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순서에서는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가할 수 있는 압박 수단에 관해 미국 터프츠대 산하 플레처 국제대학원의 이성윤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은 미국에 대해 핵 보유국임을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새 헌법에도 북한을 핵무장국가로 명시할 정도로 핵무기를 전혀 포기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연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포기를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성윤: 그렇습니다. 북한의 핵 포기가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고요. 북한으로 하여금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상당한 난제일 겁니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 진정한 채찍을 써본 일은 없습니다. 특히 지난 10년, 20년 북한 핵 문제를 다룰 때 북한으로 하여금 체제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리적 부담을 안겨준 적은 거의 없습니다. 유일한 경우가 있다면 2005년 9월부터 북한의 2차 핵실험이 있던 2006년 10월까지 부시 행정부가 단행한 대북 금융제재입니다. 그걸 제외하곤 북한이 '두렵다' '핵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고 느낄 정도의 압박을 미국이 강행한 적이 없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이 중단된 지 5년이 흘렀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선 6자회담 무용론마저 나오는데요?
이성윤: 6자회담이 만일 북한의 핵포기를 목표로 한다면 그건 의미가 없는 회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6자회담을 재개해도 큰 손해를 볼 것도 없습니다. 6자회담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을 포기시킨다는 것은 6자회담이 2003년 시작되기 전에도 1%의 가능성도 없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핵 보유국이 핵 회담이나 협상을 통해 그 지도층의 변화 없이, 즉 정권 교체가 없이 핵 보유국이 핵을 포기한 사례가 없습니다. 이를테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우를 보죠. 1989년 F. 드 클러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흑백차별제도를 철폐하고 미국 및 서유럽과 좋은 관계를 추구하겠다며 새 지도자가 등장하고 새로운 정치적 환경이 형성되면서 핵을 포기했습니다.
기자: 그런 논리를 북한에 대입해보면 북한에서도 결국 김가 왕조 대신 새로운 민주적 지도체제가 나서기 전에는 북한도 핵을 포기하기는 힘들겠군요?
이성윤: 네, 상당히 어렵습니다. 반면에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비군사적인 채찍이 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5넌 9월부터 2006년10월까지 미국이 시행한 대북 금융제재는 아주 확실하게 북한 체제에 굉장한 심리적 부담을 안겨줬다고 모든 사람들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 유익한 채찍을 부시 행정부가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완전히 포기해버렸습니다. 그래서 미국 하원에서 새로운 대북제재 법안이 지난해 4월 제출이 됐는데요. 저도 당시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 이 법안을 통과시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도 있습니다. 이 법안의 정식 이름은 HR1771입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법안만큼 아주 강력한 제제 법안입니다. 게다가 이 법안은 북한의 인권문제까지 하나의 과제로 명시돼 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바로 HR1771과 같은 대북 금융제재법안이군요?
이성윤: 그렇습니다. 흔히 금융제재는 특별한 효과가 없다면서 예를 드는 게 쿠바인데요. 미국이 지난 수십년 동안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를 했지만 카스트로 정권이 몰락했느냐, 그렇다고 쿠바 시민들의 삶이 향상했느냐 등등 반론을 제기하는 데요. 물론 타당한 지적이긴 하지만 북한은 아주 유일한 체제입니다. 예를 들어 북한 엘리트, 특권계층은 궁정경제, 별도의 경제가 따로 있습니다. 즉 엘리트 계층을 먹여 살리는 경제이죠. 이런 경제는 범국가적인 일반적인 경제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엘리트 경제가 지속될 수 있는 까닭은 북한의 불법적인 거래, 위조지폐, 마약판매, 돈세탁 등등 1970년대 중반부터 계속 북한 정권차원에서 거래해온 불법 금융거래로 북한의 엘리트 궁정경제가 유지됩니다. 미국이 다방면에 걸친 북한의 위법적인 행위를 다 차단하긴 어렵지만 예를 들어 10%, 20%라도 그런 돈줄을 끊을 수만 있다면 북한의 김정은은 굉장한 심적인 부담을 느낄 것으로 봅니다.
기자: 최근 국제적으로 핵개발 의혹을 받아오던 이란이 결국 제재 해제를 대가로 서방과 핵 협상에 나서지 않았습니까?
이성윤: 지금 이란이 핵 협상을 매듭짓고 다시 협상 테이블로 되돌아 왔다는 것은 미국의 강력한 대이란 금융제재 때문이라는 점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으로 북한에 대해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은 왜 그럼 미국이 아직까지 대이란 제재처럼 강한 지렛대를 북한에 사용하지 않았느냐 하는 건데요.
기자: 북한의 금융자산을 압박하기 위한 HR1771 법안 내용이 좀 약소한가요?
이성윤: 아닙니다. 이것은 미국의 대이란 금융제재법 만큼이나 아주 포괄적이고 강력합니다. 금융제재의 최종 목표는 대상 국가나 정권을 몰락시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정권으로 하여금 굉장한 심리적 부담을 느껴서 결국 제재를 통해 심리적 부담을 안기는 겁니다. 즉 제재가 계속 지속되는 한 또는 규모가 커지는 한 어떤 손실을 안고 가느냐 하는 정치적 부담을 느끼는 겁니다. 김정은 입장에선 최룡해를 비롯 군부를 먹여 살려야 하는 데 미국이 대북금융제제법을 시행한다면 1년 혹은 2년은 문제 없이 지탱할 수 있어도 시간이 흐를수록 2년 후, 3년 후에도 괜찮을까 심리적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물론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장담은 못 하지만 최소한 유효한 채찍은 될 수 있습니다.
기자: 문제는 그런 대북금융제재가 중국의 협조 없이도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인데요?
이성윤: 제가 볼 때 중국 정부는 굉장히 실리를 따진다고 봅니다. HR1771법안에는 핵심적인 요소가 있는데요. 북한 정권과 거래를 하는 제3국의 기관이나 은행, 개인은 미국의 경제체제에서 퇴출시킨다, 그러니까 미국의 금융제도에서 완전히 배제시킨다고 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국가기관이나 은행이 미국과 거래를 안 하는 곳이 거의 없지 않습니까? 또 미국 내에 자산을 유지하는 중국 기관도 많지요. 그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하고 거래를 못하게 한다는 점을 법제화하면 중국으로선 기쁜 상황이 아니죠. 그 경우 중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즉 '말썽국이자 인류의 위협인 북한의 김정은하고 계속 거래를 하느냐 아니면 미국의 금융제도를 이용해서 점점 더 부를 축적하느냐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느냐' 하는 건데요. 이게 바로 HR1771북한법안의 메시지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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