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십니까? 미국을 포함한 안보리상임이사국 5개 나라와 독일 등 주요 6개국이 최근 이란을 상대로 오랜 협상을 한 끝에 마침내 핵문제를 타결했습니다. 그래서 국제사회의 눈길은 자연히 핵 개발에 혈안이 돼 있는 북한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이란 핵협상 타결이 북한 핵문제에 주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란코프: 솔직히 말해 이란의 핵 협상 타결은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한 교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란의 핵 협상 타결은 국제외교에 있어 큰 성과로 보여집니다. 이는 뜻밖에 생긴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초 이란 핵 위기가 발생한 뒤 거의 12년 동안 아무런 성과를 이룩하지 못한 이란 핵협상은 안보리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6개국이 이란에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대신 이란은 핵개발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면서 타결의 실마리가 마련됐습니다. 이번 핵타결로 이란 정부는 국제 경제 교류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내 경제를 잘 발전시킬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를 통해 이란 주민 대부분도 보다 더 풍족한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란의 상황이 북한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국내 정치를 비롯한 한반도의 국제 정치상황을 감안했을 때, 북한의 지배 계층은 이란처럼 타협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이란의 핵 협상은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한 교훈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기자: 방금 북한 지배층은 이란 식 타협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는 이란과 북한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기본적인 차이점은 약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외부세계의 공습에 대한 공포입니다. 이란 정부는 북한보다 외국으로부터의 공습에 대한 공포가 덜합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그 공포가 너무 커서 핵무기를 국가 생존에 있어 필수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핵무기의 보유 목적입니다. 이란 정부는 핵무기 개발을 통해 주변 국가들 사이에 우월적인 지위를 얻으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외부에서 대규모 공습을 받을 가능성이 사실상 별로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였기에 이란 정부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포기하기가 북한보다는 덜 어려웠을 것입니다. 결국 이란의 입장에서 보자면 핵무기는 주변 국가들 사이에서 우월한 지위를 얻으려는 목적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를 통해 지배 계층의 권력과 특혜를 유지하려 하기에 그 목적이 서로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그런데 두 나라는 무엇보다 정치구조 상 큰 차이가 있죠?
란코프: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두 나라의 정치구조는 더 중요한 차이입니다. 이란의 정치구조는 조금 독특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보면 이란은 민주국가입니다. 서로 경쟁하는 정당이 여럿 존재하고, 선거에 있어 상대방을 비판할 수 있는 후보자 또한 여러 명 존재합니다. 국민들은 그 후보자들이 경쟁하는 가운데 선거를 통해 대통령 및 국회의원을 선출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이란은 서방에서 볼 수 있는 순수한 민주주의 국가로 볼 수 없습니다. 바로 이슬람 종교의 영향력이 아주 크기 때문입니다. 이란에서 신은 대통령보다 더 중요시되기에 이슬람교의 지도자들은 정치권을 감시하고, 종교규칙을 위반하는 정치노선을 아무 때나 취소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슬람 교리를 지키지 않는 정치가의 관직을 물러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지배계층은 국민의 목소리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이란 국민은 정치에 대해 불만이 커지면 정부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정치운동을 통해 의견을 표출합니다. 신문 등 언론 또한 대통령을 날카롭게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이러한 일들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이란에선 정치인들이 북한 위정자들과 달리 국민들의 여론을 중시한다는 말이군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이란 정부는 정치노선에 대해 결정을 내릴 때, 국민의 마음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국민의 생활 수준 향상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어렵게 사는 민중은 체제뿐만 아니라 현직 대통령과 여당에 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 국가에서 정부는 민중의 희망과 불만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란정부는 이번 핵 협상 타결로 여러 가지 경제적인 이득을 얻음과 동시에 국내 정치적으로도 국민에게서 더 많은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북한 정부도 경제성장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들에게 인민의 삶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지배계층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인민들의 생활수준향상은 하나의 좋은 목적이 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권력유지는 절대적인 목적입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북한은 이란처럼 핵무기에 대한 타협안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기자: 지금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6자회담을 재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 지도부는 이란 핵타결에도 불구하고 어떤 양보를 얻어내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군요?
란코프: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북한 정부는 핵무기가 있어야 현상유지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해외로부터 공습을 당할 수도 있고, 국내에서 정권에 반하는 세력이 외부의 지원을 받아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제일 무섭게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결국 이라크, 그리고 리비아의 경우입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독재 정권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다가 결국 미군의 공습에 의해 붕괴되었습니다. 리비아의 카다피 독재 정권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간섭 때문에 국내에서 일어난 혁명을 진압할 수 없었고, 이는 결국 정권의 붕괴로 이어졌습니다. 이 두 가지 결과는 북한 정권이 제일 무서워하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와 같은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역시 핵무기의 개발이라고 북한 지배층은 판단합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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