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진단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부터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남한 국민대 교수와 함께 북한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짚어보겠는데요. 오늘 첫 순서에서는 북한이 열을 올리고 있는 농업개혁, 경제개선 조치 등과 관련해 살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3년 전 취임하고 난 뒤 세간의 관심사는 역시 북한의 만성적인 경제가 얼마나 좋아졌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 주민들의 삶이 김정은 시대 들어서 이전보다 나아졌느냐 하는 건데요. 어떻게 봅니까?
란코프: 지난 3년동안 북한 주민들의 삶은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취임 이후에도 김정일 시대에 시작된 경제성장은 지속되어 왔습니다. 물론 북한의 경우에 이와 같은 경제성장은 너무나도 불평등합니다.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의 양극화가 옛날보다 더 많이 심각해졌기 때문입니다. 돈주나 간부들의 삶은 많이 좋아지는 반면, 인민들의 삶은 조금만 개선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평양에서의 생활은 지방보다 훨씬 좋습니다. 원래 북한만큼 지방과 수도의 생활 격차가 큰 나라들은 많지 않았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이 격차가 심화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와 같은 경제 개선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일 먼저 북한의 장마당 활동, 즉 개인 자본의 활동을 언급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광물을 비롯하여 활발해진 수출도 어느 정도 기여를 하였습니다. 세 번째로는 김정일 시대에 시작된 농업개혁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한 정부는 국영회사들이 개인회사처럼 행동하기 시작한 것에 대해 묵인한 것은 물론 사실상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북한 경제는 국가의 감시와 통제로부터 많이 벗어나 더욱 더 활발해진 것입니다.
기자: 금방 북한 주민들의 삶이 이전보다 좋아진 이유를 몇 가지 말씀하셨는데요. 특히 눈에 띄는 게 농업개혁 조치 아닙니까? 김정은 제1위원장이 들어선 뒤 2012년엔 6.28농업개혁조치, 그리고 지난해엔 5.30경제개선조치가 발표됐습니다. 김정은이 이런 식의 조치를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란코프: 기본적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세계 역사가 잘 보여주듯이 어느 나라든 소작농은 노비보다 더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1950년대 말부터 2012년의 6∙28조치까지 북한의 농민들 대부분은 노비들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간부들이 시킨 일을 하고, 간부들이 준 돈과 식량 배급을 받았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게으르게 일을 하는 사람 간에 소득 차이가 거의 없었던 시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농민들은 열심히 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협동농장 밭에서 일을 가능한 빨리 끝내고 소토지로 가거나 장마당으로 갔습니다. 그들은 협동농장 수확이 아무리 많아도 자신들은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기자: 하지만 6.28 조치가 나온 뒤엔 농민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이런 말씀이죠?
란코프: 그렇습니다. 6∙28방침 이후 이러한 농민들의 생각은 달라졌습니다. 6.28 조치에 따라 농민들은 수확이 더 많을수록 자신들이 얻는 것도 더 많아졌습니다. 농민들이 전체 수확의 고작 3할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들은 여전히 착취의 대상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봉건 시대에도 이렇게 높은 소작료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농민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6∙28 조치는 그들에게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6∙28조치 실시 이후에 북한의 농업생산량은 늘어나고, 북한은 필요한 식량을 거의 다 생산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나온 5∙30 조치에는 농민들이 받아가는 수확이 3할이 아니라 7할을 받는 조건이 있다고 전해집니다. 이것이 약속한대로 될지는 모르지만, 만약 이렇게 된다면 북한의 농업생산량은 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세계 역사의 경험이 보여주듯이 소작농은 노비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렇군요. 결국 6.28 조치, 5.30 조치 같은 농업개선 혹은 경제개선 조치를 보면 그 핵심엔 '인센티브' 즉 동기부여 요소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이런 인센티브가 농업 생산성을 놓이는 데 상당히 기여했다고 봐야죠?
란코프: 방금 전에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인센티브는 결정적인 것입니다. 이것은 경제학의 이론적인 기반입니다. 인간은 인센티브가 있어야 더욱 더 열심히 일을 합니다. 이러한 원칙을 무시한 것이 소련의 국가사회주의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입니다. 물론 인센티브는 농업뿐만 아니라 공업이나 서비스 즉 봉사업 등에 있어 필요한 조건입니다. 노동자가 받는 돈이 노동의 품질과 관련이 없을 때, 노동자는 질 좋은 노동을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 그런데 5.30 조치는 단지 농업 분야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대한 관리방법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농업분야의 경우 협동농장에 자율경영제를 도입하고, 분조단위를 없애며 가족 1명 당 땅 1천명을 지급하며, 수확도 국가가 40%, 개인이 60%로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문제는 북한 당국이 이런 조치를 실천할 수 있는 정치적 의지를 갖고 있느냐 하는 것 아닙니까?
란코프: 유감스럽게도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이 5∙30 조치를 정말 실시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오는 5월에 1 년이 지난 후에나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 단계에서 저는 그들이 이 조치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5∙30 조치는 70년대 말 중국의 초기 개혁과 매우 유사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70년대 말 중국보다 더욱 제한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북한 식 개혁이 북한 국내정치의 안전을 많이 위협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토지 개혁은 특히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농민들은 잘 먹게 되고 잘 살 수 있을 때, 정부에게 도전하는 그런 사회계층이 아닙니다. 사실 북한은 이러한 토지개혁을 진작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시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고 김정일 위원장은 이와 같은 정책을 채택하면 체제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이것은 과민 반응입니다. 도시에서는 개혁이 위험할 수도 있지만, 시골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이 시간에선 북한의 농업 개혁조치와 관련해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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