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서는 북한 경제가 직면한 문제점을 북한 경제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Bradley Babson) 씨로부터 들어봅니다. 오늘 순서에서는 북한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 경제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에 관해 알아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 상공에서 한반도를 촬영한 사진이 큰 충격을 줬는데요. 사진을 보면 남한은 아주 훤한데 반해 북한은 수도 평양을 제외하곤 어두 컴컴해서 마치 거대한 바다 같은 느낌을 줬습니다. 아무래도 경제난에 따른 전력 사정이 그만큼 안 좋다는 걸 방증하겠죠?
뱁슨: 제가 몇 년 전 찍은 사진을 가지고 있는데요. 당시와 비교해 별로 변한 게 없습니다. 그만큼 전력사정이 아직도 안 좋다는 뜻이죠. 그런데 미국 우주항공국이 1992년에 찍은 것과 이번 사진을 비교해보면 가장 눈에 띄는 건 당시에도 엄청나게 밝던 남한과 중국 쪽은 더욱 밝아진 반면 북한 쪽은 여전히 암흑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건 북한이 에너지 부문에선 더욱 더 뒤떨어지고 있고, 이게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자: 그래서 그런지 북한은 2년 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과거 경제 개혁을 꾀하다 숙청됐던 박봉주를 다시 총리로 임명하는 등 경제 재건에 나선 상황인데요. 북한은 냉전이 종식된 1990년대초 경제를 살릴 기회가 있었죠?
뱁슨: 북한은 1990년대 말에 들어서야 비로서 국제사회와 관계를 강화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그 결과 프랑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국, 나아가 캐나다 및 호주 등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했습니다. 동시에 국제 교역도 늘이려 시도했고,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노력도 그다지 멀리 가진 못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국제 금융부문에 있어 해결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들이 가로놓여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김정일이 1998년 개정헌법을 통해 이윤의 개념을 도입한 것은 상당히 중요한 사태 발전이었죠. 헌법 개정을 계기로 그 해 가을 정부 구조와 내각을 재편했고, 결국 2002년과 2003년 부분적인 경제 개혁조치까지 나오게 됐기 때문입니다.
기자: 당시 북한 경제의 사령탑이 박봉주였죠?
뱁슨: 맞습니다. 당시 박봉주가 총리였는데요. 그가 취임하면서 경제 정책과 관리 부문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정도의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낙관론도 일었습니다. 하지만 2006년 박봉주가 실각하면서 이 모든 게 틀어졌고, 그가 추진하던 경제 정책도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북한 경제가 다시 예전의 국가 지령경제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였죠. 특히 2009년 하순 화폐개혁 조치가 실패하고 당국이 장마당을 전면 폐쇄하려 했을 때 오히려 평양 특권층에서 강한 반발이 제기됐습니다. 이미 시장화에 익숙한 이들이 옛날로 돌아가는 걸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게 김정일 정권에겐 충격이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런 시장 개념이 이미 사람들에게 뿌리가 박힌데다 평양에 중산층이 떠오르면서 옛날로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의 사고 적응이 처음엔 김정일 지도부에 나타났고, 지금 김정은 시대까지 이어진 것이죠. 이제 북한에서 시장은 제거할 수도 없고,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그런 박봉주가 김정은 시대 들어 복권이 돼서 경제정책을 총괄하게 됐는데요. 그렇다면 김정은 시대의 경제가 전임 김정일 시대와는 좀 다르다고 봐야겠지요?
뱁슨: 제가 보기에 김정은 시기와 선친 김정일 시기와의 차이와 관련해 중요한 점은 김정은이 취임 후 첫 신년사에서 북한 일반주민의 생활을 개선하겠다고 공약한 점입니다. 즉 김정은은 단순히 정권의 생존과 정권에 충성하는 특권층의 복지만을 위한다는 게 아니라 보통 북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북한 내부는 물론 국제적으로 말입니다. 전에는 북한지도자로부터 이런 걸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걸 보면 김정은은 어느 정도는 자신의 정통성을 자신의 경제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과 연계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즉 경제 개선을 단순히 정권의 생존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삶까지 개선하겠다는 건데요. 이런 약속이 실현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김정일이나 김일성과 달리 자신의 정통성을 경제개선과 연계하고 있다는 점은 선친과 다른 점입니다.
기자: 요즘 김정은 시대 들어서 북한에서 시장경제 활동이 더 눈에 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평양 식당에 손님이 몰리고 이동전화기를 쓰는 주민들이 많아지는 게 한 예인데요.
뱁슨: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지금 북한 경제는 2년 전보다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이나 베트남만큼은 못하지만 온건하지만 진정한 경제성장을 경험했죠. 그 덕에 북한 주민도 지금은 더 나은 삶을 누리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평양이 그렇습니다. 저도 평양에 가봤지만 3년 년 전보다 훨씬 낫습니다. 생활 수준이 나아졌습니다. 물론 이런 현상은 평양의 특권층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만 일반적으로 말해 형편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과 식량기구 측 평가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북한의 농산물 생산이 증가했습니다. 그래서 식량소출이 식량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식량부족도 줄일 수 있었죠. 과거 남한 정부가 50만톤에 달하는 식량과 비료 제공을 취소하고, 나중의 유엔의 식량원조까지 줄어들었어도 북한은 오히려 국내 농산물을 크게 증대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으로선 중요한 성취죠. 그래서 북한은 지금도 농업생산 증대를 강조하고 있고, 지난 2월에도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농업일꾼대회가 열여 향후 농업지침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기자: 사실 김정은도 올해 신년사에서 농업부문의 중요성을 유독 강조했지 않았습니까?
뱁슨: 김정은이 연설에서 강조한 점은 국가경제 관리와 지도를 대폭 개선하라는 건데요. 그 사령탑을 내각이 맡으라는 겁니다. 사실 김정은이 최고 지도자로 들어선 뒤 내각의 역할을 강조해왔습니다. 즉 새로운 경제개선을 위한 전략을 짜고 집행하는 일을 내각이 맡도록 한 겁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김정은이 들어선 뒤 초기에 경제개선에 대한 기대를 가졌다가 실망했는데요. 하지만 신년사를 보면 김정은이 내각에 힘을 실어준 점이 눈에 띕니다. 북한은 지난해 전국에서 특별경제구역을 확대해 외국의 투자를 좀 더 극적인 방법으로 끌어들이고 싶다는 의지를 비쳤고, 특별구 지정은 김정은 개인의 지지를 받은 겁니다. 이것도 내각이 중심이 돼 이끌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각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조짐이 있습니다. 또한 내각의 요직에 좀 더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이들의 말을 경청하는 겁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경제 개혁주의자로 알려진 박봉주를 총리로 임명한 건 북한 경제의 앞날과 관련해 의미가 있다고 봐야죠?
뱁슨: 박봉주는 원래 화학공업 지배인 출신입니다. 자기가 맡던 기업소의 생산성을 증대하고 관리를 개선하려고 했습니다. 박봉주는 자기가 터득한 바로 그런 정신을 경제에 도입하려는 것이죠. 2002년 경제개선조치를 입안한 사람이 바로 박봉주였습니다. 제가 볼 때 당시 가장 긍정적인 측면은 현지 농업과 기업의 관리인에게 당에서 이런저런 지령을 받지 않고 더 많은 자율권을 주려고 한 점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경제부문의 자율성이 김정은이 최고 지도자로 들어서고 박봉주가 총리로 임명된 뒤 볼 수 있는 점이었습니다. 지난 1년여 동안 농업부문과 기업부문에 나타난 바로 이런 인센티브는 현지 농업 관리인이나 기업 지배인에 좀 더 많은 자율권을 줘서 어떻게 하면 사업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고 생산적으로 할 수 있는지를 궁리하게 하는 것이죠. 이런 움직임은 비록 충분하진 않지만 아주 좋은 일입니다. 북한이 생산성 증대를 위해 택한 이런 방식은 단순히 기술진보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생산성이 높은 노동력에 따른 인센티브와, 즉 동기부여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농업, 기업 분야에서 긍정적인 현상이 일고 있는데요. 이런 일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나아가 거시 경제 차원에서 얼마나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지는 불확실합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김정은 시대 들어서 북한 경제가 좀 더 개방적 성향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까?
뱁슨: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분명 북한 정부차원에서도 다른 나라와 경제적으로 교류하고 싶은 욕구는 있고, 김정은 시대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교역은 북한 안팎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북한 정부도 지지하고 있죠. 다만, 북한이 경제정책 문제와 관련해 외국인의 자문을 받을지 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 합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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