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연초 핵실험에 맞서 유엔안보리가 3월2일 초강력 대북 제재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최근 미국과 중국을 두루 방문해서 전, 현직 관리들은 물론 동북아시아 문제의 전문가들과 만나서 북한의 최근 상황에 대해 많이 토론하신 것으로 압니다. 우선 북한 핵 문제에 관한 미국 내 분위기가 어떤지 말씀해주시죠?
란코프: 우선 역사적으로 말하면 1990년대 초부터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은 온건, 강경 등 두 개의 파로 나뉘어 이들끼리 서로 논쟁해온 역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는 북한 문제에 관해 온건파가 있습니다. 이들 온건파는 북한과 대화하고 협력을 함으로써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한 편으로는 강경파가 있습니다. 이들 강경파는 양보와 타협보다는 제재와 압력을 믿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들 강경파들은 북한에 압력을 많이 가하면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해 양보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볼 때 미국엔 6년 전까지도 대북 온건파가 비교적 많았습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북한이 핵개발을 본격화하면서 미국에서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타협에 대한 희망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에서 대북 정책을 거론할 때 강경파 견해가 지배적이 되었습니다. 특히 연초부터 북한이 핵실험, 미사일 발사를 하면서 미국에서 강경파는 더욱 많아졌습니다.
기자: 지금 미국에 온건파보다는 강경파가 득세를 한다는 말씀인데요. 그럼 대북협상에서 대화와 타협을 주창해온 온건파가 지금 미국에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까?
란코프: 사실상 거의 없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작년에 미국과 북한이 비공식적으로 관계 개선을 위한 회담을 많이 진행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북미 비공개 회담에 대한 언론 보도는 별로 없었지만 실은 많았습니다. 제가 아는 대로 말씀 드리면 이런 북미 비공개회담은 아주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작년에 워싱턴에서 온건파의 영향이 어느 정도 회복되기 시작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 비공개 회담을 진행하고, 다른 여러 나라와 관계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는 척 하면서 북한은 제4차 핵실험을 준비하였다는 사실을 미국은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북한의 이런 이중적 행태로 인해 미국에서 온건파는 심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대북 정책을 부드럽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지금과 상황에서는 새로운 추가 제재를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의 이중적인 행태로 인해 미국에서 온건파의 입지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말인데요. 워싱턴의 여러 싱크탱크에서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란코프: 워싱턴 여러 연구소에서 북한을 전공하는 사람들 가운데 소수이지만 비교적 많았습니다. 하지만 원래 온건파에 속한 사람들이라도 지금은 북한에 대해 압력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기자: 그런 분위기는 온건파가 많았던 국무부도 비슷한가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물론 국무부 외교관들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시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대북 정치노선은 강경입니다. 따라서 국무부 사람들도 지금의 대북제재에 비판하지 않습니다.
기자: 현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 핵에 관해 어떤 태도이고,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요?
란코프: 미국의 공식적인 태도는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대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의 대북 정책은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다른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미국 측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반복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과연 비핵화 의지가 있느냐 하는 겁니다. 제가 미국과 중국 전문가나 혹은 외교관들과 솔직하게 이야기 해 보면 그들 가운데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북한이 앞으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북한이 핵 동결을 통해 지금보다 보다 더 좋은, 새로운 핵 기술을 개발하지 않도록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미국 측은 북한의 비핵화 대신에 핵 동결을 채택할 순 없습니다. 미국은 불가피하게 비핵화만이 유일한 북핵 해결 방법이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만나본 사람들은 사실상 비핵화가 아닐지라도 핵개발 동결, 즉 핵개발 중단을 타협할 수 있는 제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습니다.
기자: 사실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문 당시만 해도 미국은 북한의 핵 동결에 합의해준 선례가 있지 않습니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는 건가요?
란코프: 물론 당시 기본합의문은 북한 핵 동결에 대한 합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다릅니다. 제일 중요한 변화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15~20개 정도 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단순히 핵 동결을 할 경우 핵무기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1994년 당시만 해도 북한은 핵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지금은 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고, 그런 점에서 미국은 비핵화만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군요. 그런데 미국이 이처럼 북핵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세계적인 핵확산금지 정책 차원이라고 보는데요. 아무래도 핵확산 우려가 크기 때문이겠죠?
란코프: 네, 맞습니다. 북한 언론은 미국이 북한 핵무기에 대한 공포가 많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사실상 그렇지 않습니다. 현 단계에서 북한은 미국 본포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미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핵개발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경우 다른 나라에 매우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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