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개발 안 했으면 대기근 버텼을 것”

지난해 3월 노동신문이 보도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연평도와 백령도 타격과 관련된 포병부대의 포 사격훈련 지도시 모습.
지난해 3월 노동신문이 보도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연평도와 백령도 타격과 관련된 포병부대의 포 사격훈련 지도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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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최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방대한 보고서를 통해 제기한 북한의 심각한 인권유린 문제에 관해 미 연방의회에서 증언도 하고, 2004년부터 란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의 전반적인 문제를 적극 제기해온 북한인권 옹호가인 조슈어 스탠튼(Joshua Stanton) 변호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최근 <뉴욕타임스> 의견난에 실린 기고문에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와 관련해 김정은 정권의 응징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 화제를 불렀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유엔인권이사회가 지난 3월 28일 북한인권결의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했습니다. 특히 결의안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 내용도 추인했는데요. 우선 북한의 참담한 인권유린 실태를 담은 유엔보고서가 나온 점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스탠튼: 이번 보고서는 벌써 나왔어야 하는 데 늦은 감이 있습니다. 사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몇 년 간 재직해오면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우선 순위로 삼지 않은 게 낙담스런 일이긴 했지만 이제야 북한 인권문제가 유엔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게 됐고, 이번 보고서를 통해 많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백일하에 드러나 전 세계인이 관심과 우려를 갖게 된 것은 다행입니다.

기자: 사실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이처럼 중요한 유엔보고서가 나왔지만 그 사실도 모르고, 또 자신들이 얼마나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죠?

스탠튼: 글쎄요. 제가 볼 때 대다수 북한주민들은 매일 매일 자기들이 고통을 겪는 걸 알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평양에 있는 사람들은 함흥이나 원산 등 다른 지방 주민들의 상황이 열악한지 잘 모르고 있다고 봅니다. 평양 사람들은 그런 지방을 별로 여행 다니지 않기 때문이죠. 평양 사람들은 국가안전보위부를 매우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먹을 게 충분하죠. 청진 같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보안부 사람들을 두려워하겠지만 이들은 매일 매일의 먹거리를 구하느라 고생이 더 많습니다. 만일 일반 북한 사람 누구라도 이번 유엔보고서를 읽을 수 있다면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 알게 될 겁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북한 주민들이 특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보고서 내용을 지적해주시죠?

스탠튼: 제가 볼 때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게 식량 문제입니다. 다른 어떤 요인보다 식량 상황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유발하기 때문이죠. 북한 주민들은 1994년부터 1999년 저 끔찍한 대기근 중에도 자국 정부가 당시 굶거나 아사한 모든 남녀노소를 굶기거나 아사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돈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도 북한에 굶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압니다. 비록 그 숫자가 수십, 수백명 정도로 작을진 몰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1994년부터 99년까지 수백만 명의 주민이 굶주렸는데도 북한 정부는 수십억 달러를 무기를 개발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김일성을 안치한 건물을 치장하고 김정일을 위해 온갖 고급 리무진 차며 호사스런 식료품이며 사치품을 구매하는 데 천문학적인 돈을 허비했는데 이 돈이면 굶어가는 수많은 주민을 살렸을 겁니다. 참으로 비극입니다. 결과적으로 당시 위정자들의 잘못으로 생겨난 식량난은 재앙이 아니라 살인에 가까운 것입니다.

기자: 사실 이번 유엔보고서를 보면 북한 주민들이 굶고 있는데도 김정은이 2012년 각종 사치품을 구매하는 데 6억4천580만 달러를 허비했다고 지적했고,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도 13억 달러를 소비했다고 돼 있지 않습니까?

스탠튼: 맞습니다. 그건 우리가 알고 있는 예측치인데요. 전 세계 나라 가운데 북한처럼 통계가 부족한 나라도 없습니다. 북한은 돈의 출처를 감출 뿐 아니라 돈을 쓴 곳도 감춥니다. 우리가 알기에 김정은은 유럽과 중국에 수십억 달러의 계좌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제사회로부터 식량원조를 받고 있습니다. 자기가 돌봐야 할 북한 주민을 외국인들이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죠. 김정은이 양강도든 혹은 지난해 굶주린 사람이 많이 나온 황해도의 굶고 있는 주민을 먹여 살리는 것을 방해하는 어떤 제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김정은이 이런 주민을 먹여 살리는 데 필요한 쌀이며 옥수수를 구입하는 걸 방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제재 때문에 식량이 제대로 수입되지 않고 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이 언젠가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은 이겁니다. 즉 "당시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었는데도 왜 굶겼느냐?"하는 겁니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 정권이 엄청난 돈을 정권유지와 무기 개발에 허비하지 않았다면 그 돈을 굶주린 주민을 먹여 살리는 데 사용할 수 있었단 말이군요?

스탠튼: 맞습니다. 사람이 굶게 되면 피곤해서 먹을 것을 구하는 데만 온통 신경을 쓰기 때문에 정치 같은 데는 관심을 가질 수 없습니다. 유엔은 굶주린 북한 주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매년 1억 5천만 달러에서 2억 달러 가량을 국제사회에서 모금한다는 사실을 우린 알고 있습니다. 동시에 김정은이 유럽의 은행에 수십억 달러의 계좌를 갖고 있다는 사실도 우린 압니다. 일부에선 그 액수가 많게는 4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또한 중국 내 계좌에도 수천 만 달러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은이 지난해 물놀이 공원이니 수족관 같은 시설을 짓는 데 사용한 액수가 3억 달러에 달합니다. 과연 이런 것들이 일반 북한 주민이 필요한 것일까요?

기자: 이번 보고서를 보면 인권 유린에 책임 있는 북한 인사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데요. 문제는 북한의 우방인 중국이 이에 반대하고 있지 않습니까?

스탠튼: 맞습니다. 중국은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으로 이 안건이 올라오면 거부권을 행사할 겁니다. 중국은 얼마나 많은 북한 주민이 아사하는 지에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중국은 중국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을 검거해서 북한에 송환했습니다. 그렇게 송환된 사람들은 집단 수용소로 가거나 처형당합니다. 중국은 송환된 탈북자들이 그런 식으로 대접을 받아도 개의치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도 북한이 저지른 반인륜범죄에 동참하는 셈이죠.

기자: 중국의 동참 없이는 인권유린에 책임있는 북한 인사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서 단죄할 수 없단 말인가요?

스탠튼: 반드시 그게 사실은 아닙니다. 중국 외에도 다른 나라들이 이번 유엔보고서와 관련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이 있습니다. 그런 조치들은 중국의 행동 여하에 구애를 받지 않는 것들이죠. 그 가운데 하나는 김정은이 보유한 해외 계좌의 돈을 동결하는 겁니다. 만일 미국 재무부가 적극 나서 금융봉쇄 조치를 취한다면 김정은의 자금 대부분은 동결될 겁니다. 적어도 그런 돈은 미국의 금융체제를 통해선 움직일 수 없는 돈입니다. 만일 미국이 동결 조치를 취할 경우 유럽 나라들도 동참해야 합니다. 또한 그렇게 동결된 자금은 북한 주민을 위한 식량과 의료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처를 정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동결된 돈 가운데 단 1센트도 무기 구입이나 김정은의 사치품을 구입하는 데 쓸 수 없도록 하는 겁니다.

기자: 김정은의 자금을 동결하기 위해선 제일 먼저 그런 돈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 아닐까요?

스탠튼: 미국 재무부는 그런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데 아주 뛰어납니다.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은행 계좌를 파산시킨 게 미국 재무부입니다. 알카에다 책임자이던 오사마 빈 라덴이 마지막으로 남긴 글을 보면 미국에 대한 대규고 공격을 실현하고 싶어도 자금 줄이 막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죠. 그런 점에서 미국은 분명 김정은의 통치 자금을 동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미국이 과연 김정은의 자금을 봉쇄할 수 있겠느냐는 미지수이지만 그건 오바마 대통령에게 달려 있습니다. 미국 정부도 지금 유엔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