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중국 압박 북인권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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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순서에서도 최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공개한 북한인권 실태에 관한 보고서를 중심으로 로베르타 코헨(Roberta Cohen) 북한인권위원회(NKHR) 공동의장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보고서를 보면 눈에 띄는 게 북한 주민의 인권유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 처벌을 받도록 하자는 것인데요. 하지만 이런 권고 사안이 채택되려면 유엔 안보리상임이사국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의 우방인 중국의 거부권 때문에 어려운 실정인데요. 중국이 기권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코헨: 사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 이 같은 사안과 관련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 것을 촉구하기도 했는데요.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지나친 인권탄압을 방조한다는 인상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마이클 커비 위원장도 주미 중국대사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이 인륜에 거역해 탈북자들을 계속 강제로 북송할 경우 중국 관리들도 인륜엔 반한 죄로 형사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중국은 이 문제에 관한 한 북한과 함께 얽혀 있기 때문에 북한과 같은 정권을 얼마나 더 옹호할 것인지 심사 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중국은 과거 북한의 핵 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실험과 관련한 유엔의 제재에 동참해왔는데요. 왜 북한인권에 관한 것은 이처럼 거부 반응을 보이는 걸까요? 중국도 자체 인권문제 때문에 그럴까요?

코헨: 물론 인권 문제는 중국에게도 민감한 문제이죠. 중국의 인권 상황도 여러 분야에서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이 있는데요. 그 하나는 중국은 고문이나 자의적인 구금 등을 다루는 유엔의 여러 보고관 제도에 협력해왔다는 점입니다. 이런 일을 담당한 유엔 인사들의 중국 방문도 허용해서 중국의 인권 문제에 관한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해 중국은 어느 정도 선에서 자국의 인권상황에 관한 유엔의 조사에 협조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분명 북한에 대해 유엔인권보고관의 방북을 허용해서 필요한 조사를 하도록 촉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어떤 협력도 거부해왔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유엔에 북한과 대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런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습니다.

기자: 사실 이번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정책을 강력히 규탄하고 중단을 촉구하지 않았습니까? 유엔의 이 같은 공개적인 질타가 중국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봅니까?

코헨: 글쎄요. 중국은 그런 비판을 받아도 별로 꿈쩍도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중국도 이런 일로 인해 이미지에 훼손이 가는 걸 좋아하진 않습니다. 중국은 거짓말을 늘어놓다 들통이 나기도 했는데요. 이를테면 주미 중국대사가 커비 위원장에 보낸 답신에서 북한 당국은 송환된 탈북자들을 고문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즉 북송돼도 아무런 일이 없다는 건데요. 이런 주장은 이번 조사보고서에 나온 많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보더라도 근거가 없는 겁니다. 살아나온 탈북자들은 자신들이 강제 북송됐을 때 하나같이 고문을 당했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중국은 한 번도 탈북자들을 강제 북송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는데요. 이것도 거짓입니다. 유엔 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탈북자들을 한꺼번에 모은 뒤 북송했다는 사실이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나옵니다. 이를테면 20대 초반의 탈북자 9명이 북송된 얘기가 나옵니다. 중국이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변명하려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중국 내에서 학자라든가 정책 분석가들 혹은 네티즌들도 탈북자 강제북송에 관한 정부의 변명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기자: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새 지도체제를 맞이해 지금 북한과 다소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이 북한의 이런 인권문제와 관련해 혹시 태도 변화가 있나요?

코헨: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 유엔보고서가 널리 회람되고 여러 정부에 의해 참작이 되면 중국과 외교관계가 있는 나라들이 중국과 대화할 때 북한 인권문제를 의제로 추가하는 게 좋겠지요. 그래서 중국도 탈북자들을 강제 북송하지 않고 인도적 차원의 보호를 할 수 있도록 유엔고등판무관실 차원의 제도 개선을 꾀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바라기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정치, 경제적 계획들을 개선하도록 촉구해서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탈북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사실 북한 사람들에게 지금이라도 탈북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만 한다면 누구든 탈출하려 할 겁니다. 북한 정부가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겠죠. 그래서 저는 많은 나라들이 중국과 대화할 때 인권 측면에서 북한에 대한 정책을 재고해서 중국의 이미지를 불필요하게 훼손하지 말라고 촉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은 이번 유엔 보고서가 공개되자 미국의 적대정책의 산물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지 않았습니까?

코헨: 저는 북한이 그런 식의 거부반응을 보인 것에 놀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서방은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30개 나라가 이번 보고서에 찬성투표를 던졌다는 사실을 북한은 직시해야 합니다. 일부 나라들은 이번 보고서에 충격을 받은 응분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테면 남부 아프리카의 보츠와나는 이 보고서가 나온 뒤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했습니다. 또한 주요 8개국도 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인권 유린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따라서 세계 여러 지역에서 많은 나라들이 이처럼 북한 인권참상을 목도하고, 이런 것들로 인해 대북 정책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을 북한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북한이 비록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강하게 반발했지만 내부적으론 보고서가 미칠 국제적 파장을 심각히 재고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3월 하순 채택된 유엔 대북인권결의안은 북한과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에 대해서 대북 인권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이 겉으론 반발해도 속으론 이번 보고서가 끼칠 부정적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죠?

코헨: 당연히 그래야지요. 특히 다른 나라들이 대북관계 측면에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도 북한은 그래야 합니다. 이런 나라들 가운데는 북한과 투자를 하고 싶은 나라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 북한도 '우린 아무 것도 모른다'는 식의 태도를 보여선 안 될 겁니다. 제가 볼 때 이번의 유엔 보고서가 한국어로도 번역돼서 북한 사람들은 물론 탈북자들에게도 가급적 널리 보급돼서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북한 주민들도 아주 세세하게는 인권 개념이 뭔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처럼 심각한 인권유린을 당한 사람들이라면 자신들이 잔인하고도 비인간적으로 취급 받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은 식량을 구하거나 일자리를 구하러 국경 지역에 가보게 되면 북한 외 다른 지역이 훨씬 낫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탈북하는 게 범죄 행위이고 자칫 수용소에 갇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지요. 이 모든 과정은 너무도 잔인하기도 하고 탈북하려는 사람들에겐 아주 위험한 일이기도 하지요. 이들이 자유롭게 국경을 들락날락 할 수만 있어도 '이동의 자유' 개념이 뭔지 알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서도 최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공개한 북한인권 실태 보고서와 관련해 로베르타 코헨 북한인권위 공동의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