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북한이 지난해부터 부쩍 열을 올리고 있는 특구 건설문제와 관련해 세계은행의 북한담당 책임자를 지낸 브래들리 뱁슨 씨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은 작년 11월 각 도마다 13개의 지방급 경제개발구와 중앙급인 신의주 경제특구를 공식 발표했는데요. 이는 북한이 외국인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려는 목적이라 할 수 있겠죠?
뱁슨: 실은 북한 측이 이 같은 특구 계획을 아주 자세하게 외국 투자자들에게 설명한 국제회의에 저도 참석한 적이 있는데요. 북한은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해당 지역의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특구를 만들겠다는 생각인데요. 북한 측은 모든 지역에 다 들어맞는 특구를 정하는 게 아니라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투자 전략을 짤 계획이라고 합니다. 제가 볼 때도 이런 차별화된 접근이 논리적으로 맞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왜 굳이 북한 특구에 들어가고 싶겠느냐 하는 게 의문점이겠죠. 바로 이 문제를 놓고 북한 측 인사들과 토론할 기회를 가졌는데요. 그들이 투자유치와 관련한 걸림돌이 뭔지 좀 더 개방적으로 예기할 수 있었던 게 긍정적이었다고 봅니다. 북한 측 인사들은 다른 나라의 경우 특구 개발을 위해 좀 더 현대적이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자국의 경제발전에 어떻게 도움이 됐는지를 배우려 애쓰는 분위기였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북한은 과거 나선 특구를 비롯해 여러 차례 특구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적어도 특구에서 경제 개혁을 실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뱁슨: 사실 특구를 개발한 중국이나 다른 나라의 경험을 보면 이런 나라들은 특구 안에서 이런 저런 개혁조치를 실험해볼 수 있는 하나의 실험소로 특구를 간주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느 지역에서 특구를 통해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되면 점차 전국적 단위로 확대한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일종의 학습 효과가 있다고 보는 데요. 그건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이를테면 중국 국경 부근의 특구를 가보면 개성공단에 관한 법률보다 현대적이고, 외국 투자자들이 기꺼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합니다. 즉 금융 차원의 인센티브나 근로 관행, 나아가 투자자 보호가 법적으로 완비돼 있는지 등등 말입니다. 북한 측 인사들도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한 이런 사항들을 배우려 노력했습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오늘날 북한이 외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힘든 걸림돌은 무엇일까요?
뱁슨: 걸림돌이 많은데요. 우선 정책적으로 보면 투자 환경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위험 요인을 가장 먼저 봅니다. 여기엔 정치적 위험도 있고 상업적 위험도 있죠. 이런 위험 요인들이 투자자들의 생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에 따라 투자를 할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지난해 한때 개성공단을 잠정 폐쇄했을 때 정치적 위험 측면에서 보면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투자자들 눈으로 보면 북한이 남한과 합의 약속을 질질 끌면서 개성 공단을 폐쇄한 것이고, 나중에 공장이 재가동 돼도 보수유지 작업이 필요한 겁니다. 상업적 위험 측면에서 보면 북한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가 분명 하나의 고려 요인입니다. 또 다른 요인으론 북한에서 생산성을 제고하는 데 필요한 전기공급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지 등과 같은 문제도 있죠. 투자자들은 바로 이런 요인들을 평가한 뒤 북한에 투자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겁니다.
기자: 정치적, 상업적 위험 요인을 제외하면 북한엔 값싼 노동력 같은 긍정적인 투자 요인도 있지 않습니까?
뱁슨: 다른 비용에 비하면 북한의 인건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싸기 때문에 플러스 요인입니다. 또한 국내 천연자원을 비교적 쉽게 구하고 가치 있는 것은 수출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엔 다른 나라처럼 거대한 내수 시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면 중국처럼 거대한 내수 시장이 있는 나라엔 외국 투자자들이 들어가기 위해 안달이죠. 북한의 내수시장은 너무도 작기 때문에 관심 있는 외국 투자자들이 많진 않다고 봅니다. 베트남의 경우 외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을 대 내수 시장이 북한의 3배에 달했습니다. 바로 이런 내수 시장이 하나의 요인인데 북한은 아주 작죠. 북한 시장이 작긴 해도 여전히 하나의 투자요인은 분명합니다. 중국의 한 기업이 북한의 작은 내수시장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생산공장을 지은 게 그 예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인들 입장에선 이윤을 어디서 얻을 수 있고, 어떤 형태의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지 등등 따져보게 되는 겁니다.
기자: 사실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판단 자료 가운데 하나가 투자 대상국의 경제 통계 자료 아닙니까?
뱁슨: 북한은 통계 자료가 없는 게 문제입니다. 국제통화기금조차 북한의 국제수지 상황에 관한 통계를 갖고 있지 않다 보니 투자자들이 북한 경제상황을 평가하는 데 아주 애를 먹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국제통화기금이 북한의 금융통계 자료도 확보하고, 북한의 경제상황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한데 바로 이런 정보를 투자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의 인프라, 즉 사회간접시설 부문도 문제입니다. 개성공단만 해도 남한 기업들이 진출해서 물건을 만들고 팔 수 있는 생산 기반이라 할 전력 등을 구축했습니다. 문제는 개성공단 외 다른 경제개발지구의 경우 어디서 이런 생산 기반을 조성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입니다. 만일 북한이 이런 시설을 조성할 수 있는 투자 자본이 없다면 결국 외국 투자자들에 손을 빌릴 수밖에 없습니다. 실례로 나선 특구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 기업들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시설을 부분적으로 공급해왔습니다. 그 결과 도로와 철도는 현재 있지만 아직도 전력 시설은 없습니다. 바로 이런 요인들이 위험 요인 측면에서 투자자들의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지요.
기자: 어떤 측면에선 핵 문제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한 북한의 경우 상업적 위험 요인보다 정치적 위험요인이 더 크다고 봐야 합니까?
뱁슨: 정치적 위험 요인은 어느 나라에든 있습니다. 북한은 그런 위험을 담보할 장치가 없습니다. 남한 정부는 개성공단에 진출하는 남한 기업들에게 정치적 위험에 따른 보험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특구에 들어가는 기업들에 대해 어느 누구도 위험 보험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런 점을 투자자들은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기자: 김정은도 나름대론 경제 개선조치를 취하는 등 노력을 하는 것 같은데요. 어떤 조언을 하겠습니까?
뱁슨: 우선은 김정은이 남한과 좋은 관계를 이룩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북한이 남한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투자가들은 투자 상대로서 북한의 투자 안정도를 고려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남한과 경제 관계를 제대로 구축하는 게 김정은의 첫 과제입니다. 제가 볼 땐 이게 가장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그 다음으론 북한 핵 협상을 다시 시작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단 핵 협상이 다시 진행되고, 투자자들도 진정성을 찾을 수 있다면 중국이나 다른 나라 기업들이 투자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기자: 최근 북한의 인권상황을 지적한 유엔보고서도 나왔고, 유엔결의안도 채택이 됐는데요. 혹시 북한의 이 같은 열악한 인권상황이 투자자들의 특구 진출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진 않을까요?
뱁슨: 맞습니다. 최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도 나왔지만 북한의 인권상황을 보면 아주 끔직해서 경제적 측면은 아니지만 도덕적 측면에선 투자자들은 당혹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고 그래서 투자의욕을 감소시킵니다. 북한 정부가 자국민을 대우할 때 좀 더 국제적 기준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투자에 관심 있는 기업들도 북한을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이죠. 사실 이 문제를 대처하는 게 북한 정부로서도 벅찬 일인데요. 투자자들은 북한처럼 자국민에 대한 인권을 탄압하는 나라에 일종의 도덕적 위험부담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국제적 기준으로 자국 인권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자국 경제를 굴러가기 위한 국제적인 지지를 받으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높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