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동원체제론 경제효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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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요즘 뉴스를 보면 북한이 7차 당대회를 앞두고 대대적인 주민동원, 즉 노동동원을 실시해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각종 명목으로 동원되는 주민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텐데요. 우선 북한에서 이런 주민동원 체제는 언제부터 시작됐습니까?

란코프: 북한 동원 역사는 바로 해방 직후부터 시작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1946년의 보통강 개수 공사나 애국미 헌납 운동이와 같은 같은 초기 동원의 사례로 볼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전쟁 때 북한은 당연히 여러 가지 동원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초기 동원은 북한 사람들이 지금 익숙한 동원과 거리가 멉니다. 1950년대 말까지 북한 정권은 대규모 동원을 할 능력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당시에 북한에서 조직생활이란 게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1950년대 말까지 북한은 주로 구소련 정치경제를 흉내냈습니다. 구 소련은 동원이 없는 나라가 아니었지만 1940-50년대 동원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의 동원 역사는 사실상 1950년대 말에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60년대 초 들어와 북한에서 북한사람 대부분은 노동당이 아니면 사로청, 사로청이 아니면 여성동맹에 속하게 되었기 때문에 조직생활은 많이 본격화되었습니다. 결국 동원을 기피하는 방법이 없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당시에 노동 동원을 무척 좋아했던 중국 지도부의 영향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 동원 역사의 기원은 1940년대이지만 사실상 50년대 말이나 60년대 초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천리마운동은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1960년대에 동원이 많았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주민 동원체제를 보면 정치행사 동원, 노력동원, 물질동원 등 다양한 형태의 동원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각 동원 행사의 특징과 목적에 대해 설명해주시요.

란코프: 북한에서 동원 체제는 종류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치행사 동원이 있습니다. 아주 대표적인 사례는 아리랑 축제입니다. 여기엔 평양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동원됩니다. 아니면 외국에서 대표단이 올 때마다 그 대표단을 환영하는 사람들도 동원 대상입니다. 정치행사 동원의 기본목적은 북한 인민이 모두 다 김씨 일가를 비롯한 북한 지도부를 지지한다는 모습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노력동원, 즉 노동동원은 제일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시골로 가서, 소위 말하는 가을 전투나 모내기 전투에 참가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건설 현장으로 가서 돈을 한푼도 받지 못하고 오랫동안 힘든 일을 하도록 하는 노력 동원 체제입니다. 북한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입니다. 물질 동원이면 국가나 국가 기관에 이런저런 물질을 바치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 세금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보이지 않는 현물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이런 동원 외에도 무슨 70일 전투니, 100일 전투니 하는 명목의 속도전 동원체제가 눈에 많이 띄는 데요. 하필 북한에서 이런 속도전 동원체제가 많은 까닭은 무엇입니까?

란코프: 속도전같은 북한 노동 동원의 역사적 기원을 보면 김일성을 비롯한 1960년대 북한 지도부의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북한 노동 동원이 1950년대 말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하고, 1960-70년대 절정에 달했기 때문에 그 당시의 상황을 이해해야 합니다. 당시에 북한은 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였습니다.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물질적인 보상으로 장려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보상으로 줄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김일성과 그의 측근들은 보상을 하는 것보다 사상적으로 사상 교육을 많이 한다면 민중이 돈을 받지 않아도 열심히 일하도록 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김일성은 군인 출신입니다. 그는 유격대 경험이 많기 때문에, 나라의 경제도 유격대처럼 경영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전쟁 때 군인들이 영웅적으로 싸우는 이유는 보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김일성과 유격대 출신 그의 고급 간부들은 노동자들도 이렇게 일하도록 하면 좋으리라고 희망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큰 실수였습니다. 전쟁은 몇 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 짧은 기간 안에 사람들 대부분은 물질적인 보상이나, 자신의 개인 이익을 무시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많이 노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는 이렇게 경영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사실상,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는 전략입니다. 제가 보니까 노동 동원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북한 경제의 만성적인 위기를 초래한 것 중의 하나입니다.

기자: 이런 동원체제의 성격을 보면 국가차원에서 강제적으로 실시하고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상황인데요. 이래가지고 과연 기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란코프: 물론,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경제는 군대가 아닙니다. 북한처럼 노동동원을 많이 기대했던 나라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은 1950년대 말 소위 말하는 대약진 운동을 했습니다. 기본적인 이념은 50년대 말 천리마운동과 매우 유사합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와 중국은 동원을 사실상 완전히 포기하였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그 후에 중국 경제가 너무 빠른 속도로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사상 교육이나 동원보다 물질적 보상 및 합리주의적인 전략을 중심으로 한 경제 발전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사상은 힘이 있지만, 이 힘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사상만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 때문에 노동자들은 동원을 당했을 때 열심히 일하지 않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어려운 일을 피하는 경향이 심합니다. 그들에 대한 감시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결국 노동 동원을 통해서 좋은 효과를 얻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