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제개선조치, 산업생산 증대기대”

남포시 강서구역 청산협동농장에서 농장 관리일군과 농장원들이 주체농법학습과 과학기술보급사업에 참가해 과학농사방법을 체득하고 있다.
남포시 강서구역 청산협동농장에서 농장 관리일군과 농장원들이 주체농법학습과 과학기술보급사업에 참가해 과학농사방법을 체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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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서는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과감한 농업개혁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북한 농업전문가인 랜들 아이리슨 박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아이리슨 박사는 과거 북한에서 농업개발프로그램을 추진한 미국의 민간단체인 미국친구봉사위원회(AFSC) 조정관을 지냈고, 그에 앞서 파키스탄과 라오스 등에서도 농업개발 프로그램을 주도한 농업전문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을 통해 북한이 추진 중인 6.28조치, 5.30조치 등 북한의 농업개선, 좀 더 구체적으론 식량증산 조치들을 살펴봤는데요. 일부에선 북한 당국이 좀 더 과감히 식량 배분의 몫을 주민들에게 넘겨주지 못하는 데는 이들에 대한 통제력의 약화를 우려해서 그런 것이란 인식이 있는데요. 어떻게 봅니까?

아이리슨: 저는 그런 견해를 믿지 않습니다. 물론 그런 걸 믿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제가 볼 땐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봅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벌어진 개혁을 보십시오. 북한이 그런 나라들처럼 개혁을 전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두 나라 사회와 경제엔 상당한 자유화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주민들에 대한 두 나라 정부의 통제는 아주 심했습니다. 정부 지도층의 통제권이 아주 셌습니다. 그럼에도 두 나라 주민들은 1980년대 이런 개혁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경제적으로도 윤택해졌습니다. 따라서 경제 자유화 조치들이 자신들의 정권에 위협이 된다고 북한 정부가 믿을 만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그렇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전면적인 자유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는 저도 알 길이 없습니다.

기자: 북한이 지금 '6.28 경제관리개선' 조치다 혹은 '5.30 조치'다라며 이런 저런 조치를 내놓긴 했지만 아무래도 중국이나 베트남이 했던 개혁 규모에 비해선 아직 한 참 못 미친다고 봐야겠죠?

아이리슨: 무엇보다 북한은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경제가 완전히 시장화돼 있지 않습니다. 그게 주된 요인입니다. 물론 북한이 지금 그런 쪽으론 가고 있지만 완전히 그런 방향으로 나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합니다. 북한은 조금씩 일을 처리하고 있고, 기존에 내놓은 농업이나 경제개선 조치들도 북한 전역에서 널리 시행되지도 않았습니다. 북한 당국이 기존의 경제개선 조치들을 전국적으로 실시하지 않는 한 이를 북한의 국가 경제정책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결정이 돼도 철저하게 시행되진 않고 있기 때문이지요. 말하자면 북한 당국이 기존의 계획경제가 아닌 시장경제를 통제한다 해도 국가의 경제시책이 시장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오늘날 북한의 경제를 베트남과 비교하는 건 좀 너무 이른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과거 중국이나 베트남은 경제 개혁조치를 시작할 때 처음부터 전국적 규모로 시행했나요?

아이리슨: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런 것으로 전 이해합니다. 저는 두 나라에서 직접 일해 본 적도 없습니다. 물론 약간의 베트남 경험은 있긴 해도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분명한 사실은 베트남에선 경제 자유화 조치가 발표된 뒤 불과 2년이란 기간에 아주 신속히 시행됐다는 점입니다. 베트남 주민들은 그런 조치를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야 했습니다. 또한 베트남에선 개혁조치가 아주 광범위하고도 일관되게 시행됐습니다.

기자: 만일 북한에서도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전면적인 경제 개혁이 시행된다면 어떤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을까요?

아이리슨: 그렇게만 된다면 근본적으론 지금보다 국내 경제활동이 아주 많아질 겁니다. 또한 생산성도 크게 늘어나겠죠. 이런 효과는 비단 북한의 농업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전 산업분야에서도 일어날 겁니다. 하지만 여전이 문제는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런 개혁조치를 전면적으로 시행하려 해도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농자재가 부족하다면 소용이 없겠죠. 실은 이런 부분이 개혁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게다가 북-중 국경이 폐쇄되고, 북한의 원화가 다른 화폐와 바꿀 수도 없는 비교역성 화폐로 전락한다면 북한 당국의 전면개혁 조치도 별 의미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 조치가 효과를 보려면 농장원이나 지배인들, 각급 공장과 소규모 산업단위들은 자신들의 활동에 필요한 자재를 구매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로서 전 분야에 걸쳐 생산성 증대가 이뤄질 겁니다.

기자: 사실 비료나 트랙터 등 농자재를 국경을 오가는 무역상들을 통해 중국에서 들여오면 되지 않을까요?

아이리슨: 물론입니다. 이런 농자재를 소량으로 들여올 순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농자재들이 북한에 대량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겁니다.

기자: 90년대 이후 북한의 장마당 시장을 관찰해오신 것으로 압니다. 오늘날 북한의 시장을 보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달리진 게 있습니까?

아이리슨: 네, 있습니다. 제가 1998년 맨 처음 북한에서 농업프로그램을 맡아 일했을 때와 불과 몇 년 뒤인 2000년대 초와 비교해 보면 우선 농업 생산성이 크게 증대됐습니다. 북한 농업부와 농업전문학교가 협동농장 간부들에게 실시한 농업기술 및 정책 변화와 관련한 교육도 아주 중요하게 바뀌었습니다. 다시 말해 훨씬 더 유익하고 훨씬 더 현지실정에 적합한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 덕에 화학비료가 부족한 시절에도 북한에서 오히려 식량생산은 늘었습니다. 당시 농장원들은 화학비료 없이도 농사를 잘 짓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게 10년 전 일입니다.

기자: 만일 아이리슨 박사가 김정은 제1비서의 농업 고문이라면 기존의 협동농장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고 농업생산 증대를 위해 농민들에게 전면적인 '인센티브' 즉 동기 부여책을 주는 방안을 권고하시겠습니까?

아이리슨: 그게 그렇게 중요하진 않습니다. 북한의 협동농장제도는 나름대로 유익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관개수로 같은 대형 사업계획에 투자를 하려면 개인보다는 협동농장이 낫죠. 또 미국에서처럼 어떤 상품을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필요한 마켓팅, 즉 상업활동을 하는 데도 협동농장이 유리합니다. 미국에서도 농부들은 대개 협동조합의 일원입니다. 물론 미국의 협동조합과 북한의 협동농장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말입니다. 북한에선 이런 협동조합을 통해 비료도 사고 종자도 사고, 밀과 다른 곡물을 팔기도 하지요. 미국 같은 경우 특정 지역의 협동조합은 독자적으로 아주 경쟁이 심한 체제 속에서 활동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이들 협동조합은 농부들 개개인에게 아주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하지요. 북한에서 농민들이 개별적으로 필요한 농자재를 구입하려 한다면 시간도 많이 들고 돈도 많이 들겠지요. 따라서 무조건 북한의 협동농장을 모두 폐지하라 한다면 저는 반대합니다. 물론 북한 협동농장의 기능이나 조직은 바뀔 수도 있지만 오랜 경험과 역사를 통해 터득한 농사 지식이나 현지에 알맞은 농사방식과 농사경영 방식을 알고 있죠. 만일 북한에서 농장원 각자가 논밭을 경작하겠다고 300kg의 비료를 구하느니 차라리 협동농장이 비료 40톤 가량을 사다가 개별 농장원에게 분배하는 게 더 나을 겁니다. 그런 식의 농장경영이 훨씬 더 효과적이죠. 그런 점에서 저는 협동농장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진 않겠습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협동농장 폐지가 아니라면 김정은 제1비서에게 어떤 걸 건의하겠습니까?

아이리슨: 글쎄요. 경제를 자유화하고 더욱 시장 경제 쪽으로 움직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나아가 정부의 엘리트 관리들이 힘껏 나서 대외무역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단지 농업 부문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필요한 자재를 원활하게 수입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런 조치를 통해서 각 부문의 생산성이 완전히 회복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북한이 많은 물건을 생산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단기적으론 필요한 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게 비용이 더 쌀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정상적인 교역을 해야 한다는 것도 그래섭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북한이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도 적극 교역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죠?

아이리슨: 처음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서 북한이 필요한 자재를 충분히 얻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도 괜찮습니다. 결국은 북한도 교역과 관련해 다른 나라와도 하려 할 겁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이 시간에선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농업개혁을 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해 북한 농업전문가인 랜들 아이리슨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