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제재, 북 경제 난관 조성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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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요즘 뉴스를 보면 유엔의 추가 대북제재가 나온 뒤에도 북한은 여전히 강경한 태도입니다. 핵을 포기시키려는 미국 입장에서도 난감한 입장이 아닐 수 없는데요. 그렇다고 미국이 북한에 대해 비핵화 대신 핵동결을 해줄 수도 없는 것 아닐까요?

란코프: 북한이 핵무장 국가로 나선다면 여러 중동 국가들뿐만 아니라 동남아 국가나 일본도 핵개발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은 전세계적으로 핵 보유 국가들의 숫자가 급상승하고, 위험한 핵 기술이 다른 나라에 많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매우 위험한 도전입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 영국 등 핵 보유 국가들이 핵무기 확산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핵무기를 갖지 못한 나라들의 핵 보유를 막기 위해 핵확산금지조약이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를 지금 막지 않는다면, 핵무기 확산의 대문이 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에게 북핵 문제와 관련해 매우 근본적인 사항입니다.

기자: 하지만 핵확산금지조약에도 불구하고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이스라엘은 비록 인정은 받지 못했어도 핵 국가로 인식되고 있지 않습니까? 왜 이 나라들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심하지 않습니까?

란코프: 북한은 이런 나라들과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은 북한처럼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는 핵 비확산 조약을 체결한 적이 없습니다. 1960~70년대 세계 나라 대부분이 핵을 포기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을 때 이들 국가는 이런 나라들의 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이들 국가는 처음부터 핵을 개발할 필요가 있으면 핵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준 것입니다. 북한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은 과거 핵 무기확산금지조약에 가입했고,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 기술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고, 핵실험을 했으며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였습니다. 핵을 개발하지 않기로 약속하고도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이것은 세계의 역사에 전례가 없는 상황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는 인도 핵무기나 이스라엘 핵무기보다 훨씬 더 위험하게 생각하는 나라들이 많은 것입니다.

기자: 앞서 지금 미국에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반복하면서 온건파가 많이 사라지고 강경파는 득세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들은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떤 정책을 시행할 수 있을까요?

란코프: 미국은 독자적인 추가 제재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즉 UN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제와는 별도로 미국이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금융기관까지 제재를 할 수 있는 북한제재법을 최근 압도적으로 통과시켰고,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해 벌써 이런 법이 시행 중입니다.

기자: 미국은 지금까지도 북한에 대해 독자 제재를 많이 해왔는데요. 다시 독자 제재를 한다고 해서 무슨 효과가 있을까요? 북한은 미국과 무역을 거의 하지 않는데, 이러한 제재가 의미가 있을까요?

란코프: 이번에 미국에서 발효한 북한 제재법은 북한 개인이나 회사뿐만 아니라 제 3국에서 북한과 협력하는 개인이나 회사를 겨냥하는 정책에 대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중국 은행이 북한과 협력을 한다면 외국 은행이나 국가 기관과 아무런 사업도 할 수 없게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정책으로 인하여, 많은 회사와 사업가들은 북한과의 사업을 피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러한 조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 경제에 어느 정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자: 사실 중국의 무역기관들이 북한과 거래하고 있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것 같은데요. 미국은 이런 금융 제재 말고 다른 어떤 제재 방법은 있을까요?

란코프: 기본적인 방법은 중국에 압력을 가하는 방법입니다. 미국 전문가 대부분은 북한의 무역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중국이 북한 정치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그들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을 할 때마다, 중국이 좋아할 수 없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중국이 싫어하는 조치는 무엇일까요? 바로 일본과 남한에 미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한다면, 남한과 일본의 미군 기지에 최신 비행기와 더 좋은 폭격기나 전투기를 배치할 수 있고, 최근 중국의 큰 반발을 사고 있는 사드(THAAD)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이것이 중국에 대한 협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사실상 중국에 대한 협박 보다는 북한에 대한 간접적인 압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목적은 중국이 북한과의 무역이나 경제 협력을 줄이고 북한의 비핵화를 더 많이 요구하도록 하기 위한 정책입니다.

기자: 문제는 이와 같은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인데요?

란코프: 현 단계에서 알 수 없습니다. 제가 만난 미국 전문가 대부분은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는 의심이 없지 않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새로운 정책은 북한 경제 발전의 둔화를 초래할 수도 있고, 북한 국내 경제가 어려워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제재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할 희망이 별로 없습니다. 이미 말씀을 드린 바와 같이, 대북 압력 성공의 여부를 결정하는 기본적인 변수는 중국의 태도입니다. 중국 측은 마음만 먹으며 제재를 유명무실화 시킬 수 있습니다. 현 단계에서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중국은 너무 강경한 대북 제재를 별로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군사력 강화는 역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중국은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보다 대북 지원을 더 많이 해 줄 수 있습니다.

기자: 미국은 오랜 세월 북한에 대한 강경 노선을 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북한이 획기적인 대외정책의 변화로 연결되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미국의 대북제재법이나 유엔의 추가 대북제재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할까요?

란코프: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나온 대북 제재법은 불가피하게 북한 경제 상황을 열악하게 할 것입니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할지 현 단계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열악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확실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단기적으로 제4차 핵실험은 북한 경제에 이미 심한 타격을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에서 온건파가 거의 사라진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측은 지금 강경 노선을 지나치게 믿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제재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