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북한에 심각하게 퍼져 있는 마약문제에 관해 살펴봅니다. 근래 북한에선 중학생에서 일만 주민, 고위 간부들에 이르기까지 얼음이라고 해서 필로폰 마약이 광범위하게 퍼질 정도로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북한의 마약문제가 현재 얼마나 심각하다고 봅니까?
란코프: 북한 당국은 마약 문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의 마약 실태에 대한 자료는 포괄적이지 못합니다. 객관적으로 통계를 확보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북한에서 나오는 수많은 보도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북한 내에 마약 문제가 매우 심각해진 것은 분명합니다. 북한 국내에서 일반 주민들이 마약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2005년, 2006년 정도입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국가 차원에서 아편을 많이 생산하긴 했지만 거의 대부분은 수출을 위한 생산이었습니다. 즉 북한 국내에서 마약은 처음에 간부나 돈 많은 장사꾼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10년을 전후로 평범한 일반 사람들도 마약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약은 매우 위험한 전염병과 유사합니다. 심한 중독으로 인하여 마약을 한번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은 그 위험한 습관을 버리지 못합니다. 마약 확산을 방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현재 통용되는 마약은 어떤 종류가 있고, 대강 언제부터 성행하기 시작했다고 봅니까?
란코프: 대체로 말하면, 북한의 마약은 2가지 종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아편이며 또 하나는 얼음이나 빙두로 알려진 필로폰입니다. 영어론 아이스(ice)라고도 합니다. 아편 생산은 북한에서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1970년대 들어와 국가 차원의 아편 재배가 대폭 증가하였습니다. 왜 그럴까요? 1970년대 북한 정부는 경제 성장의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화벌이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외화벌이가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1970년대 이전엔 외화벌이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북한 정권은 해외로 마약을 수출함으로써,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때문에 1974~1975년부터 거의 매년 북한 외교관들이 세계 여러 나라로 마약을 운반하다 잡혔습니다. 최초 사건은 이집트에서 발생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마약운반 공작을 적대 국가뿐만 아니라 우호관계를 맺은 국가에까지 감행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당시에는 북한이 국가차원에서 아편 생산을 하긴 했지만 국내에서는 전혀 유통되지 않았습니다.
기자: 일반주민들에겐 거의 유통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군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아편의 재배 목적은 외화벌이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북한 국내에서 아편을 재배하는 농장도 있었고, 아편을 가공하는 공장도 있었지만 아편 자체를 북한 사람들이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가끔 약품으로 사용한 적이 있긴 하지만, 이러한 사례 역시 많지 않았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김일성 시대만 해도 주민들이 마약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이군요.
란코프: 국내에선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 아편은 수출용이고 약품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마약은 필로폰입니다. 북한에서는 필로폰이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빙두라고 불리기도 하고, 얼음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아이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필로폰은 거의 100년 전, 일본에서 개발한 마약입니다. 1910년, 20년대부터 생겼습니다. 원래 1940년대까지 그냥 약국에서 팔 정도로 강력한 피로회복제로 이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중독이 매우 심하여 피로회복제가 아닌 마약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북한의 경우, 수십 년 전부터 빙두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었지만, 약 10년 전부터 개인들도 빙두를 생산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바로 빙두로 인하여 마약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확대된 것입니다. 2005년 이후 북한에서 많이 확산되는 마약은 빙두입니다.
기자: 보도를 보면 북한은 1970년대 이후 외화벌이를 위해 국가차원에서 마약을 재배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게 사실이라면 김일성 시절부터 마약재배를 시작했다고 봅니까?
란코프: 그렇습니다. 1973, 74년부터 외화벌이차원에서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북한에서 국가차원에서 마약을 재배한다는 보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저는 이러한 보도를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마약을 재배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옛날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정부의 공식 보고서를 보면 북한 국가기관들이 과거보다 마약 밀수출을 많이 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북한에선 2005년을 전후로 시골에 있었던 아편 농장들의 대부분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아마 2005년을 전후로 북한 당국자들이 마약의 밀수출로 인한 외화벌이 보다 국가 위신을 실추시키는 활동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로 인하여 원래 적극적으로 했던 아편 생산을 많이 축소시키거나 그만 두게 하였습니다. 지금 국가가 비밀리에 후원하는 마약 수출은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활동의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없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국가 차원에서 마약을 재배했던 시대는 197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마약문제는 다음 시간에 한 번 더 짚어보지요.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