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제재로 북한경제 둔화될 것”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이 임박한 29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육군 장병이 임진강변 철책을 순찰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이 임박한 29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육군 장병이 임진강변 철책을 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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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미국과 중국이 합의하면서 결국 유엔안보리가 1월초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아주 강력한 제재안을 마련했는데요. 이게 제대로 실천된다면 북한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란코프: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물론 북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확실합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심각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여기서 몇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첫째 지금 제재는 생각보다 엄격합니다. 최근 중국에 갔을 때 만난 사람들은 엄격한 대북제재를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거의 두 달 전 얘기입니다. 요즘 중국은 태도를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중국의 진짜 속마음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왜 그럴까요? 중국은 정말 이 같은 제재를 잘 지킨다면 북한이 더욱 심한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말로만 제재하고 북중 무역을 그냥 못 본채 한다면 북한이 느낄 압력도 그리 심하지 않을 겁니다. 아마도 올해 여름이나 연말까지 결과를 알 수 있을 겁니다. 확실한 것은 엄격한 제재로 인해 북한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겁니다.

기자: 중국이 이번에 사상 유례없이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을 했는데요. 북한에 보내는 신호는 무엇일까요?

란코프: 저도 갑작스런 일입니다. 저도 지난 며칠 유엔에서 나온 소식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최근 중국에서 만난 외교관이나 학자들은 엄격한 대북제재를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태도가 왜 갑자기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미국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사실상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지 않는다면 한반도에서 사드(THAAD: 미사일고고도방어체계)를 배치할 뿐 아니라 동북아에서 보다 많은 미군 군사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중국의 입장에선 북한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한층 강화된 미군 군사력이 동북아에 배치될 뿐 아니라 한국도, 일본도 군사력을 증강할 것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아마도 마지막 순간에 북한에 대해 보다 더 엄격한 제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봅니다.

기자: 미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니까 결국은 중국도 북한에 더 압력을 가하는 쪽으로 돌아섰군요.

란코프: 사실 미국은 원래도 중국을 압박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하려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계획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판단 실수입니다. 이것은 어느 정도 미국 외교의 성공입니다.

기자: 중국이 결국 북한 압박에 동참한 것은 그만큼 사드 배치를 두려워했다는 방증이네요?

란코프: 사드 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에 대한 미군 군사력 강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중국은 북한에 대해 보다 엄격한 제재를 실시하기로 동의한 겁니다.

기자: 최근 미국에서도 중국을 겨냥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인사와 단체들까지도 제재하는 강력한 제제법이 발효됐고, 이번에 유엔에서도 초강력 제재가 마련됐는데요. 이 정도로 강력한 국제제재 앞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북한이 핵실험, 미사일 중단 실험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란코프: 제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원래 엄격한 대북제재를 반대하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엄격한 대북제재로 얻은 게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 경제가 많이 열악해도 가장 타격을 받을 사람은 극소수 집권 계층이 아닙니다. 사실상 일반 서민입니다.

기자: 그러니까 이런 제재가 시행되면 가장 고통을 받는 대상은 북한 일반주민이란 말이죠?

란코프: 맞아요. 다른 나라의 경우 이런 제재가 시행되면 일반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결국 정부에 대해 압력과 정치노선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북한에선 주민들은 목소리가 전혀 없습니다. 진정한 선거도 없습니다. 후보자라도 사실상 기계처럼 늘 나오는 사람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정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대안이 없습니다. 이런 독재체제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져도 김정은을 비롯한 권력층은 핵을 중심으로 한 군대우선 전략, 정치전략을 바꾸지 않을 겁니다. 주민의 고통에도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기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앞으로 대화국면으로 가서 6자회담이 열리게 되면 비핵화 문제와 함께 북한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평화협정 문제도 병행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란코프: 미국은 평화협정이 논의가 아닌 비핵화를 주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제일 무섭게 생각하는 건 북한이 아닙니다. 미국 지도층이나 일반 국민도 북한에 관심이 없지만 한 가지 우려는 핵무기 확산입니다. 북한은 원래 비확산조약을 체결한 나라입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지도 확산하지도 않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1990년대초 이런 조약에서 탈퇴했습니다. 결국 지금 북한이 너무 위험한 전례가 됐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조만간 핵을 개발하기로 결정하는 나라가 많이 생길겁니다. 남한에서도 요즘 핵개발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도 대만도 그렇습니다. 중동이든 남미든 핵무기 확산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 입장에선 너무 무서운 악몽입니다. 비핵확산에 대한 우려는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비확산 우려 때문에 미국은 지금도, 50년 뒤에도 100년 뒤에도 제일 먼저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