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평화협정 이후에도 핵 포기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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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서도 북한이 끈질기게 주장하는 평화협정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교수님, 북한이 이처럼 집요하게 평화협정 문제를 제기하는 까닭은 우선은 미군철수를 노리는 것일 텐데요. 혹시 그 외 다른 요구사항도 있나요?

란코프: 잘 알 수 없습니다. 북한의 주장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지만 현 단계에서 그들의 기본 목적 가운데 하나는 미군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일부에선 북한이 평화협정을 제의한 데는 단순히 군사적 목적뿐 아니라 경제난에 따른 체제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있다고 보는데요. 그럴까요?

란코프: 물론 그렇습니다. 평화 협정을 한다면, 남북한 경제 교류와 민간 교류가 많이 활발해질 것입니다. 이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세계 어디에나 긴장이 줄어들수록 무역과 경제 교류가 활발해지기 때문입니다. 남북한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평화 협정이 없어도 교류와 무역을 할 수는 있지만, 평화 협정을 통해서 남북한은 더 나은 조건들을 협의할 수 있습니다.

기자: 지금 평화협정 문제를 가지고 요즘 기류가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미국 신문 <월스트리트 저널 >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의 평화협정 요구를 거부하다가 지난 1월 핵실험 직전에 이런 제안에 동의하고, 비공식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미국이 왜 그랬을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미국 정부에서 대북 정책에 대해 의견은 대강 두 가지 세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세력은 제재와 압력을 믿고 지지하는 강경파가 있습니다. 또 다른 세력은 북한과 회담을 하고 외교를 정상화하면 좋다고 주장하는 온건파가 있습니다. 물론 강경파이든, 온건파이든 둘 다 북한 핵무기에 대해서는 매우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온건파는 핵무기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북한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온건파는 강경파 보다 훨씬 좋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1월 핵실험을 함으로써 미국의 온건파에게 매우 심각한 타격을 주었습니다. 지금 북한과 협상을 선호하는 온건파의 주장은 미국에서 설득력이 잃었습니다. 저는 북한이 왜 이러한 핵실험 결정을 내렸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핵실험을 할 생각이 있었다면 평화 협정을 위한 회담도 주장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회담을 하는 동안 핵실험이 터지게 되면 평화협정을 위한 회담도 순간적으로 파괴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미국과 북한 간에 평화협정 논의가 개시되면 한국도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봅니까?

란코프: 당연히 그렇습니다. 제가 이미 여러 번 말한 바와 같이, 북한은 한국을 배제하고 고립시킬 수 있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이와 같은 북한 측 태도를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남한 역시 당연히 평화 협정 회담에 참여해야 하는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인 북핵 문제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비핵화 문제는 물론 평화협정 문제까지 협상 탁자에서 동시에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중국의 의도는 뭘까요?

란코프: 중국이 지향하는 목적을 간단하게 말하면, 한반도 분단 유지와 안전 유지, 그리고 비핵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6자회담에서 성급한 비핵화를 이루기보다 한반도에서 현상 유지를 보장하는 안정된 체제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와 같은 체제는 평화 협정을 통해 이루기가 가장 쉬울 것입니다. 중국이 비핵화와 평화협정 문제 동시논의를 주장하는 데는 이런 맥락에서 볼 필요도 있습니다.

기자: 만일 미국이 중국의 요구대로 6자회담에서 비핵화 논의와 함께 평화협정 논의를 수용한다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까?

란코프: 현 단계에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첫째로 올 가을 미국 대통령 선거는 물론 내년 겨울 한국의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한반도 외교에 큰 변화는 없을 겁니다. 그 때문에 현 상황에서 남한도 미국도 6자회담에 참여할 의지가 별로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론 지금 같아선 북핵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10년후, 20년 후에도 북한 기존 정권이 그대로 남아 있을 경우 북한은 핵을 그대로 보유할 겁니다.

기자: 지금 한반도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유엔의 강력제제, 그리고 북한의 반발에 맞서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분간 평화협정 논의를 위한 여건이 조성되기는 힘들다고 봐야죠?

란코프: 저는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지난 1월 실시한 제4차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국제 사회의 태도는 한반도에서 일체의 회담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미국도, 남한도 얼마 동안 평화 협정을 논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번에 북한에 대한 태도가 많이 부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론상으로는 대북 협상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즉각적으로 협상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