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증산하려면 충분한 농자재 필수”

황해북도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의 농업근로자들.
황해북도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의 농업근로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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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 당국의 경제개선 계획과 관련한 이런저런 문제점에 관해 북한농업전문가인 랜달 아이리슨 (Randall Ireson) 박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아이리슨 박사는 미국의 비정부 단체인 미국친구봉사위원회가 북한에서 진행한 농업개발계획 책임자를 지냈고, 파키스탄과 라오스 등의 농업개발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등 개발도상국의 농업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전문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지난해 5월30일 김정은 제1비서의 담화형식으로 경제개선조치를 내놓지 않았습니까? 관련 보도를 보면 협동농장과 기업소 등을 대상으로 자율경영제를 도입하고, 각 가정 당 땅 1천평을 지급하고 소득은 국가 40%, 개인이 60%로 나누는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이게 사실이라면 굉장하지 않습니까?

아이리슨: 그게 북한 측이 말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한 번 두고 봅시다. 5.30 조치는 분명 지난해엔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만일 올해 이 조치가 시행된다면 말씀하신 대로 각 가정 당 자율경작을 위해 과거 30평에 비해 이젠 1천 평의 농지를 지급받게 돼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한 것이죠. 그래서 실제로 이런 계획이 시행된다면 자율 경작이 대폭 확대되는 셈입니다. 각 농장원이 자율적으로 땅을 경작해서 그에 따른 혜택을 모두 차지할 수 있게 되니까 말입니다. 저는 이 같은 조치의 진짜 동기를 알지 못하지만 제 나름대로 추측해보건 데 종전에 수확량의 30% 를 가족분조가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한 조치가 효과적이었다는 당국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봅니다. 즉 협동농장과 농장원에 수확량의 30%라는 인센티브, 즉 동기부여를 해서 이들이 더 열심히 일하고 그들이 번 돈과 원료를 재투자한 게 효과적이었다면 이를 60%로 늘리게 되면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한 거죠. 제가 볼 때도 그런 방법이 논리적입니다. 그래서 5.30조치가 올해 시행된다면 오는 5월, 6월쯤 농장원들이 얼마나 많은 종자와 농지를 분배받는지를 보면 그 폭을 가늠할 수 수 있을 겁니다.

기자: 그런데 일부 보도를 보면 북한 당국이 수확량의 30%를 가족분조에 주기로 했다고 이런 약속을 어기자 일부 지방에선 항의소동이 빚어졌다고 합니다. 이걸 보면 결국은 북한 당국이 얼마나 약속을 제대로 실천하느냐 여부도 중요하다고 보겠죠?

아이리슨: 사실 그게 상당히 중요한 문제인데요. 그 부분에 대해 저도 마땅한 대답이 없습니다. 그건 다시 말해 시행에 따른 원칙이 일관성이 결여되고 불공평하게 이뤄진다는 건데요. 아마도 일부 지역에서 간부들이 약속한 30%를 가져갈 수 없다고 하는 반면 다른 지역에선 약속대로 실천한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정확히 알 길은 없습니다. 북한의 해당 지역에서 나오는 보고가 산발적인데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로 이런 조치를 시행하다 보면 불평이 나오기 십상입니다.

기자: 하지만 북한 당국이 이처럼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농장원들의 사기를 꺽어 생산을 더 늘리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아이리슨: 당연하지요. 그게 과거 고질적인 문제였고, 지난 2005년과 2006년의 경우 후일 6.28 조치와 비슷한 농업개혁 조치를 취했을 때도 같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당국이 약속을 안 지키니까 너도 나도 그만하겠다고 한거죠. 따라서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저도 확언할 수 없습니다. 분명 북한 일부 지방에선 이런 문제들이 있을 겁니다. 다만 이런 문제가 얼마나 많은 지역으로 퍼졌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기자: 북한이 2000년대 들어서 취한 7.1 경제개선관리조치를 포함해 6.28 조치, 나아가 5.30 조치를 살펴보면 결국은 이런 조치들의 본질은 인센티브(incentive), 즉 동기부여를 해서 생산성도 높이고 경제 개선도 이루자는 것 아닙니까?

아이리슨: 맞습니다. 하지만 인센티브가 전부는 아닙니다. 그건 한 부분일 뿐입니다. 지난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로 돌아가보면 당시 농장원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더 많은 원료와 농기구가 필요했습니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이런 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인센티브는 아무 효과가 없습니다. 농장원들이 더 열심을 갖고 생산을 높이고 싶어도 말입니다. 제가 보건 데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특히 5.30 조치와 관련해 만일 분조제가 수확량의 60%를 가져가고 가족당 1천 평을 자율 경작할 수 있고, 지금 북한 시장체제 하에서 종전과 달리 농업 원자재나 농기구를 중국 같은 곳에서 도입할 수 있다면 분조제나 포전제 담당자들은 국가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이런 것들을 구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이 점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분조원들도 지금까지 오랫동안 하고 싶어도 못 했던 이런 원자재를 구입해서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은 정부 차원에서도 부족한 원료나 농기구를 적극 수입하도록 독려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이리슨: 만일 북한 당국이 시장화 과정을 통해 비료나 연료, 소규모 농기구 등 더 많은 농자재 부품을 중국 등에서 수입하도록 허용할 수만 있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그 경우 분조원들은 수확량의 60%을 가져가도 가족의 식량을 위해 필요하지 않는 20% 정도는 시장에 내다 팔아서 내년에 더 많은 수확을 위해 비료도 더 많이 사고, 트랙터 즉 뜨락토르 같은 농기계도 구입할 겁니다. 이런 식으로 매년 계속하다 보면 지금까지 북한에서 볼 수 없었던 농업분야의 투자와 함께 생산성 향상도 이뤄질 것입니다.

기자: 아시겠지만 과거 북한은 비료 등을 남한에게서 상당액 지원받았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이런 지원도 끊겼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어떤 식으로 농업생산 증대를 가져왔는지도 궁금합니다.

아이리슨: 제가 볼 때는 부분적으로 북한의 농장원들과 농작물 연구원들이 지난 10여년간 효율적인 농사개발을 위해 노력한 덕분에 그런 것 같습니다. 즉 과거처럼 상당한 양의 비료에 의존하지 않고도 수확을 늘리는 법을 말입니다. 이런 것을 소위 '지속가능한 농법'이라고 하는데요. 북한은 지금 화학비료에 의존하기 보다는 유기질 비료를 더 많이 사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죠. 즉 더 많은 분뇨 등을 이용해서 생화학적인 유기질 비료를 생산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10년전 보다 훨씬 생산이 좋아졌습니다. 바로 이런 변화된 농사기법이 수확량 증대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실제로 지난 몇 년 간 총 곡물 수확량을 종전의 화학비료를 사용할 때의 수확량과 비교해보면 유기질 비료를 사용했을 땐 수확량이 늘어났지만 그렇지 않을 땐 줄어든 걸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04년과 2005년 만 유기질 비료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면서 쌀과 보리 등 주요 곡물의 생산량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기자: 그러고 보면 북한의 작년도 곡물 생산량도 목표치를 초과했는데요. 이런 유기질 비료를 사용한 덕도 있겠네요. 나아가 6.28조치처럼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고취한 조치도 한 몫 했다고 봐야죠?

아이리슨: 당연합니다. 지난해 수확량이 그걸 말해줍니다.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줄 경우 더 많은 생산, 나아가 투자 여력까지 뒤따랐죠. 이에 비해 북한의 시장 체제는 아주 더디게 발전하고 있지만 지금도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이 시간에선 북한이 지난해 도입한 5.30 경제관리개선 조치와 관련해 북한 농업전문가인 랜들 아이리슨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