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근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이 중국 저장성의 류경식당에서 근무하다 동남아 국가를 경유하여 남한으로 탈출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왜 중요한 일이었을까요?
답변: 물론 관심이 있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이유는 이들의 집단 탈북이 가능했던 데는 북한 당국자들의 통제력이 많이 약해지는 조짐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 사실 해외에 있는 북한 노동자나 종업원들은 철저한 감시, 통제하에 있기 때문에 탈출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답변: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나 접대원은 물론 탈출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몇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이유는 북한 사람들이 해외에 도착했을 때 자신의 여권을 무조건 책임자에게 맡겨야 합니다. 여권이 있어야 합법적인 출국이 가능합니다. 물론 그냥 공장이나 식당에서 도망치거나, 몇 개월이나 몇 년 동안 중국이나 다른 기타 제3국에서 도피한 다음에, 남한으로 갈 수 있는 해외 노동자나 접대원 출신 도망자가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아주 예외적인 일입니다.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나 식당 종업원들은 호상 감시가 너무 엄격합니다. 그 때문에 탈출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도 탈북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변: 제가 볼 때 기본 이유는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이들의 여권을 가진 보위부 출신 책임자가 탈북을 사실상 주도한 것입니다. 둘째는 중국 당국자들의 암묵적인 지지입니다. 우선 이번에 보위원 책임자는 탈북을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 밑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에게 같이 탈북하자고 하지 않았더라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북한의 해외식당 종업원들은 해외에 몇 개월만 있으면 북한에서 받은 교육이 대부분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그들은 엄격한 감시에도 불구하고 창문으로도 잘 사는 나라의 생활을 볼 수도 있고 어느 정도 현지 문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식당 종업원들은 대부분 해외파견 노동자들보다 해외 생활에 대한 노출이 훨씬 높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보위부 감시와 호상감시 때문에 탈출을 하지 못합니다. 이번에 이 만큼 많은 사람들이 감시와 통제를 무시하고 탈출을 결정한 것은 북한 노동자들 가운데 불만이 있을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질문: 이들이 남한행을 결심했을 때는 지금 지적하신 것처럼 북한에 대한 불만도 있을 테구요. 그리고 남한에 대한 동경, 호기심이 많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죠?
답변: 물론 그렇습니다. 기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탈북사건 대부분은 왜 생겼을까요? 바로 북한에 대한 불만때문에 생긴겁니다. 그들은 해외에 있는 동안 직접적으로 남한 생활을 경험할 수 없지만 텔레비전 방송, 영화, 연속극을 보면 어느 정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은 그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입니다.
질문: 이번 집단 탈북을 계기로 특히 엘리트층 그러니까 특권계층 사람들도 탈북이 많아지겠죠?
답변: 많아질 것으로 봅니다. 최근의 북한 경향을 보면, 특권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많이 탈북할 것이라고 생각할 근거가 있습니다. 특권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많이 탈북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 이유는 김정은 정권의 인민군과 보위부를 비롯한 북한 정권 보위기관 고급간부를 대상으로 하는 숙청 정책입니다. 최근 북한에서 별을 단 사람이면 살기가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원래 숙청 당할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간부이면 그냥 견뎌야 했습니다. 1960년대 이후 김일성과 김정일은 인민군이나 보위부 고급 간부들을 숙청했을 때도 처형하지 않았습니다. 숙청을 당한 사람은 정치범 관리소나 유배지에서 얼마동안 있다가 석방됐을 것입니다. 지금 그렇지 않습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 숙청은 죽음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수많은 간부들은 망명에 대해서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고위층이 탈북한다고 해서 북한 정치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것을 반드시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질문: 북한에서 엘리트 계층이 불만이 폭발하면 쿠데타를 시도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답변: 쿠데타를 시도할 수도 있지만, 시도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지금 북한 특권계층은 체제 붕괴를 무섭게 생각하며 김정은 정권에 도전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 때문에 제 생각에는 앞으로 몇 년동안 고급 간부, 보위원, 군인들의 탈북사건이 많아질 것입니다. 이들에게 쿠테타의 위험보다는 탈북을 택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결정입니다. 그 때문에 집단탈북이 앞으로 좀 더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가 흔들릴 지 알 수 없습니다.
질문: 이번 집단 탈북사건을 계기로 엘리트 계층조차도 남한사회에 대한 동경이 크다는 게 방증이 됐는데요. 이걸 보는 남한 사람들의 관점도 궁금합니다.
답변: 그렇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남한과 사상전쟁, 선전전쟁을 하고 있지만 남한은 북한에 대해 관심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한 정부는 북한에 대해서 말할 때 군사 문제만 이야기하고 사상문제나 경제문제를 무시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십 년 전에 남한 지배계층도, 일반 사람도 북한과 경쟁을 한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 느낌이 없어졌습니다. 남한 사람들은 남북 경쟁이 완전히 끝난 지 20~30년 정도 됐다고 느낍니다. 물론, 그들이 보기에는 남북 대립이 남한 경제, 사회체제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 때문에 남한 정부는 북한을 군사적으로 억제하고 있지만, 정치적 관심이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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