있죠. 게다가 북한은 최근 소니 영화사에 대한 사이버 공격으로 공분을 샀죠. 이런 종류의 사이버 공격엔 남한을 포함해 선진국들 대부분이 노출돼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대외노선은 거의 달라진 게 없습니다. 굳이 찾아보자면 종전보다 더 공격적인 측면이 엿보입니다.
기자: 김정은이 취임한 지 3년이 지났는데요. 그간 그의 국정수행 모습을 쭉 지켜보면서 혹시 예전과 지금 모습이 달라졌다고 느낀 게 있습니까?
부시: 아닙니다. 김정은은 일관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행태를 보여왔습니다. 한가지 좋은 소식이 있다면 김정은이 들어선 뒤 북한이 2010년 천안함 폭침 때처럼 남한에 대해 제한적이나마 군사적 도발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물론 북한은 대남 공격을 하나의 선택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이를 아직은 실행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북한이 소니영화사를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한 것은 심각한 일이지만 적어도 대량살상무기(WMD) 실험은 자제했습니다.
기자: 근래 북한이 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은걸 보면 북한의 도발적 행동이 누그러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부시: 그건 파악하기가 아주 어려운 문제지요. 북한이 그런 실험을 하지 못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아직 준비가 안 돼서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죠. 북한은 미래 어느 시점, 이를테면 2015년이든 2016년이든 자신들의 핵이나 미사일 프로그램의 향상을 검증하고 성공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그런 실험을 할 필요를 느낄 겁니다. 현 시점에서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갖고 있다곤 말할 수 없지만 그게 북한의 목표이므로 계속 그 길로 나갈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일정한 실험은 필요한 것이지요.
기자: 이번 김정은의 신년사를 보면 북한은 앞으로도 경제개발은 물론 핵무기 개발도 계속 추진하겠다는 병진노선을 다시 한 번 확인했는데요. 이런 병진노선이 미국에 의미하는 바는 뭘까요?
부시: 제가 볼 때 미국과 한국, 일본에게 북한의 병진노선은 곧 핵 문제와 관련해 지금과 같은 정체상황이 지속될 것임을 의미합니다. 이들 세 나라는 물론 중국도 북한에 요구하는 건 명확합니다. 즉 북한이 핵무기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경제개발을 원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는 겁니다. 둘 다 가질 순 없다는 것이죠. 북한이 국제경제에 편입하고 싶다면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고, 반면에 계속 핵을 갖겠다면 고립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기자: 북한은 한편으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핵개발로 인해 미국과 최악의 관계인데다 국제적으로도 고립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핵 문제는 양측의 진지한 협상마저 벌써 몇 년이 흘렀는데요. 사태의 원인을 뭐라고 봅니까?
부시: 북한의 정책 탓이지요. 앞서 말한 대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협력하고 국제사회가 가진 자원을 누리면서 진정으로 경제개발을 원한다면 핵무기를 포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런 선택을 할 용의를 비추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도 보면 북한은 그런 선택을 할 찰나까지 갔다간 뒤로 물러나곤 했죠. 제 생각입니다만 북한이 설령 경제개발이란 쪽으로 선택을 하더라도 국제사회는 북한 경제를 현재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즉 북한 경제는 자원을 주고 싶은 경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왜냐하면 북한 정권이 운용하는 경제방식은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중국이 오늘날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룬 까닭도 35년 전 국제사회가 중국과 교류하며 지원을 제공했기 때문이죠. 따라서 북한이 해야 하는 선택은 아주 중대한 것입니다. 바로 중국처럼 못하기에 북한의 경제는 정체돼 있는 것이죠. 북한이 만일 현 상황을 개선하고 싶다는 진지한 신호를 보낸다면 미국은 분명 반응을 보일 겁니다.
기자: 북한의 정책도 문제지만 북한이 약속이나 합의를 하고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도 문제 아닙니까?
부시: 맞습니다. 그게 바로 지금과 같은 정체상황의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지요. 북한의 신용도는 아주 낮습니다. 북한은 과거 숱한 합의를 하고도 지키지 않아서 미국과 같은 나라들은 북한과 또 다시 합의를 하려 하지 않는 겁니다. 합의를 해봐야 또 다시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2012년 2월 북한은 미국과 핵실험 중단 등을 골자로 한 '윤달 합의'(Leap Day agreement)란 걸 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2주 후 북한은 이를 어겼죠. 북한이 지키지도 못할 합의를 하느라 미국이 노력을 허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기자: 그렇다면 북한이 지금이라도 미국의 신뢰를 다시 얻으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요?
부시: 우선 북한이 윤달 합의를 확인하고 적당한 시일에 걸쳐 이를 실천하는 겁니다. 윤달합의에는 북한이 이행해야 할 구체적인 실천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기자: 지금 북한과 미국 간 관계는 최악입니다. 최근 소니영화사에 대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맞서 미국이 북한에 추가 제재조치를 취했는데요. 일부에선 이런 제재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부시: 저는 여전히 이런 제재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북한에 선택을 하도록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의 하나이기 때문이죠. 물론 제재가 효과를 보려면 실시 기간도 길어야 하는 게 사실입니다. 또한 다국적인 노력이 없이는 제재가 효과를 제대로 거두기 어렵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국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나아가 미국이 북한에 취할 수 있는 모든 제재를 취하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란에 대해 취한 것과 같은 금융제재가 그것입니다. 물론 2005년 미국은 북한계좌를 갖고 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금융제재를 가한 적이 있죠. 그게 그렇게 강력한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국 정부사람들도 몰랐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미국이 지금이라도 그런 금융제재를 취하지 못하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부시: 왜냐하면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제재에 중국을 억지로 참여시키기 보다는 비록 점진적이긴 해도 꾸준히 동참시키는 데 따른 가치가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여러 가지 이유로 미국처럼 대북제재에 그리 열심이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행동을 벌일 때마다 그건 중국에 대해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기자: 끝으로 현재의 교착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요?
부시: 무엇보다 북한이 먼저 보여줘야 합니다. 북한의 국익은 물론 김씨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도 핵을 포기하는 쪽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물론 그렇게 될 기대는 거의 없지만 말입니다. 아마도 우린 북한의 핵 문제를 앞으로도 오랫동안 끌고 가야 할지 모릅니다. 오바마 행정부 잔여 임기 동안 북한 핵 문제는 이런 정체 상태로 지속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탐색할 용의는 있지만 북한이 기존의 정책을 바꾸기 전엔 이런 정체는 지속될 겁니다. 거듭 말하지만 북한은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윤달합의를 실천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항구적인 평화가 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기존의 환경은 바꿀 겁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이 시간에선 올해 북미 관계의 전망에 대해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 연구소 동아시아 정책센터 소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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