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 대신 경제발전 원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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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지난 시간에 이란의 핵협상 타결과 그에 따른 북한의 핵문제 해결 전망에 관해 말씀을 나눠봤는데요. 교수님 말씀을 들어보면 북한 지배층은 자신들의 생존과 체재의 유지를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북한 지배층의 그런 인식이 확고하다면 미국이 6자 회담 등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희망하는 건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그렇습니까?

란코프: 미국의 주장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주의가 없습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정책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더욱 더 살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주민들의 고통스런 삶이 그리 걱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은 이란이 아닙니다. 벌써 말씀 드렸듯이 이란 주민들은 생활 수준에 대한 불만이 생기면 기존의 정부에 반대할 수도 있고 선거 때 정부를 물러나게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5년 및 10년 뒤에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의지를 보여달라고 반복적으로 요청할 수 있지만, 북한은 그러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 사실 이란이 핵 협상에 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데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인해 경제가 피폐해지고 국민들의 삶이 어려워진 경제적 압박 요인 때문인데요. 북한도 이란만큼 경제 제재를 받았지만 이란만큼 경제적 고통을 느끼지 못해서인지 협상에 나서야 하겠다는 위기감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란코프: 물론 북한도 핵 개발로 초래한 경제제재 조치 때문에 경제 상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란은 북한보다 더 부유한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의 미래를 결정하는 지배층은 경제발전보다 현상유지를 더 중요시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경제발전을 필요없는 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현상유지는 훨씬 더 중요한 것입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의 지도부도 북한의 경제성장 자체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통치 하에 이루어진 경제성장 만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냥 경제성장이 아니라 그들의 통치하에 이뤄진 경제성장이 절대적인 것입니다. 이것은 북한 정권이 절대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조건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주민들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정책이라도 현상유지에 도움이 된다면 필요악이라고 판단하고 받아들일 것입니다.

기자: 이란이 핵협상 타결을 계기로 국제사회에 정상적인 나라로 편입해 앞으로 더욱 경제성장을 이룩할 것 같은데요. 북한도 과연 그런 정상적인 길로 나갈 수 있을까요?

란코프: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북한의 지배 계층이 정말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서 국제사회에 편입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이유가 있을까요?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을 절대적으로 반대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자국이 국제교류를 많이 하는 정상적인 국가가 되었을 때, 주민들이 해외의 생활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될 것입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자기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얼마나 낙후되고 빈곤한 국가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 경우에 결국 주민들은 정권에 대한 많은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역설적으로 북한 지배계층은 정상적인 국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경제교류를 반대할 이유가 있습니다. 정치적 이유 때문에 그렇습니다.

기자: 지금 말씀을 들어보면 북한 주민들은 이란 국민이 부러운 상황이에요. 이란 국민들은 북한 주민들과 달리 자기들이 원하는 정부, 원하는 후보를 택할 수 있는 선거체제가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물론입니다. 이란은 이러한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이란도 잘 사는 나라에 속하지는 않지만, 중동의 기준으로 보면 이란의 삶의 질은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북한의 경우 더 큰 문제는 북한의 존재를 위협하는 부유한 남한이 38선 이웃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인민이 만약 남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면, 그들도 남조선처럼 살자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것은 1980년대 말에 일어난 동독의 붕괴를 초래한 원인과도 같습니다. 이란은 통일할 대상으로 볼 수 있는 나라가 이웃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란 국민들의 대부분은 어떠한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지만, 자국의 제도와 체제 자체를 반대할 마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란은 국제사회에 편입했을 때 더 많은 발전을 이룩할 것입니다. 반대로 북한은 국제사회에 편입했을 때 체제유지가 많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렇기에 북한 정부는 핵무기를 비롯한 변수가 없더라도 국제교류를 많이 했을지 의문입니다. 국제교류는 북한에게 너무나도 큰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기자: 지난해 미국이 50년만에 사회주의 나라 쿠바와 국교를 다시 정상화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막바지 외교협상이 한창인데요. 그래서 미국이 쿠바 이후 북한과도 그런 노력을 펼칠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는데요.

란코프: 쿠바 정상화 이후에 미국은 북한의 핵 문제를 다시 해결하려 노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벌써 여러 번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북한 정부는 미국이 희망하는 타협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미국이 어떠한 조건을 양보하더라도 핵을 포기할 의지가 전혀 없습니다. 현상유지를 절대적인 조건으로 생각하는 북한 지배계층의 논리를 감안한다면 이것은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정책입니다.

기자: 북한이 지금처럼 핵과 경제개발을 꾀한다는 병진노선을 추구하는 한 북한은 계속 국제적 고립을 면치 못하고 경제도 발전하기가 힘들텐데요. 김정은도 이런 사실을 알까요?

란코프: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 사실을 안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아는지 모르지만 설령 안다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배계층은 경제성장을 필요로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체제유지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경제발전을 위해 핵 포기와 같은 정치적인 양보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