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전반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근래 또 다시 세간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북한 핵문제에 관해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2009년부터 5년 간 미국 국방장관실에서 자문역을 지낸 밴 잭슨 신안보센터(CNS) 연구원이 미 하원 외교위 동아태청문회에 제출한 서면증언을 보면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보복적인 핵타격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북한에 대한 핵포기 노력은 사실상 희망이 없다고 봐야죠?
란코프: 희망이 없습니다. 북한 정부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유는 몇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억제수단으로 필요합니다. 두 번 째는 벼랑 끝 외교, 협박외교의 기본 수단입니다. 북한은 비핵화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해외투자도 어렵고 무역도 어렵지만 그들에게 핵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그들에게 핵은 체제의 생사문제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아무런 타협을 못합니다. 물론 할 수 있는 타협은 있지만 핵을 포기하진 않을 겁니다. 말도 안 되는 것입니다.
기자: 그런데 국제사회는 북한이 2005년 9월 6자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핵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을 때 일말의 희망을 가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2006년부터 지금까지 3차례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이런 약속은 무용지물이 됐죠?
란코프: 물론입니다. 지금 북한 헌법을 보면 원래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했지만 1968년 핵무기비핵산조약(NPT)이 있는데요. 내용을 보면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모든 핵보유국은 나중에 핵을 포기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나중에 언제? 100년, 200년 후에? 현 단계에서 북한은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은 세 차례 핵실험에 대한 대가를 혹독히 치루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취했고, 미국도 각종 대북제재를 취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나라는 결국 우방인 중국뿐이다라는 말이 많습니다. 가능한 얘길까요?
란코프: 중국도 아닙니다. 물론 중국은 어느 정도는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대북 압력을 많이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 압력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겁니다.
기자: 중국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에도 그간 북한에 식량은 물론 석유 같은 필수적인 에너지 물자까지 공급해 북한의 구명줄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런 지원을 중국이 중단해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까요?
란코프: 중국은 첫째로 그 정도로 완전히 멈출 가능성은 없습니다. 줄일 순 있어도 완전히 차단할 수 없을 겁니다. 차단해도 북한 경제가 많이 어려워지고 많은 주민들이 굶어 죽을 수도 있지만 북한 정부는 핵보유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기 위한 6자회담이 중단된 지도 벌써 6년이 다 되갑니다. 최근 들어 어떡하든 6자회담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6자회담 참가국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선 협상 핵심 당사국인 미국은 먼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확인하기 전엔 핵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 아닙니까?
란코프: 그럼 할 수 없습니다. 협상은 없을 겁니다.
기자: 하지만 북한은 협상이 없는 동안 계속 핵 무력을 증강할 것이 아닙니까? 실제로 국무부 관리를 지낸 조엘 위트 씨에 따르면 북한이 이런 추세로 간다면 오는 2020년엔 최대 100개에 달하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을 해서 큰 충격을 주고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물론입니다. 보다 더 나은 핵무기를 만들려 노력할 겁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으론 생각으론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앞으로 5년이나 10년 뒤 미국은 불가피하게 타협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타협이란 북한이 기존의 핵프로그램을 동결하는 겁니다. 그 경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대북지원을 많이 한다면 북한은 기존의 핵무기 계획을 어느 정도 동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기자: 지금 말씀하신 것은 북한 핵무기를 완전 해제하는 비핵화가 아닌 동결 선에서 타협을 해야 한다는 말이죠?
란코프: 그렇습니다. 지금 동결은 핵 프로그램은 남아 있지만 더 많은 핵무기를 생산하는 것을 막는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환상입니다. 이런 타협을 미국은 받아들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핵무기 제거는 북한에서 김정은 정권이 무너질 경우에만 가능할 겁니다. 나아가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북한 체제의 붕괴입니다.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기자: 최근 미국을 방문해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 관리들과 전문가들을 많이 만나봤을 텐데요. 이들도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입니까?
란코프: 별로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알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전문가는 힘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진짜 전략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정치인들이에요. 정치인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알아도 모르는 듯 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들에게 북한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 사람들은 북한이란 나라를 어느 정도 과장 평가합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북한은 작은 약소국에 불과합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북핵을 인정할 경우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등 여러 지역에서 어려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왜? 북한은 핵을 개발한 나라입니다. 인도나 파키스칸 이스라엘은 핵을 개발했지만 핵을 개발하기 전에 경고했습니다.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했지만 거짓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인도이든 파키스탄이든 비핵화에 대한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북한만 거짓말을 한 나라입니다.
기자: 미국은 북한이 자국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는 주장일 일축해왔습니다. 여기엔 아무래도 미국의 세계적인 핵 비확산 정책과도 연계가 돼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만일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한다면 국제적인 파장이 꽤 크겠군요?
란코프: 지금 북한은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수많은 나라는 북한처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무조건 핵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한 나라는 1968년 핵확산방지조약에 서명한 나라입니다. 200개 나라가 서명했습니다. 그들 가운데 북한처럼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핵을 개발하는 나라가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해서 북핵에 대한 인정은 너무 위험한 전례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보다 동북아보다 세계 정치를 생각하는 미국은 이런 전례를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불가피하게 (북한에 대한) 비핵화가 불가능한 것을 알고는 있지만 불가능한 것을 그대로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바꿀 순 있겠지만 현 단계에선 그렇습니다. 북한에 대한 핵 인정은 전 세계에서 핵 비확산에 대한 기반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확산 세계전략 때문에 그렇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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