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관광산업으론 경제발전 못한다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압록강 철교.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압록강 철교.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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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북한이 근래 열을 올리고 있는 관광사업과 관련해 살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근 러시아 신문 보도를 보면 북한이 압록강 대교 근처에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을 글어들이기 위한 관광특구를 건설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북한의 관광특구 얘기는 새삼스런 일이 아닌데요. 우선 북한이 이처럼 관광특구를 건설하려는 기본적인 동기는 무엇일까요?

란코프: 요즘 북한은 관광 사업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북한은 관광을 통해 돈을 쉽게 벌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논리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언어 장벽 때문에 북한에 오래 머물지 않은 채 돈만 쓰고 귀국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관광사업은 별다른 정치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으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 것은 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북한과 같은 나라는 관광산업을 어느 정도까지는 발전시킬 수 있지만, 극복하기 어려운 현 상황들 때문에 관광만으로는 많은 소득을 얻기가 불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경우, 관광은 좋은 부가 산업이 될 수 있지만 관광 자체를 중심으로 한 경제 발전은 불가능합니다. 북한은 관광대국인 그리스도 아니고, 태국도 아닙니다. 그리스나 태국을 비롯한 세계의 몇몇 나라들은 관광산업 덕분에 잘 살고 있지만, 북한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런 식으로 살 수 없습니다.

기자: 관광특구를 제대로 하려면 관광 온 사람들이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고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가고, 주민들과도 자유롭게 교류해야 하는데 북한에서 이게 가능할까요? 한마디로 제약이 너무 많죠?

란코프: 옳은 말씀입니다. 제가 보았을 때, 북한에서 관광 개발을 하기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에서 외국인들이 즐길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원산 해수욕장에 가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태국이나 지중해의 해수욕장으로 여행을 갈 수 있는 관광객들은 북한 원산 해수욕장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의 문화유산 또한 비슷한 상황입니다. 외국인들은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북한의 문화유산에는 관심이 덜합니다. 물론 북한 사람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듣기 싫어하며, 때로는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사실입니다.

기자: 사실 외국 관광객들이 북한을 가도 주민을 맘대로 만날 수도, 가고 싶은 곳을 맘대로 갈 수 없으니까 이런 통제와 감시도 관광에 걸림돌 아닙니까?

란코프: 외국인들이 북한으로 가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감시와 통제 입니다. 북한 주민 대부분은 이러한 사실을 모를 수도 있지만 세계 곳곳으로 해외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방문한 나라의 주민들과 접촉하기도 하면서 가고 싶고, 보고 싶은 곳을 가는 등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불가피하게 외국인 관광객들을 통제하고 고립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을 통해 평범한 북한 주민들이 알지 말아야 하는 해외의 생활에 대해 배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북한 당국의 이와 같은 조치를 싫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자: 북한엔 작년에 평양관광대를 설립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관광산업에 대한 당국의 관심이 대단하죠?

란코프: 물론 북한 당국자들은 관광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평양에 온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북한주민들 대부분의 생각과는 달리 '대성산'이나 '을밀대'와 같은 곳들은 외국사람들에게 있어 아주 재미있는 장소는 아닙니다. 중국만 가봐도 이러한 유산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에서 잘 사는 사람들은 북한으로 여행을 가는 것보다 동남아, 러시아, 혹은 유럽으로 여행을 갈 것입니다. 북한으로 관광을 갈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잘 못사는 사람들, 특히 북한과 가까운 동북 3성 지역의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그들은 돈이 별로 없기에 프랑스의 파리나 영국의 런던, 혹은 러시아의 모스크바 등으로 여행을 갈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평양은 재미있는 도시가 될 것입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북한을 일종의 살아있는 공산주의 박물관쯤으로 여기고 가보고 싶어하는 외국인들도 있겠군요?

란코프: 평양이 재미있다고 느낄 사람들은 북한을 공산주의 시대의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보는 사람들입니다. 외부에서 보았을 때는 북한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공산주의 국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중국 사람들 대부분은 이와 같은 공산주의의 유산을 싫어하기 때문에 별다른 관심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양 사람들에게 '주체사상탑'이나 개선문, 인민학습당은 어느 정도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일성,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의 초상화가 어디에나 존재하고, 옛 공산주의 사상을 표시하는 구호 또는 벽화 등이 많은 도시는 참 재미있게 느껴질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공산주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입니다. 그들에게 평양은 살아있는 과거가 가득 찬 도시입니다. 서양에서 이러한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있습니다. 결국 매년 수 천명에서 수만 명 정도가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들 중 대부분은 외국으로 가는 것 자체를 즐거이 여기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자: 요즘 북한에선 당국이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자 당 간부 자녀들이 관광 안내원을 지망하는 등 관광 직종이 아주 인기라고 합니다. 이유가 있겠죠?

란코프: 이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저는 소련시대를 잘 기억하고 있는 러시아 사람입니다. 소련에서도 간부의 아들 딸들은 외국어를 많이 배웠습니다. 그들에게 꿈과 같은 직업은 외교관, 무역일꾼, 그리고 관광안내원 등 이었습니다. 이러한 직업은 외화를 잘 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알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알 수도 있고,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이 시간에선 북한의 관광산업과 관련해 란코프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