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진행에 변창섭입니다. 남북교류의 상징이던 개성공단이 북한 측의 일방적인 근로자 철수와 이에 맞서 남한 측의 잔류 인원 철수로 잠정 폐쇄에 들어갔습니다. 이 시간에서는 개성공단과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점과 북한 경제의 향후 진로에 관해 북한경제 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Bradley Babson) 씨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뱁슨 씨는 세계은행에서 다년간 근무했고, 현재는 존스 홉킨스 국제대학원(SAIS) 부설 한미경제연구소 북한경제포럼 의장으로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남북경제교류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개성공단이 잠정폐쇄에 들어갔고, 언제 재개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봅니까?
브래들리 뱁슨: 제가 볼 때 근본적인 문제는 개성공단 폐쇄가 남북관계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개성공단은 지금까지 상당기간 잘 운영돼오면서 남북 간 상호협력과 상호혜택을 대변해왔기 때문입니다. 어떤 측면에선 지난 5년 간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불과 6개월 전까지도 개성공단은 잘 버텨냈습니다. 분명 개성공단은 햇볕정책이 실시되면서 가동돼오면서 남북관계의 중요한 단면을 보여줬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다소 복잡하고 어려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북한이 개성에서 근로자들을 철수시킨 것은 향후 남북관계를 다시 어떤 식으로 규정해 끌고 갈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수입을 통해 연간 9천만 달러 정도의 외화 수입을 벌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수입원이 없어지면 큰 타격을 입지 않을까요?
뱁슨: 그 정도 외화수입이 없어진다고 북한 정권에 치명적이진 않을 겁니다. 북한을 포함해 어느 나라든 다른 대안만 있다면 그 정도 손실은 감수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도 과연 이런 손실을 어느 정도 극복해가며 더 큰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자체 판단해볼 겁니다. 만일 북한이 남북관계를 본질적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라면 기꺼이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손실을 감수할 것으로 봅니다. 오히려 북한은 이번 일을 계기로 남한은 물론 미국에 대해서도 향후 기존관계의 틀을 바꿀 것임을 알리고 싶었을 수도 있습니다.
기자: 만일 북한이 정말 개성공단을 항구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한다면 이를 김정은 정권의 개혁 노력이 후퇴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뱁슨: 개성공단의 폐쇄는 단기적으론 남북 모두 손해를 안길 겁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경우 개성은 물론 다른 사업지역까지 남북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중국 쪽 공단에는 훨씬 더 사업의 신축성과 다른 사업 모델이 있지요. 하지만 개성의 경우 오직 하나의 사업 모델만 있는데요. 남측 기업이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는 형태가 그것입니다. 이를테면 남한 기업과 북한 기업이 개성공단에서 합작사업을 하는 모델은 없지요. 따라서 향후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이런 사업 모델을 가미할 도 있을 겁니다. 이를 통해 단순히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북한 사업을 다각화하는 겁니다. 그럴 경우 진정한 남북합작 사업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이를 통해 북한의 후방산업도 함께 발전시키면 좋을 것입니다.
기자: 사실 개성공단은 북한은 북한대로, 또한 남한은 남한대로 얻은 부분이 많았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좋은 남북협력 사업이었지 않았습니까?
뱁슨: 개성공단의 이면을 살펴보면 북한이나 남한이나 긍정적인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한편으론 북한은 북한대로 군사훈련이다 위협을 하고 남한도 한미합동군사훈련 등을 하면서도 남북한은 개성공단을 유지해왔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이런 게 남북한이 앞으로 어떤 관계, 즉 대결적 구도일지 협력적 구도를 추구할지를 보여주는 토대였지요. 그런 점에서 개성공단의 폐쇄가 이런 남북관계에 도전을 안겨주는 셈입니다.
기자: 그렇군요. 개성공단은1999년 북한과 남한 현대 간의 합의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고, 우여곡절 끝에 2003년 6월 처음으로 공장 착공에 들어가 이듬해 12월 첫 제품이 생산됐습니다. 경제개방에 소극적이던 북한이 선뜻 응한 것도 당시로선 놀라운 일이었는데 왜 그랬을까요?
뱁슨: 사실 개성공단 초기 시절만 해도 다양한 방법으로 남북관계를 연결해주는 노력이 이었습니다. 비단 개성공단뿐 아니라 금강산 관광 사업도 있었고 가족재회 사업, 군사직통전화 가설 등등이 그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남북관계가 더 깊어졌는데요. 이 한가운데에 개성공단이 있었는데 개성공단은 비단 정치적 이해뿐 아니라 상업적 이해도 얽혀있었습니다. 게다가 북한으로선 이를 통해 외화까지 벌 수 있었습니다. 물론 북한 근로자들이 버는 외화의 일부는 김정일한테 흘러갔지만 말이죠. 요즘 개성공단을 통해 연간 9천만 달러에 달하는 외화는 북한으로선 상당한 수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개성공단을 상업적, 정치적에서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가동하면서 상당한 외화수입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죠.
기자: 그러니까 북한으로선 개성공단을 통해 상당한 외화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말씀인데요. 북한은 부가적으로 개성공단을 통해 자본주의 기법도 배우지 않았을까요?
뱁슨: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북한은 개성공단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오늘날 현대 기업에서 이뤄지는 국제적 표준의 경영기법이라든가 생산기술, 노동관계, 생산성 향상기법 등을 남한으로부터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일종의 진정한 학습효과죠. 여기엔 북한이 가진 값싼 노동력과 남측이 가진 자본, 기술 및 경영기법이라는 각각의 비교우위를 결합할 수 있는 요소가 있었죠. 서로의 강점을 잘 결합한 이점은 관련 분야의 경험이 부족한 북한으로선 경제적인 이득 외에도 모처럼 자본주의 경영기업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창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개성공단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은 많은 북한 근로자들에게 근사한 수입과 일자리를 제공했습니다. 북한 정권도 국내에서 이처럼 좋을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었으니 정치적 효과도 거둔 셈이죠.
기자: 일부 보도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근로자들을 철수시킨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이들의 사상적 오염을 꼽기도 하는데요?
뱁슨: 북한 당국이 근로자들을 철수시킨 데 따른 위험이 여러 가지 있는데요. 그 가운데 하나는 철수한 5만3천여 근로자들이 그다지 행복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일정에 따라 매일 공장에 출근해 일하고 괜찮은 점심과 의료 서비스는 물론 간식으로 받은 초코파이를 장마당에 내다팔아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었는데 이런 몸에 벤 생활을 더 할 수 없게 되면서 그다지 행복하진 않을 겁니다. 이게 바로 문제입니다. 이들의 사상 오염 때문에 북한이 철수시켰다는 질문을 하셨는데 실은 이미 이들은 몇 년 째 사상적으론 오염이 됐기 때문에 그건 새로운 사실은 아닙니다. 오히려 평양 사람들 사이에 더 많은 장사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게 개성공단의 공장 몇 개를 폐쇄하고 근로자를 철수하는 것보다 북한 정권에겐 장기적으로 볼 때 더 위험한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사상 오염 때문에 근로자들을 철수시켰다곤 보지 않습니다.
기자: 사실 북한 근로자들이 개성공단에서 일하면서 체득한 가장 소득 가운데 하나가 북한에선 느낄 수 없었던 자유스런 분위기가 아닐까요?
뱁슨: 북한 근로자들은 시장활동이 주는 자유를 느꼈을 겁니다. 이건 평양의 지도층도 마찬가집니다. 40세 이하의 사람들 거의 다 돈벌이에 관심이 있고, 과거처럼 정부나 군대론 가고 싶지 않습니다. 자기들이 장사를 하거나 교역을 해서 돈을 벌겠다는 것이죠. 북한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갖게 되면 미래를 보는 눈도 달라집니다. 과거 같으면 사회주의 방식이나 이념을 고수하려는 생각이겠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제가 볼 때는 북한 사람들 사이에는 지금 단순히 개성공단 문제뿐 아니라 시장이나 사업이 성장하는 데 따른 현상과 관련해 예전의 고루한 생각과 정부 간섭 없이도 장사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비즈니스적 생각이 서로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과거 북한 당국이 주민의 시장적 사고를 막으려 사회주의적 화폐개혁을 하려다 후퇴한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이제 북한 주민들도 그런 구태적 행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증이지요. 군부의 강경파는 이걸 사상적 오염으로 보겠지만 다른 쪽에선 이를 주민들의 비즈니스적 사상을 고양시키는 것으로 보는 거죠.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개성공단이 남긴 과제에 관해 북한 경제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 씨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0:00 / 0:00