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순서에서는 지난 2월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발표한 북한인권 실태 보고서와 관련해 미국의 비영리 기관인 북한인권위원회 로베르타 코헨 (Roberta Cohen) 공동의장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그간 북한인권에 관한 민간 단체들의 보고서는 많이 나왔지만 유엔 차원에서 북한인권의 실태를 광범위하게 조사해 보고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코헨: 그렇습니다. 북한이 국가정책 차원에서 고의적으로 반인륜적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을 유엔 기관이 인정한 것입니다. 종전엔 유엔 산하 인권위원회가 북한의 조직적이고 중대한 인권 유린을 규탄한 보고서를 내면 총회가 이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유엔 차원에서 직접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북한에서 많은 인권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북한 주민에 대한 몰살, 살인, 노예, 강제노동, 고문 등 유형별로 지적하고, 또한 이런 인권유린이 국가 차원에서 고의적으로 자행됐다는 보고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게다가 유엔 기관이 인권유린에 책임이 있는 북한 인사들에 대해 정죄를 요구한 것도 이번이 처음인데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또한 보고서는 중국이 탈북자를 강제 북송함으로써 위험에 처하도록 해 북한의 인권유린을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런 지적도 처음입니다.
기자: 사실 유엔이 직접 북한인권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번에 방대한 보고서를 처음으로 내놓자 국제사회의 반응도 컸지 않았습니까?
코헨: 그렇지요. 엄청난 반응을 불러왔습니다. 특히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이번 조사를 위해 서울과 도쿄, 런던, 워싱턴 등에서 공청회를 열었는데요. 이런 공청회에 일반 사람들이 참관하고, 이를 웹사이트에도 올렸습니다. 또 조사위원들이 100여명에 달하는 탈북자들로부터 증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런 공청회가 상당한 뉴스거리를 제공했고, 그래서 전 세계에 홍보도 많이 됐습니다.
기자: 이곳 미국에서도 의회에서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습니까? 미국 의회 차원의 반응도 뜨거웠죠?
코헨: 네, 맞습니다. 사실 미 의회에선 이번 청문회가 열리기 전에도 몇 해 전에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과 관련한 청문회도 여러 차례 열렸습니다. 가장 최근엔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티우 사무총장과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 등이 의회에 출석해 증언했죠. 외교정책연구원도 비슷한 행사를 주최해 상원에서 열렸고, 여기에 저도 참석했습니다. 또한 북한인권과 관련한 다른 행사도 의회에서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압니다. 현재 의회에는 북한의 핵 개발뿐 아니라 인권유린에 대해서도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돼 계류 중인데요. 이 법안엔 이미 130명 정도의 의원이 동조 서명했습니다.
기자: 다시 말해서 미국에서도 북한인권에 관한 많은 반응을 불러왔다는 말이죠?
코헨: 그렇습니다. 미국은 호주, 프랑스와 함께 지난 4월17일 유엔에서 북한인권에 관한 공청회를 주관했습니다. 유엔안보리 회원국들이 비공식적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이 자리엔 마이클 커비 북한인권조사위원장도 참석했는데 미국은 이런 모임을 적극 지지합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유엔의 가장 중요한 기관인 상임이사국들이 북한인권 문제를 의제로 다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기자: 금방 마이클 커비 위원장을 언급하셨는데요. 커비 위원장은 북한 당국이 저지른 인권 유린이 2차 대전 때 나치 정권이 유대인들에게 저지른 범죄와 다를 게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코헨: 사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 중 탈북자들의 가슴 아픈 인권유린 실태를 접하다 보면 실제로 2차 대전 때 나치정권이 저지른 잔혹성과 범죄를 생각나게 합니다. 특히 북한의 강제수용소에서 강제노역과 고의적인 구타와 굶주림으로 인한 멸종 등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죠. 이런 일을 대학살로 규정할 순 없지만 이런 수용소에 갇힌 죄수들의 참상들은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탈북자 신동혁 씨를 비롯해 이런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탈북자들이 유대인 학살 박물관에 가보곤 자기들이 겪은 걸 얘기하는데요. 그들 얘기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 참상이나 북한 강제수용소 참상이나 비슷하다는 겁니다.
기자: 이번 보고서엔 이처럼 북한인권 유린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권고하지 않았습니까? 여기엔 김정은도 포함돼 있는데요.
코헨: 이번 보고서는 인권유린을 자행한 사람들의 책임을 유독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북한 관리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런 목적을 어떻게 달성하느냐 인데요. 유엔 산하 40개 인권위원회 회원국들은 지난 3월 압도적인 찬성으로 대북인권결의안을 채택해 유엔총회를 거쳐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이런 사안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 특별재판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가진 곳이 유엔 안보리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만일 해당 사안이 유엔안보리로 넘어올 경우 유엔안보리가 할 일은 무엇입니까?
코헨: 일단 유엔안보리는 두 가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우선은 인권유린에 관여한 북한 인사들의 책임 규명과 이들을 심판할 특별법정 문제가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을 겨냥한 선별적 제재를 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겁니다. 그런데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은 거부권을 갖고 있는데요. 중국은 지난 3월 유엔총회를 통과한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은 특히 북한 내 책임자 처벌을 위한 사안을 국제형사재판소로 회부하는 것도 반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자: 거부권을 가진 중국이 이처럼 나올 경우 결국 인권유린에 책임있는 인사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기는 것도 불가능하겠군요?
코헨: 그렇긴 하지만 유엔 총회가 별도로 형사 재판소를 세울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 방안이 현재 논의 중인데요. 물론 이런 결론에 도달하려면 많은 정보가 필요한데요. 하지만 분명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북한 인사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일을 안보리 상임이사국만이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말이죠. 물론 안보리를 통하는 게 전통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만일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유엔의 다른 회원국들이 이 문제를 안보리 전체회의에 회부하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표결이 벌어지면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뿐 아니라 중국이 현대 세계에서 인권유린에 관한 한 비교할 대상이 없는 북한을 감싸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여주자는 것이죠. 이런 방법도 있습니다. 즉 북한인권 문제를 일단 정식으로 유엔안보리 의제로 올린 뒤 향후 시간을 벌면서 중국이 종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일 때까지 유보하자는 겁니다.
기자: 흥미로운 발상인데요. 북한인권 문제를 유엔안보리 의제로 채택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합니까?
코헨: 북한인권을 안보리 의제로 올리려면 15개 전체 안보리 회원국 가운데 9개국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안건을 안보리 의제로 상정하는 데는 거부권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9개 나라가 채택을 가결하면 북한인권 문제는 이제 정식 의제가 되는 겁니다. 북한은 이미 핵 개발 문제 때문에 안보리 의제에 올라 있습니다. 인권까지 오르면 두 개의 의제가 오르는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토론과 설명회 등을 열면 안보리 의장의 성명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북한정권의 성격을 국제평화와 안정 차원에서 연계하는 겁니다. 보통 핵 문제는 인권 문제와는 별개의 사안이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유엔에서 여론을 조성한 뒤 유엔안보리가 나중에 행동을 취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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