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숙청정치, 쿠테타 잉태할 수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취약계층에게 물고기를 공급할 군 수산사업소인 '1월8일수산사업소' 건설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취약계층에게 물고기를 공급할 군 수산사업소인 '1월8일수산사업소' 건설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0:00 / 0:00

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서는 북한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 문제, 나아가 대남 관계의 변화 여부에 관해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Andrei Lankov) 남한 국민대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정은이 지난해 말 김정은 제1비서의 고모부이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던 장성택을 전격 숙청한 뒤 과연 권좌를 공고히 했느냐 여부를 놓고 아직까지도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은데요. 과연 안정적입니까?

란코프: 이것은 너무 복잡한 문제입니다. 현 단계에선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김일성 시대나 김정일 시대의 경우 고급 간부들은 아주 위험한 상태에 빠질 경우에도 제일 합리적인 전략은 무엇일까요? 김일성 시대엔 숙청을 당해도 지방에서 아주 조용하게 살게 했고 별 문제가 없으면 나중에 복직할 가능성도 높았습니다. 그들이 말 조심을 하고 정부를 비판하지 않으며, 김일성 김정일을 찬양하고 불 같은 충성심을 보여주면 복직도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다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숙청된 사례는 리영호 인민군 차수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뿐이라 아직 알 수는 없지만 문제는 있습니다. 지금 북한의 고급 간부들은 자신들이 숙청될 가능성을 느낄 겁니다. 이들은 지금까진 아무 일없이 지냈지만 지금은 음모, 쿠테타, 혹은 정부를 반대하는 행위를 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숙청은 곧 처형을 의미하기에 이를 피하기 위해 싸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의 엄격한 숙청 정책은 고급 간부들 사이에 의심과 갈등을 유발시키는 정치 노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숙청 정치를 펼칠 경우 장차 이게 김정은 체제에 대한 쿠테타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말씀이군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지금 숙청 가능성에 직면한 사람들은 쿠테나나 음모 등 다른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한편으로 세계 역사를 보면 측근들을 살해한 독재자들이 많았습니다. 수많은 경우 공포정치는 진짜 독재정권의 안전을 강화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 단계에선 김정은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알 수 없습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지금 북한에선 김정은에 의한 공포정치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해도 되겠습니까?

란코프: 그렇습니다. 하지만 공포정치는 세계 역사가 잘 보여주듯이 결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는 몇 년 뒤에나 알 수 있습니다.

기자: 김정은이 숙청 정치를 하는 것이 결국은 자신의 권좌를 든든히 하기 위한 것일 텐데요. 그런 면에서 그가 제일 먼저 제거해야 할 대상은 아무래도 원로 세력이겠죠?

란코프: 맞아요. 제가 볼 때는 김정은은 불가피하게 김정일 시대의 원로 간부들을 숙청해야 합니다. 지금 북한 지도부의 구성을 보면 나이는 대개 70세 정도입니다. 지금 김정은의 나이는 30세인데요. 그러다 보니 이런 사람들 가운데 나라를 통치할 수 있는 지도자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런 사람들은 정신적으로도 힘듭니다. 원로 간부들을 줄이기도 쉽지 않은데 이들의 가치관이나 세계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아주 다릅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불가피하게 이런 사람들을 교체해야 합니다. 대신에 나이가 젊은 간부들, 특히 세습 특권계층의 3세, 바꿔 말하면 만주 무장투쟁 출신들의 손자, 손녀들입니다. 그 사람들을 중요한 직업을 주고, 고급 간부로 만들어야 합니다.

기자: 지금 북한에서 당과 군, 정부에서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 사람들이 노령층이 많습니다. 이들의 미래는 어떨까요?

란코프: 지금 고급간부로 지내고 있는 사람들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봅시다. 지금 최룡해, 박봉주가 다 늙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앞으로 몇 년은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미래가 없습니다. 문제는 김정은 정권이 이런 불가피한 세대교체를 관리하는 방법이 무엇이냐 인데 장성택이나 리용호처럼 숙청, 처형까지 할 수도 있고 아니면 평화스럽게 조용히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시끄럽게도 숙청의 방식입니다. 제가 볼 때 이는 북한의 국내 안전을 약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제가 볼 때 훨씬 더 합리적인 방법은 그 사람들을 시끄럽지 않게 나이가 많아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어 공식으로 은퇴시키고, 좋은 집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같은 별 의미가 없는 직업을 주는 겁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김정은은 그보단 숙청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화제를 바꿔보죠. 김정은이 내부적으론 이처럼 숙청 정치를 통해 단속하고 있습니다만, 대외적으론 연초부터 남한에 대해 이런 저런 대화공세를 펼치고 있는데요. 그 의도를 어떻게 봅니까?

란코프: 제가 보니까 확실하진 않지만 이것도 남남갈등을 고조하려는 전략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여러 제안을 하고 이런 저런 것을 하자고 하는 데 항상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남한을 무조건 미국과 군사 훈련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훈련은 매년 봄마다 하는 것이고, 준비도 몇 달 전부터 한 것이다. 이걸 갑자기 중단하라는 것은 미국에 대한 도전입니다. 이런 북한의 요구가 먹히면 한미동맹이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지도자들은 군사훈련을 취소할 가능성이 없다는 걸 잘 압니다. 그래서 북한은 일단 군사훈련이 시작되면 작년처럼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할 겁니다. 즉 한반도 상황이 위험하다,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등등 떠들면서 긴장을 고조시키려 노력할 겁니다.

기자: 혹시 이런 시도가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일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북한의 목적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겁니다. 이런 위기 때문에 남한 사회에서 내부 갈등이 첨예화될 수 있습니다. 북한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남한에서 야당 세력은 대북정책과 관련해 정부를 비판합니다. 즉 북한에 더 많은 양보를 했더라면 이 만큼 위험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이게 야당 입장입니다. 그래서 북한의 희망은 한편으로 한국사회에서 내부 갈등이 심화하고, 그래서 국민들 사이에 야당에 대한 지지가 좀 높아지면 다음 선거 때 보수 세력보다 진보 세력이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실수입니다. 남한에서 10년 전 만해도 이런 남남갈등 전략은 성공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남남갈등 전략이 옛날만큼 심하진 않지만 이런 사실을 북한이 모를 수도 있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 여부와 대남 관계 문제에 관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